윤 정부, 이종섭 사퇴 설명없이 한동훈 건의 수용?
언론은 권력 비판 대신 '기승전 이재명·조국 비판'
국민에게 분노 유발 정부엔 선거 통한 심판이 답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결국 사퇴했다. 임명 철회는 없을 거라더니, 사퇴할 생각은 없다더니, 결국 사퇴했다. 단호하고 결연하게 그런 말을 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퇴했다. 그 사이에 사정이 달라진 건 없다. 사퇴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 것도 아니다.
달라진 거라면,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이라는 세상 물정 모르는 대통령의 황당한 발언이 있었고, ‘875원은 한 단이 아니라 한 뿌리 값’이라는 범죄심리학이 아니라 아부학이 전공인 듯싶은 국민의힘 후보자의 염장질 발언이 있었고, 황당 발언과 염장질 발언에 응하여 민심이 추락하는 소리가 있었다.
공직자는 국민의 의문에 성실하게 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실은 한 번도 국민에게 친절하고 진지하게 설명한 적이 없다. 단호한 표정으로 거짓말을 하거나 꿀 먹은 벙어리처럼 혹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입꾹닫의 침묵으로 일관했다. 국민의 입은 입틀막으로 막으면서.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피의자 신분이 된 전임 국방장관을 왜 호주대사에 임명했느냐, ‘해외 도피성’ 임명 아니냐는 국민의 물음에 대통령실은 호주는 한국의 주요 무기 수출국임을 거론하며 “통상적 외교관이 아닌 국방 분야 전문성이 있는 중량감 있는 인사를 할 필요가 있었다”고 강변했었다.
대통령실은 대사 임명 철회는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밝혔었다. 공수처가 수사권을 남용한다고 몰아붙이기까지 했다. 그 와중에서 대통령실의 시민사회수석은 ‘이종섭 대사 임명’을 보도한 MBC를 콕 찍어 ‘기자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하며 여러 기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의 주장대로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은 호주와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위한 것이었다면, 진정 그러했다면 후임 호주대사는 '국방분야 전문가인 장관급'을 보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피의자’ 이종섭을 호주대사에 임명한 건 ‘해외 도피성’이었다는 걸 자백하는 것이고, 외교적 결례를 넘어 호주를 농락하는 것이며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 된다.
거짓으로 국민을 우롱하기는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한동훈도 마찬가지다. ‘피의자’ 이종섭을 호주대사에 임명한 것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이종섭 대사는 한동훈의 건의가 아니라 ‘해외 도피성’ 출국이라는 비난이 비등하여 민심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니까 방산 관련 공관장 회의라는 빌미를 만들어 귀국하게 된 거다.
그런 사정을 초딩들도 아는데, 한동훈은 의연하고 태연하게 ‘내가 건의했고 이종섭 대사가 귀국했으니 다 해결됐다’며 숟가락을 얹었다. 다 해결됐다는 그 말이 내 귀에는 그러하니 더이상 거론하지 말라는 한동훈식 ‘입틀막’으로 들렸다.
한동훈의 건의로 이종섭 대사가 귀국한 거라구? 이종섭 대사도 외교부도 ‘방산 관련 공관장 회의 참석’ 때문에 귀국한 거라고 했는데? 급조한 거라는 그 공관장 회의도 한동훈이 결정한 건가?
이종섭 대사의 사퇴도 한동훈의 직접 건의를 대통령이 수용한 거라고 포장한다. 이종섭 대사 임명이 잘못된 거라면 애초에 임명 철회를 건의했어야지. 이종섭 귀국으로 ‘다 해결됐다’더니 왜 사퇴를 건의한 건가?
깐족대고 비아냥거릴뿐 말이 짧은 한동훈의 입에선 그런 친절한 설명은 나오지 않는다. 내가 건의했다. 다 해결됐다. 나의 공로다. 끝!
참 뻔뻔하다. 민심에 빠르게 순응한 거란다. 이종섭 사퇴를 한동훈이 직접 건의했고, 황상무 사퇴도 한동훈의 건의로 수용됐단다. 기자의 양심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아부를 채워 넣은 언론은 ‘한동훈 공치사’를 미화하느라 열을 올린다. 역겹다.
전 국민의 시선이 쏠린 서천 화재현장에서 눈 맞으면 보스를 기다렸다가 90도로 허리를 숙여 '복종의 예'를 갖추던 한동훈을 기억한다. 여당에서는 대통령에게 쓴소리 좀 하라고,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라고 비대위원장 한동훈의 등을 떠밀지만 한동훈은 용산에 말빨도 없고 영향력도 없고 그릇이 작아 그럴 배포도 없다. 그런 한동훈이 직접 사퇴 건의를 했다고? 지나가는 소가 웃는다.
동업자인지 하수인인지 정체가 불분명한 친윤 언론도 마찬가지다. 오만불통의 대통령에게 정나미가 떨어져 민심이 떠나가는데, 권력을 비판하는 척하며 기승전 이재명·조국에게 비호감 프레임 씌우기에 더 열을 올리니 오만한 권력에 식상한 민심은 점점 더 멀어만 간다.
윤석열 정권이 던진 ‘의대 정원 2천명 대폭 증원’ 카드에서 한동훈 장인이 ‘내 작품’이라고 자랑했다던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이 괜히 연상되는 게 아니다.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더니 노태우가 고심 끝에 ‘직선제 개헌’을 건의하고 전두환도 고심 끝에 수용했다고 언론이 미화하던 국민 농락 기만술을 흉내내어 윤석열식 '6.29 쇼'를 벌일 것 같은 예감마저 든다.
몹시 불쾌하다. 이 정권을 국민을 조삼모사로 속이고 희롱할 수 있는 원숭이로 여긴다. 지록위마의 아부를 하는 언론은 권력의 국민 희롱에 장단을 맞춘다. 그럴 때마다 민심은 폭발하는데 거짓으로 거짓을 은폐하려다 분노한 민심에 기름을 붓고 부채질을 한다.
심판이 답이다. 선거에서 혹독한 심판을 하지 않으면 이 나라의 국민들은 원숭이가 아니라 진짜 개돼지 취급을 받을 것 같다. 권력에 아부하는 언론도 그 심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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