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악의적 제목에 사진 조작해 왜곡
'북한-문성근' 연상시켜 조국혁신당에 색깔론
"제목장사·사진조작 사과하고 기사 삭제하길"
주류 매체들도 받아써…저질 보도 그만해야
일부 언론들이 11일 보도한 ‘문성근 배우 SNS에 김일성 사진’ 관련 기사는 의도와 수준의 저급함, 저열함에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다. 이 기사는 배우 문성근과 그가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특정 정당에게 ‘색깔’을 입히려는 정치적 의도가 분명하다. 악의적인 기사 제목, 조작된 사진으로 문성근 씨 SNS 글의 본래 의미와 취지를 엉뚱하게 왜곡한 것이다. 이른바 ‘주류 언론’들이 싸구려 황색언론처럼 아직도 이런 저질기사를 보도하고 있는 것이 2024년 우리 언론의 현실이다.
헤럴드경제 장연주 기자는 이날 “‘조국 지지한다’는 문성근...SNS에 北 김일성 사진 올려, 왜?”라는 제목의 기사를 써 포털에도 공개했다. 이 신문은 기사에서 “배우 문성근이 부친 고 문익환 목사와 북한 김일성 주석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 눈길을 끈다”고 쓰고 문 목사와 김일성이 만나 손잡고 웃는 사진을 실었다. 사진에는 “1989년 3월 밀입북한 고 문익환 목사와 김일성 주석이 면담을 마친 뒤 손을 맞잡고 나오는 모습.[문성근 페이스북 캡처]”라는 설명을 붙였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문성근 배우는 페이스북에 ‘김일성 사진’을 올린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올린 ‘문익환 목사와 김일성 주석의 만남’에 관한 글과 사진을 ‘공유하기’한 것이다. 이 글과 사진은 일본에 거주하는 정치학자이자 통일운동가인 강민화 박사가 문익환 목사의 방북 35주년을 기억하기 위해 올린 것이다. 그는 페이스북에 “머지 않아 35년입니다”라는 짧은 글, 문성근 배우의 아버지 문익환 목사와 북한 김일성이 함께 찍은 사진을 함께 포스팅했다. 헤럴드경제는 이것을 마치 문성근 배우가 김일성 사진을 SNS에 직접 올린 것처럼 오해하도록 제목을 붙이고 사진을 잘라 조작한 것이다.
기사는 문성근 배우가 왜 이 글과 사진을 ‘공유하기’ 한 것인지, 어떤 의미인지 언급 없이 “문 씨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별다른 코멘트 없이, 해당사진을 공유했다”라고만 썼다. ‘취재 안하고 받아쓰기’한 무책임·무성의 기사의 전형적 사례다. 처음부터 어떤 의도에 맞춰 기사를 쓴 것이어서 굳이 기자가 당사자인 문성근 배우를 상대로 취재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기자는 이어 기사 후반부에서 문성근 배우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진을 나란히 게재하고 “(문성근 배우가) 최근 조국혁신당 후원회장을 맡으며 야권을 지원사격에 나섰다”는 글을 덧붙였다. ‘북한 김일성 주석 사진을 SNS에 올린 문성근 배우=조국혁신당 후원회장’으로 연결시켜 최근 총선을 앞두고 주목받고 있는 조국혁신당에 색깔론을 제기한 것이다.
헤럴드경제 기사가 포털에 공개된 뒤 다른 여러 매체들도 이를 받아썼다. 극우성향의 조선일보(이혜진 기자)·한국경제신문(홍민성 기자)·문화일보(임정환 기자)는 물론 중앙일보(임성빈 기자)·서울신문(문경근 기자)·한국일보(최은서 기자) 등도 “조국혁신당 후원회장 문성근(또는 ‘조국지지 배우 문성근’)”이 “SNS에 김일성 사진을 올렸다”라는 제목으로 일제히 보도했다. 포털에 공개된 한 인터넷매체의 기사 제목은 “배우 문성근, ‘北 김일성’ 사진 떡 하니...‘조국지지’는 여전”이었다. 문성근-조국에 ‘종북’ 색깔을 입히려는 헤럴드경제 기사의 의도가 다른 매체에 그대로 전달된 것이다.
문성근 배우는 헤럴드경제의 최초 보도를 캡처해 다시 페이스북에 올리며 항의했다. 그는 “헤럴드경제 장연주 기자, 제목 장사 잘했다고 칭찬받았어요? 캡처 사진에서 ‘강민화 이름과 글’을 뺀 것은 ‘사진조작’이지요?”라고 묻고 “조작한 사실에 대해 사과하고 기사를 삭제하기 바랍니다”라고 요구했다.
최근 조중동을 비롯한 주류 언론들이 선거를 앞두고 야당에 색깔론을 꺼내든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윤석열 정권 낙하산 사장이 취임한 공영방송 KBS마저 색깔론 보도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공론의 장을 오염시키는 망국적 색깔론을 퍼뜨리는 것이 무슨 듣보잡 매체가 아니라 대형·유명 언론들이어서 더 부끄럽다. 시대착오적인 색깔론 보도도 그렇지만, 명색이 주류 언론이라는 매체들이 이렇게 싸구려 저열한 기사로 국민을 분열시키는 짓은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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