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한동훈과 함께 이상민 관저로 불러 만찬 회동
'관저 정치' 눈길 쏠린 가운데 신임 확고 메시지
고교 후배에 경찰 장악 수족 노릇 등 '대체 불가'
이태원 참사 유족들 분노…"특수본에 압력 아니냐"
민주당, 7일 의총 열어 해임안‧탄핵안 전략 결정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관저로 불러 만찬 회동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결국 '이상민 절대 사수'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제 이 장관 거취는 민주당이 해임건의안 또는 탄핵소추안을 밀어붙이고 이에 여론이 얼마나 호응하느냐가 마지막 관건으로 남아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3일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이 장관을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고 한다. 대통령실 참모진이나 다른 장관들 대다수가 아직 관저에 발도 못 들여본 상황에서, 그것도 야당이 문책을 벼르는 민감한 시기에 이 장관을 관저에 부른 것은 윤 대통령 신임이 확고하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 장관에 대한 여론이 매우 부정적이고 야당은 해임건의안은 물론 탄핵소추안까지 검토하고 있음에도 끝까지 내치지 않고 감싸겠다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엄연히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책임이)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되는 거지,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져라, 그건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확하게 가려달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지난달 11일 동남아 순방을 떠날 때 배웅하는 이 장관의 어깨를 툭툭 두 번 두드려 격려했고, 이어 16일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할 당시에도 마중을 나온 이 장관에게 "고생 많았다"며 악수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입주한 지 아직 한 달도 안 된 한남동 관저에는 외빈을 제외하면 '윤핵관' 4인방으로 꼽히는 권성동·장제원·이철규·윤한홍 의원 부부와 국민의힘 지도부 정도가 지금까지 초청됐다. 이 같은 '희소성' 때문에 윤 대통령의 '관저 정치'가 여권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실정이다. 관저에 초대받고 못 받고에 따라서 '윤심'의 향배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당권주자 중 한 명인 나경원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조차 라디오 인터뷰에서 "관저는 아직 못 갔다"며 "특별한 분들만 가시는 것 같다. 관저 갔다 와야지 낙점이 된다고…"라고 말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윤 대통령의 이 장관에 대한 총애는 각별하다. 고등학교·대학교 선후배 사이라는 특유의 사적 인연도 강하게 작용하는 데다, 무엇보다 행안부 경찰국 신설을 통한 경찰 장악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이 장관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검찰과 달리 고분고분 말을 듣지 않는 경찰을 최대한 길들이고 이른바 '본부장 비리'에 관한 경찰 수사를 통제하기 위해서도 수족 노릇에 충실한 이 장관이 대체 불가능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이 장관 문책은커녕, 의도적인 화물연대 초강경 탄압을 통해 오히려 이 장관의 활동 반경을 더 넓혀주고 존재감을 키워주는 형국이다.
이런 윤 대통령 행태를 두고 이 장관 해임을 강력하게 요구해왔던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거듭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고(故) 이지한 씨 아버지 이종철 씨는 지난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해외 순방 다녀와서 이상민 장관 어깨를 토닥이고 등을 어루만졌는데, 특수본에 간접적인 압력 아니냐"며 "이 사람은 내 새끼고 내 사람이니까 잘 처신해라, 이게 공정과 상식이냐"고 탄식했다.
이어 "왜 우리를 도와주는 분들을 정쟁으로 몰고가서 도와 주지 못하게 만드냐. 명단 공개하는 게 패륜이냐. 당신들이 패륜 집단"이라며 "이상민 장관 파면을 요구하는 게 정쟁 소지가 있느냐"고 절규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대표이기도 한 이종철 씨는 6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도 출연해 "(이 장관이) 특수본에서 수사를 받고 국정조사를 받으려면 보통 사람으로서 받아야지, 행안부 장관으로서 받게 되면 국회에서 국정조사 의원들이 자료를 요청했을 때 똑바로 되지 않을 거라고 본다. 특수본 수사도 마찬가지"라며 해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제 유족들 바람대로 이 장관이 물러나게 하려면 현실적으로 남은 방법은 원내 1당인 민주당의 강공책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당초 우세한 의석 수를 바탕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해임건의안을 의결한 뒤 윤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면 탄핵소추안 단계로 넘어갈 계획이었지만, 지난주 김진표 국회의장의 '거부'로 본회의 보고조차 이뤄지지 못하면서 곧바로 탄핵소추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놓고 신중하게 저울질하는 중이다.
민주당은 7일 의원총회를 열어 해임건의안과 탄핵소추안 처리 전략을 결정한다. 탄핵소추안 처리로 직행할 경우 여야가 협의 중인 예산안 처리나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의 파행이 예상돼 아직은 해임건의안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한 기류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당초 계획대로 해임 건의안을 먼저 처리하고 거부 시 탄핵 절차에 돌입하는 단계적 방안과, 국회의장과 국민의힘에 의해 지난주 본회의가 무산된 만큼 해임 건의안을 처리하고 바로 탄핵안을 발의하는 방안 등을 놓고 당내 총의를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당의 단결된 힘으로 이상민 장관의 책임을 반드시 엄중히 묻겠다"고 다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6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저희는 해임안 처리 여부와 관계없이 탄핵까지 가겠다는 것"이라며 "예산안은 예산안이고 탄핵안은 탄핵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 장관 해임 및 탄핵을 강행할 경우 예산 협의는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은 12월 9일 정기국회가 끝나면 12월 임시국회를 다시 열고 연말까지 이상민 장관 탄핵으로 정쟁을 이어갈 심산"이라며 "민주당은 선을 넘지 말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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