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지한씨 아버지 이종철씨, YTN 라디오 인터뷰

“한 달 넘도록 부검 결과 왜 안 나오나?”

‘정부와 법무부의 시나리오’ 의심

지난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유가족 간담회가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됐다. 2022.12.1. 연합뉴스
지난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유가족 간담회가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됐다. 2022.12.1. 연합뉴스

고 이지한 배우의 아버지 이종철 씨가 6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희생자 대상으로 3건의 마약 관련 부검이 진행됐다고 증언했다. 그는 “어떤 유가족은 한달이 넘도록 부검 결과를 통보받지 못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지난 4일 “일부 검사들이 이태원 참사 직후 희생자들의 장례식장을 방문, 유족들에게 ‘마약 관련 부검’을 요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시민언론 민들레가 이종철 씨의 인터뷰를 요약-정리했다. 유족들에게 ‘마약 관련 부검’을 요구했다는 내용은 인터뷰 말미에 정리했다.

방송 중 발언이라 문장을 기사형식에 맞춰 바꿨다. 편집자주

- 고 이지한씨의 아버지 이종철 씨 얘기를 들어보겠다. 그동안 어떤 점이 가장 답답했나?

“정부는 사고가 일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 아이들이 어디에 있었는지, 어느 병원에 있었는지, 지금 상황이 어떤지에 대해 전혀 얘기가 없다. 유가족들과 소통을 안 하려고 하는 건지, 왜 상황을 이렇게 끌고 가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우리도 똑같이 세금 내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 정부가 유가족들한테 정보도 잘 알려주지 않고 소통도 하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 안타깝다는 건가?

“분명히 살릴 수 있었고 한 명도 안 죽을 수 있었으니, 당연히 진상 규명이 되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걸 밝히려면, 유가족들한테 물어봐서 답을 얻을 수도 있다. 유가족 중에는 당시 현장에 어머니, 동생과 함께 갔다가 두 분은 살고, 한 분은 돌아가신 경우도 있다. (그런 분들이 당시 상황을) 제일 잘 알고 있을텐데 왜 안 물어보는지 답답하다. 유가족들이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뭐가 필요한지, 왜 물어보지도 않고 왜 자기네들끼리 판단을 하는지 모르겠다. 유가족들이 힘이 없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국민들을 이렇게 우습게 대해 왔는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 정부는 피해자들을 위해 모든 지원을 한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어떤까?

“내가 알고 지내는 가까운 친구도 그렇게 알고 있더라. 정부와 행안부는 유가족 접촉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 일대일 매칭 방식으로 지원한다고 했는데?

“장례식장에 찾아온 서울시청 (공무원)과 경찰관이 뭐든지 도와줄 테니까 말만 해라, 그렇게 얘기했다. 그 뒤로는 (연락이) 없다. 행안부에서 지난 23~24일 유가족 일부에게 전화와 문자를 했다. 20여 명한테 전화해서 ‘협의체와 추모공간이 필요하냐’고 물어봤다. 또 문자로도 같은 질문을 하고 답변을 요구했다. ‘6시까지 답변이 없을 시에는 반대하는 것으로 알겠다’고 하더니 그 다음날 언론에 내더라.”

- 어떻게 언론에?

“일부 유가족들은 슬픔이 너무 커서 아직은 추모공간이나 협의체나 할 정신이 없다, 그래서 지금 정부에서는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유가족이 원할 때까지 기다리겠다, 이런 내용으로 언론에 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지난 달 22일 기자회견 때 분명히 ‘추모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유가족들이 정치권이나 국회에 뭘 요구하고 있나?

“단 하나, 진실이다”

- 관련 경찰들 영장이 청구됐는데, 두 명은 기각되고 두 명은 발부가 됐더라.

“그 보도를 보고, 나뿐만 아니라 다른 유가족분들은 또 잠을 못 이룰 것이다.”

- 어떤 의미인가?

“가슴 속에서 불이 나서 그렇다. 이게 말이 되나. 기소는 검사가 하는 거 아닌가. 나는 그동안 한쪽(경찰)만 보고 있었는데 검사도 있다는 걸 깜빡했다, 다 같은 편이다. 정부나 정치권에 유가족들이 원하는 건 하나밖에 없다. 진실과 진상 규명이다. 제발, 유가족들이 밥은 먹는지, 어디 한강으로 가는지, 바다로 가는지 그런 사실은 좀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 유가족 입장을 알아야 한다?

“행안부가 왜 자기들 맘대로 (중대본을) 만들었다가 해체했다가, 또 뭘 만들었다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유가족들은 지금까지 도움받은 게 하나도 없는데.”

- 전혀 도움을 못 받고 있다?

“연락이 와야 도움을 받지 않나.”

- 해체라는 건 무슨 말인가?

“중대본이 며칠 전 해체됐다”

- 유가족도 있는데 해체했다, 이렇게 이해하면 되나.

“그렇다. 유가족들은 중대본에서 연락받은 것도 없고, 그동안 소통도 전혀 안 했는데 자기들은 할 것 다 했다고 해체했다. 그러더니 다시 유가족지원단이라는 걸 만들지 않았나. 답답한 마음에 유가족들 중 한 분이 전화를 했다더라. ‘왜 중대본을 해체하고 지원단을 만들었냐, 지원단에서 우리한테 해 줄 수 있는 게 뭐냐’ 물어보니 아직 계획된 것이 없다더라.”

- 며칠 전 국회에서 특별위원회 면담을 했는데 당시 국민의힘은 안 나왔다고 들었다. 또 지난 11월 21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비공개 면담을 가졌는데...

“나도 갔었다. ‘아, (저 사람들이) 억지로 나왔구나’ 하는 그런 느낌이 확 들더라. 너무 성의가 없어 보였다. 유가족들이 말을 하는데 졸고, 휴대폰 하고. (유가족 분이) 말하다 언성이 높아지니 밖으로 나가더라. 말이 되나. 다음날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면담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158명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그런 말을 또 언론에 내더라.”

- 그게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안타까웠다. 또 우리가 이용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유가족들과 얘기할 때는, ‘정부와 얘기해서 하나하나 다 살펴보겠다’면서 눈물까지 흘렸다. 나는 ‘좋은 분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날 그런 말을 하니 ‘우리가 또 바보처럼 이용 당했구나,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나 뿐만 아니라 유가족 모두 너무 실망했다.”

- 비공개 면담 자리에서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어떤 것들을 해 주겠다면서 눈물을 흘리던가.

“유가족들은 ‘행안부와 정부에서 연락이 없으니 유가족들한테 연락 좀 하도록 해라’ ‘유가족 명단도 좀 알려달라’ ‘유가족들이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달라)...”

- 그런 요청을 하니 해 주겠다고 얘기했나?

“정부에 얘기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협조를 구하겠다고...”

- 유가족 모임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정부로부터) 명단을 전혀 확보 못 했던 건가?

“하나부터 부터 열까지 유가족들이 다 했다. 정부에서 연락처 공유를 해 달라고 해도 안 되니까.”

- 연락처 요청을 했는데 안 해 준 건가, 아니면 그냥 없다고 한 건가?

“나도 요청했고, 거의 대부분 (유가족들도) 요청했다.

- 유가족들 모임에는 158분 전원 참여한 건가?

“어제(5일)까지 87분 모이셨다.”

- 연락처는 확보했나?

“그렇지 않다. 아직도 연락이 닿지 못한 분들이 있다. (그러나) 연락이 계속 오고 있다. 정부에서는 연락이 없다. 알려줄 생각도 없는 것 같다.”

지난 1일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유가족 간담회에서 유가족이 울먹이고 있다. 2022.12.1. 연합뉴스
지난 1일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유가족 간담회에서 유가족이 울먹이고 있다. 2022.12.1. 연합뉴스

- 국조특위 면담 자리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 명도 안 나왔다.

“나도 그 얘기를 언론을 통해 접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서 일방적으로 통보해서 안 나왔다고 한다더라. (그러나) 유가족들은 국민의힘 이만희 간사와 민주당에 똑같이 전달했다. 이만희 간사가 내용을 접수했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민주당과 날짜와 협의해서 연락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왜 그런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다 연락했다. 유가족들은 분명히 이만희 간사한테 요청을 했고 이만희 간사는 ‘민주당과 시간 날 때 협의해서 알려 주겠다’고까지 했는데 안 나왔다.”

- 불참한다는 연락은 받았나?

“그 연락은 민주당으로부터 받았다. (국민의힘으로부터 )직접 받은 게 아니다.”

- 이상민 행안부 장관 거취, 책임 문제도 얘기 했는지?

“국회에서 했다. (이 장관이) 특수본에서 수사를 받고 국정조사를 받으려면 ‘보통 사람’으로서 받아야지 ‘행안부 장관’으로서 받으면 안 된다고 본다. (장관 신분이면) 국회에서 국정조사 의원들이 자료를 요청할 때 제대로 되지 않을 거라고 본다.”

- (장관 사임을 하고) 책임을 진 다음에 하는 게 맞다는 게 유가족 입장인가?

“그렇다.”

엠비시 방송 화면 캡처. 시민언론 민들레
엠비시 방송 화면 캡처. 시민언론 민들레

 

- 최근 MBC 보도에 따르면 마약 관련해서 유가족들한테 ‘부검’ 얘기를 했다고?

“나도 그 얘기를 들었다. 아마 유가족들 거의 다 들었을 것이다.”

- 대검은 아니라는 입장이던데?

“내가 알기로 거의 다 들었다. 경찰들이 처음 와서 하는 얘기가, 조서를 꾸려야 한다, 그리고 부검을 할지도 모른다고 하더라. 그래서 ‘아니, 사인이 압사 아니냐?’고 했더니 확실치 않다고 하더라. 그래서 부검을 해야 하고 마약 관련 확인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더라. 그런데 내가 알기로 전체 유가족(희생자)분들 중 세 분이 부검을 했다. (다른 분들은) 부검을 안 한 걸로 알고 있다. 어떤 분은 ‘한 달이 넘었는데 부검 결과가 안 나왔다’고 하더라. 이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더라. 부검 결과가 한 달이 넘도록 안 나오는 이유는, 내가 볼 때는 국정조사에 법무부가 빠졌는데, 전국적으로 똑같이 ‘부검 얘기’를 했다는 건 계획된 거라고 본다. 그렇게 유가족들이 슬퍼하고 아무 생각이 없을 때 정부와 법무부는 시나리오를 다 짰던 것 같다. 어떻게 그 상황에 하나같이 다 똑같은 얘기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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