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인터뷰 내용 비판했다고 원색적 욕설
페이스북 계정 정지될 정도의 심각한 인신공격
김건희 사과 요구하다 금방 꼬리 내리고 권력 아부
살아있는 권력 비판은커녕 정말 비겁한 강약약강
한동훈 “혐오 언행 하는 분들, 당에 있을 자리 없어”
바로 그런 인물이 국힘 고위직에…반성·사과해야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필자는 1년 반 전에 <얼룩소>라는 플랫폼에 쓴 글에서 김경율 회계사(현재 국민의힘 비대위원)를 비판한 적이 있다. 당시에 조선일보가 김경율 회계사의 책 홍보성 인터뷰를 큼지막하게 실어준 것을 봤는데, 제목부터 내용까지 좀 어처구니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글에서 이렇게 썼다.
“제목부터 참 모순이고 아이러니했다. ‘운동권이여, 젊은 시절 투쟁을 훈장으로 삼지 말라.’ 이 제목을 달면서 <조선일보>나 김경율이 스스로 모순을 느끼지 못했다면 참 둔감하거나 뻔뻔한 것이다. 지난 몇 년간 한국 사회에서 운동권 경력을 가장 잘 팔아먹어 온 사람이 바로 김경율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기사에도 그가 ‘젊은 시절 화염병을 던졌고, 수배자였고, 위장 취업했고, 참여연대에 있었고, 삼성재벌과 싸웠고’ 이런 것을 줄줄이 강조해서 나열하고 있다. 이런 ‘운동권 훈장 과시’의 효과는 분명하고 대단했다. ‘이런 사람도 진보진영을 비판하고 윤석열을 지지하고 검찰을 편들고, <조선일보>와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은 여론을 움직였다.”
“<조선일보> 기사에서 “앞으로도 운동권으로 남겠다”는 김경율의 언급을 보면서 어처구니없었다. 수십 년간 이름 없이 묵묵히 투쟁했고 지금도 신념을 잃지 않고 있는 ‘운동권’들은 저것을 보고 무엇을 느낄까. 윤석열과 검찰권력과 족벌언론을 위해 봉사하면서도 스스로가 ‘운동권’이라는 자부심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런데 이 글을 써서 올리자마자 곧 더욱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페이스북에도 올린 나의 그 글을 보고 화가 난 김경율 회계사가 온갖 막말과 욕설을 담아서 나를 비난하는 글들을 연달아 올리면서 나를 강제 태그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 그런 글들에는 김경율과 비슷하게 ‘진보 지식인’, ‘청년 논객’이라는 감투를 쓰고서 조국 전 장관과 윤미향 의원을 공격하거나, 조선일보에 글을 쓰던 사람들이 서로 ‘좋아요’를 눌러주고 있었다.
그 글에서 김경율 회계사는 “등*”, “병*”, “새*”, “조삐*”, “쓰레*”, “버러*”같은 욕설과 막말들을 비슷한 발음의 다른 단어로 바꿔치면서 나에게 쏟아붓고 있었다. 페이스북 관리정책을 피해 가려는 꼼수로 보였는데, 그럼에도 너무 심각한 막말과 욕설들로 범벅이었기 때문에 곧 김경율 씨의 페이스북 계정이 일주일 정도 정지돼 버렸다는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누군가를 정치적으로 비판했다가, 논리적인 반박이 아니라 욕설과 막말을 듣게 된 나는 너무나 황당하면서도 불쾌해 정식으로 사과를 요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김경율 회계사가 왜 저렇게 인간적으로 망가진 것인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나도 김경율 회계사에게 비판적인 의견과 댓글을 달았다가 욕설과 막말을 들은 적이 있다’는 여러 페이스북 친구들의 반응을 접하고서는 안쓰러움이 더 강해졌다.
결국 귀찮기도 하고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냥 넘어가게 됐다. 그 후로 김경율 회계사가 윤석열 정부 밑의 ‘불합리한 노동관행 개선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제도개선 자문단’ 단장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그렇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을 위해 발 벗고 나서서 돕더니 한 자리는 얻었구나’ 싶어서 씁쓸한 웃음으로 넘겼다.
김경율 회계사가 윤석열 정부와 검찰과 족벌언론들의 ‘이재명 죽이기’를 도우면서 온갖 마구잡이 의혹을 제기하는 장면, 김건희 씨의 양평 고속도로 의혹 등을 감싸주는 장면, ‘문재인이 평산책방을 통해서 정치자금을 조성하고 있다’며 비난하는 장면 등을 볼 때마다 씁쓸한 마음은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공정과 상식’을 말하면서 조국 전 장관과 윤미향 의원에 대해서 그토록 온갖 조롱과 거친 비난을 해대던 김경율 회계사나 그 비슷한 인사들(진중권, 권경애, 금태섭 등)이 윤석열 정권이 집권 이후에 매일같이 터트리는 몰상식과 불공정의 반동적 퇴행에 대체로 침묵하거나 선택적으로만 마지못해 모기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면서도 기가 막혔다.
그러면서 ‘저 사람들도 윤석열 정부의 불공정과 몰상식이 드러나면서 집권 초기부터 지지율이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매우 초조하겠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김경율 회계사는 언젠가 조선일보에 또 나와서 “지금 정부가 실패하면 내가 이제 어디로 가겠나. 그래서 윤 대통령이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 주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김경율 회계사의 초조함과 절박한 심정이 느껴지는 인터뷰였다. 이어서 총선을 앞두고 김경율 회계사는 ‘금태섭 신당’(새로운선택) 출범식에 참석했다. 윤석열 정부가 위기를 벗어날 가능성이 잘 안 보이니까, 다른 곳에서 살길을 찾는 게 아닐까 싶었다. 아니면 금태섭 신당도 결국은 윤석열 정부를 돕기 위한 한 방법으로서 생각하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얼마 후에 국민의힘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가 등장하며 김경율 회계사는 새로운 비대위원으로 깜짝 등장했다. 이걸 보니 김경율 회계사가 이미 참여연대에 있을 때부터 한동훈 검사와 정보를 주고 받으며 서로 끌어주고 밀어줬으며, 그것이 2019년 ‘조국몰이’ 광풍이 몰아칠 때 그가 ‘조국 펀드와 권력형 비리’ 가짜뉴스를 퍼트린 배경이라는 소문이 더 설득력 있게 떠올랐다.
무엇보다, 나는 김경율 회계사가 이제 이 나라의 집권여당 비대위원이라는 최고 상층부로 올라간 상황에서 1년 반 전의 막말과 욕설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 예의와 품격도 없고, 스스로 바닥을 보여 준 사람이 아무런 반성과 사과도 없이 막대한 권력을 가진 공인이 되는 것은 우리 사회를 위해서도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경율 비대위원이 ‘참여연대 출신’의 경력을 훈장처럼 과시하며 그토록 강조하던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감시’, ‘진영을 가리지 않는 비판’은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분노도 더해졌다. 그런데 얼마 후 김경율 비대위원이 ‘김건희 사과’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프랑스 혁명이 왜 일어났을 것 같냐”면서 “마리 앙투아네트 이분의 사치, 난잡한 사생활 이런 것들이 드러나면서 감성이 폭발된 것”이라는 발언까지 했다.
나는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섣부른 판단과 달리 김경율 회계사는 역시 참여연대 활동까지 한 운동권 출신의 양심과 소신을 간직하고 있었던 것인가? 나름 소신 있게 할 말을 하고 있는데 내가 굳이 지난 문제를 꺼내야 할까? 하지만 수사받아야 할 문제를 사과로 퉁치는 것은 물타기가 아닌가? 여러 뒤숭숭한 고민들에 머리가 복잡해졌지만, 며칠 만에 모든 것이 무의미해졌다.
중요한 고비 때마다 항상 그랬듯이 이번에도 김경율 비대위원은 조선일보에 나와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씨를 향해 큰절을 올렸다. 그는 “김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하고 ‘수도권과 대구·경북 출마자 사이에 인식 차가 있다’고 한 내 발언은 과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정곡을 비켜가지 않는 특유의 사자 같은 모습”을 찬양했다.
또 그 며칠 후에는 아예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더 이상 밝혀질 것이 없다"면서 윤석열 부부의 충성스러운 인간 방패로 변신했다. 그 후로는 ‘김건희’의 ‘김’ 자도 입에 올리지 않으면서 거꾸로 ‘정대협이 국고보조금을 유용했다’거나, ‘노무현 재단이 건축비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저분이 저런 걸 하라고 제가 모신 거”라고 만족해했지만, 이것은 그야말로 ‘아니면 말고’ 식으로 막 던진 것이고 아무런 근거도 없어서 반박할 가치나 건덕지도 없을 정도였다. 결국 김경율 회계사에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비판’이라는 소신과 양심은 존재하지도 않았던 셈이다. 오로지 ‘강약약강’만 있을 뿐이다.
그냥 총선을 앞두고 ‘김건희 특검을 피하기 위해서도 대충 사과나 하고 넘어가자’는 제안을 했다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눈꼬리를 올리니까 금방 깨갱하면서 꼬리를 내려버렸다. 남은 것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아양’뿐이다. 따라서 나는 아무런 미련도 없이 분명히 요구한다. 김경율 비대위원은 막말과 욕설에 대해서 나에게 사과하라. 윤석열 부부에게는 바른말을 했다가도 사과하면서 나에게는 왜 사과하지 않는가? 또 강약약강인가?
언제나 자식을 걱정하는 내 어머님은 내가 김경율같은 ‘높은 사람’에게 밉보이면 화를 입을지 모른다고 걱정하신다. 내가 ‘그럴 일은 없다’ 웃으며 안심시켜 드렸다. 물론 김경율 비대위원은 오래전부터 정치검사들이나 조선일보와도 매우 가까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처럼 검찰권력, 언론권력이 뒤를 봐주는 사람과 맞서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살아있는 권력’에 겁먹어서 침묵하고 피하는 것은 나까지 김경율 비대위원과 같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일이다. “혐오의 언행을 하시는 분들은 우리 당에 있을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던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동료시민’에게 이런 막말과 욕설을 한 사람이 아무런 반성과 사과도 없이 집권여당의 고위직에서 행세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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