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사건 축소·은폐 시도의 출발점 돼"

“작성유포자·지시한 윗선 모두 수사해야"

"축소 왜곡 주체가 정부기관이라는 게 충격"

한동훈 “임무수행 공직자 욕 보이는 행동”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정치테러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과 위원들이 18일 오전 서울경찰청에서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죄' 위반 관련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종합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2024.1.18.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정치테러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과 위원들이 18일 오전 서울경찰청에서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죄' 위반 관련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종합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2024.1.18.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일 발생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살인미수 테러와 관련한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총리실 공무원을 고발했다. 전현희 민주당 당 대표 정치 테러 대책위원장과 이해식 의원은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을 방문해 해당 총리실 공무원에 대해 허위 공문서 작성 및 동 행사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오전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부지를 찾았을 당시, 이 대표의 행적을 뒤쫓던 스토커 살인 미수범으로부터 칼로 찔리는 습격을 당했다. 이후 총리실 산하 대테러센터는 이 대표의 상태에 대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문제는 이 문자메시지가 다수의 오류를 포함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1.5cm 자상을 1cm 열상으로, 출혈량이 많았음에도 적다고 되어 있었으며, 특히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중상이었음에도 경상으로 표현돼 있었다. 사건 발생 이후 1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와 같은 오류가 포함된 문자를 정부 기관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발송했다는 점에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이 문자의 발송 책임을 놓고 국가기관 간 책임 떠넘기기가 발생하면서 의혹을 증폭시켰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소방청에, 총리실 대테러센터는 경찰청과 소방청에 문자 내용의 책임을 돌렸다. 이에 소방청 관계자는 민주당에 소방청에서 최초 작성한 ‘소방 1보’ 내용을 민주당에 비공식 제보하기도 했다.

소방 관계자가 작성한 ‘소방 1보’에는 ‘흉기’라고 표현된 범행도구가 대테러센터 문자에서는 ‘과도’로 바뀌었고,  ‘경상 추정’ 등의 표현이 추가됐다. 아직 소방 1보의 진위는 검증되지 않았으나 이 내용이 맞는다면 총리실 대테러센터에서 문자를 발송하면서 소방청 보고 내용을 축소, 변경했다는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전현희 정치테러 대책위원장은 “허위 사실이 담긴 총리실 대테러종합상황실의 문자가 사건 초기 테러 사건 축소·은폐 시도의 출발점이 됐다”면서 “문자를 작성한 사람 및 지시한 사람 모두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국민의힘은 ‘음모론’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5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은 이 대표 피습 사건과 관련해 희한한 음모론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면서 “음모론으로 먹고사는 정당이 어떻게 공당일 수 있겠냐”라고 말했다. 이어 “이 상황을 일종의 출구전략으로 이용하려는 것 같다”면서 “지지자를 결집하고 위기에서 탈출하려는 비이성적 음모론을 그만두시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한 영상. 경찰이 지난 2일 이재명 대표 테러 사건 발생 직후 1시간도 지나지 않아 현장을 물청소하고 있는 모습. 2023.1.15. 델리민주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한 영상. 경찰이 지난 2일 이재명 대표 테러 사건 발생 직후 1시간도 지나지 않아 현장을 물청소하고 있는 모습. 2023.1.15. 델리민주 갈무리

한 위원장은 또 “자기 당에서 탈출구를 만들기 위해 충실히 임무를 수행하는 경찰 공무원과 의사들, 공직자들을 욕보이는 행동”이라면서 “부산대병원도 경찰 수사도 국무총리도 다 믿을 수 없다는 누구를 믿겠다는 것인가. 배후를 이야기하던데 어떤 걸 상상하는 건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총리실 고발도 이야기하던데, 이 이야기를 총선용으로 계속 끌고 가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면서 “민주당이 과거에는 검찰만 악마화했는데, 이번에는 경찰과 총리실, 부산대 의료진을 악마화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의혹 제기를 ‘음모론’으로 치부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전현희 위원장은 지난 16일 “야당 대표에 대한 끔찍한 암살 미수 테러 사건에 대해 정부와 수사당국에 의한 축소, 왜곡 정황이 팩트와 증거로 드러나고 있다”면서 “더 충격적인 것은 축소, 왜곡하려는 주체가 총리실과 수사당국, 정부 기관이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상 규명과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 현장을 보존하지 않고 출혈 현장을 경찰서장 지시로 청소했다”면서 “명백한 증거인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사건 현장 물청소에 대한 의혹 제기에 대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증거 수집 후 현장을 물청소한 걸 두고 증거인멸이라고 주장하는 것부터 합리적 의심이 아니라 비합리적 억지”라면서 “국민들께서 음모론에 큰 관심을 주고 있지 않은 이유도 계속 반복돼 온 민주당의 ‘아니면 말고’식 의혹 제기, 가짜뉴스와 억측을 기반으로 한 국민 선동의 연장으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물청소 이전에 증거 수집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민주당에서 반박이 이어지고 있다.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당직자들로부터 “당시 이 대표에게 대량 출혈 징후가 포착돼 경찰에 응급 전문가 전화 연결을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현장의 경찰 관계자는 절대적 안정이 필요한 환자를 응급구조 전문가도 없이 경찰차로 옮기려 했다”라는 등의 증언이 나왔다.

특히 경찰이 이 대표가 사건 당시 입고 있던 와이셔츠의 확보가 늦었다는 사실에 대해 시인하고 있는 만큼 물청소 이전에 증거 수집을 완료했다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주장은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있다. 살인미수범의 범행 당시 칼이 셔츠를 뚫고 지나가면서 치명상을 막았다는 점에서 와이셔츠는 핵심 증거에 해당한다. 경찰은 “범행 당일 바로 부산대병원을 상대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 다음날인 1월 3일 발부된 압수 수색 영장을 즉시 집행했으나 와이셔츠 소재가 확인되지 않아 병원 및 민주당 관계자를 통해 와이셔츠 소재를 계속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15일 해명 자료에서 범행도구인 칼을 압수하고 혈흔이 묻은 수건, 거즈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이 대표가 사건 당시 매고 있던 넥타이 등 다른 의복은 물론 사건 현장 사진을 경찰이 확보하고 있는지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의혹 해소를 위해 경찰이 물청소를 하기 전에 확보한 증거가 무엇인지 모두 밝히는 작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 증거를 제대로 확보한 뒤에 물청소를 한 것인지 규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현해 “증거 수집할 때까지 폴리스라인을 안쳤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설령 현장 사진을 확보했다 해도 이렇게까지 빨리 물청소를 하는 것이 통상적이지는 않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사진을 다 촬영했다고 해서 5분, 10분 만에 다 청소해 버리고 현장을 다 없애버리는가”라면서 “저는 그렇게 수사하는 경우를 못 봤는데 좀 이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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