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하례회서 윤석열 빗대 "돼지 눈엔 돼지만 보여"
윤 대통령 신년사 '카르텔 타파' 비판하면서 '돼지'
이명박 국정원, 노무현에게 '코알라' 작업하다 실패
동물 별명…'개즌스기'부터 '챔질라' '사면바리'까지
신당 창당을 준비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새해 첫날 윤석열 대통령을 다시 ‘돼지’에 비유했다. 한동안 양두구육이라는 말로 윤 대통령을 ‘개고기’에 빗대 비판해온 이 전 대표가 다시 ‘돼지’를 들고 나왔다.
이 전 대표는 1일 서울역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당 신년 하례회에서 “돼지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돼지들만 보인다고 한다”며 “권력만 노리고 달려가는 저 패거리 권력 카르텔이 자신들이 뜻하는 대로 안 되면 상대를 패거리 카르텔로 지목하고 괴롭힌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또 “그 패거리 카르텔 무리가 우리 사회의 많은 소시민의 꿈과 희망, 천직을 빼앗아 갔다”는 말도 보탰다.
‘돼지’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사를 비꼰 말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1일 신년사에서 “자기들만의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다”며 “부패한 패거리 카르텔과 싸우지 않고는 진정 국민을 위한 개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말은 불안돈목佛眼豚目에서 가져온 말이다. 직역하면 ‘부처의 눈과 돼지의 눈’이지만 흔히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는 식으로 사용한다. 비슷한 뜻의 속담으로 ‘개 눈에는 X만 보인다’가 있다.
‘돼지’ ‘윤돼지’ 등은 윤 대통령의 여러 별명 가운데 하나다. 주로 네티즌들이 온라인에서 사용한다. ‘돼지’는 그림 작가들의 윤 대통령 풍자화에도 곧잘 등장한다. 윤 대통령을 보며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등장하는 돼지 나폴레옹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의 별명 중에는 ‘개고기’도 있는데, 이준석 전 대표가 양두구육이란 말을 사용하면서 추가됐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가 정치판에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3월 장제원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정권의 사냥개가 광견병까지 걸려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물어뜯기 시작했다”는 막말을 한 적이 있다.
경찰이 울산시장의 비서실장 등이 아파트 공사와 관련해 특정 업체를 지원한 혐의로 시를 압수수색하자 나온 발언이었다. 당시 울산시장은 최근 자리에서 물러난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였다.
경찰은 장 대변인의 막말에 시안견유시豕眼見惟豕 불안견유불佛眼見惟佛이라는 말로 받아 쳤다. 불안돈목과 같은 뜻이다. 경찰과 여론의 비판에 장 대변인은 결국 사과했다.
이명박 국정원, 노무현에게 ‘코알라’ 작업
역대 대통령들은 대개 ‘동물 별명’을 적어도 하나쯤은 갖고 있었다. 유명하지는 않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별명 중에는 ‘펭귄’도 있었다. 1971년 교통사고를 당한 뒤 걸음걸이에 문제가 생긴 뒤 붙은 별명이었다. ‘장애인 비하’라는 비판 속에 슬그머니 사라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은 심리학자의 자문까지 받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코알라’라는 별명을 붙이려했다.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사진에 코알라를 합성한 사진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2017년 9월 28일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전직 국정원 심리전단 관계자의 폭로를 인용, 모 심리학자가 “영정 사진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방법이 뭔지 아냐. 다들 어릴 때 사진에 낙서하면서 낄낄거리지 않았느냐”면서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사진 합성을 권했다고 한다.
실제 합성 사진은 일베 사이트 등에서 유포되며 노 전 대통령을 ‘노알라’라 부르며 비하했다. 그러나 설득력 없는 별명인데다 ‘국정원 작품’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취를 감췄다.
그런가 하면 시민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쥐(박이)’라는 별명을 선물했다. 뒤를 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닭(근혜)’라는 별명으로 한 시절을 풍미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인권 변호사 시절 별명이 ‘부엉이’였다. 해가 져도 퇴근할 생각을 하지 않고 일에 매달려 ‘부엉이’라고 불렸다. 일부 극우세력은 ‘부엉이’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한 사실과 엮어 잠시 멸칭으로 사용했지만 역시 설득력 없는 별명이어서 바람결에 사라졌다.
대통령 별명은 민심의 반영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동물 별명은 지지자들이 애칭으로 부르는 ‘챔질라’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최근 위원장 취임사를 읽으며 게 같은 손가락 체스처를 선보여 ‘꽃게훈’ ‘한꽂게’라는 별명을 얻었다.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면바리’ ‘기름장어’ ‘낙지’ ‘XX리’ 등 어류와 곤충류를 포함한 다양한 별명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사면바리’(몸이 작고 넓적하며 몸길이 1.5~2㎜인 기생 곤충)는 이낙연 전 대표가 2021년초 “국민통합을 위한다면 연내 적절한 시기에 현재 수감 중인 이명박, 박근혜 두 대통령의 사면을 대통령께 건의해 보겠다”는 발언에서 유래했다. ‘사면’을 ‘발의’하자 시민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그런가 하면 윤 대통령에게 ‘개고기’니 ‘돼지’니 별명 붙이는 걸 즐기는 이준석 전 대표도 오래 된 ‘동물 별명’이 있다. ‘개준스기’다.
시민들은 정치인들에게 곧잘 별명을 붙여 준다. 특히 대통령이나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에게는 예외 없이 별명을 지어 준다. 긍정적인 별명도 있고 부정적인 별명도 있다. 별명은 때로 그가 어떤 사람인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개고기’ 혹은 ‘돼지’는 ‘개즌스기’가 왜 한사코 별명 짓기에 몰두하는지 깊이 헤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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