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가 정치 지우고 출구도 닫은 2023
지난 1년 대통령 윤석열의 국정운영은 무지와 무능 그리고 무도함으로 일관되었다. 자신의 욕설 발언을 감추기 위해 언론탄압을 하고, 정당정치에 폭력적으로 개입해 위법적 관여를 한 것에 대해 일말의 부끄러움이나 죄책감이 없다. 연말에 이르러 터진 김건희의 디올가방 수수와 국정농단, 그리고 국방부의 독도 주권 포기 교재는 그런 의식의 연장선에서 터질 것이 터진 사태다. 대한민국의 공권력에 대통령의 배우자라는 최측근 사조직이 가동되어 국정이 엉망진창인 데다 주권국가의 존엄을 수호할 의지가 없는 권력의 몰골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탄핵사유의 추가와 함께 정부의 자격을 잃었다. 민심은 지금 그걸 정면으로 주시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에 대한 지지 여론이 70%에 이르는 것은 이런 윤석열 정권의 정치적 탐욕과 만행에 대한 민심의 분노가 임계선을 넘어서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 와중에 일어난 배우 이선균 씨의 죽음은 현 정권의 수사권력이 어떤 인권유린과 살해 의지를 내포하고 있는지도 대중에게 일깨웠다. 수사권력으로 일어선 자들이 수사권력으로 무너지게 생겼다.
사면초가 정도가 아니라 팔면초가가 되었다. 김건희는 갑자기 종적을 감추었고 윤석열은 거부권 행사로 특검 봉쇄를 내세우고 있으나 그를 지지해 온 조중동까지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민심이 심상치 않음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화 없는 정치, 일방적 명령과 지시로 밀고 가는 정치는 저항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의혹이 일 때 제대로 된 해명을 빼고 슬며시 넘어가면 되리라 여기는 것은 위태로운 착각이다. 그로써 더더욱 많은 의혹이 이어져 국민의 뇌리에서 혐의는 범죄로 확정되는 법이다. 윤석열 정권은 지금 이런 국민의 판정대 위에 올라섰다. 빠져나가기 어려운 궁지에 몰린 것이다. 정치를 지우면 권력 발동이 쉬울 것으로 보았겠지만, 그건 잠시다. 정치부재의 시간은 권력 자신의 출구를 닫아버린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독재권력의 본질적 우매함이다.
초장부터 실패의 길 가고 있는 정치검찰 직할체제
윤석열 정권의 위기 탈출은 정치검찰 직할 체제의 조기등판으로 나타났다. 한동훈으로 압축되는 이 체제는 국힘당 장악으로 총선의 경로를 재설계하려 들고 있지만, 초장부터 꼬이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총선 후로"라는 제안은 기만적인 것은 물론이요, 윤석열과 김건희 두 사람에게도 용납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동훈의 첫수는 실패로 끝났다. 비대위 구성도 여론의 비난으로 사퇴자가 생기는 등 비틀거리고 있다.
김건희의 명품가방 수수를 놓고 한동훈이 ‘몰카공작’이라고 둘러댔지만 별 효력이 없다. 사건의 본질이 뇌물수수에 국정농단이라는 점에서 윤석열 탄핵의 뇌관이라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 '총선용'이라고 비난했지만, 그 역시 바보같은 말이었다. 이런 문제가 총선에서 다뤄져 국민적 심판을 받는 게 마땅하기 때문이다. 이걸 빼고 총선을 하자고 우기는 건데, 그걸 누가 들어 주겠는가. 이래도 저래도 죽을 판이다.
게다가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민심의 분노는 더욱 거세질 것이 뻔한데 그걸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김건희 국정농단과 특검, 거부권 행사, 정국이 뒤엉키면 갈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윤석열 정권과 한동훈의 국힘당일 뿐이다.
한동훈의 국힘당 진입은 그야말로 '난입(亂入)'이었다. 정치검찰 직할체제를 만들겠다고 당대표를 내쫓고 들어선 과정이 대단히 난폭했다. 이들이 정치를 이해하고 추진하는 방식이 바로 이것이다. 그렇다면 국힘당 내부는 또 어떨까? 정치검찰의 사당(私黨)으로 만들기 위해 곧 이어질 공천학살의 역풍은 지지기반 자체의 동요로 나타날 수밖에 없으며, 회유와 협박도 한계가 있다.
결국 윤석열이라는 근본문제의 해결 없는 포장 바꾸기로 속이고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한동훈의 정체성은 윤석열을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이 자신의 권력기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군(主君)의 모순은 곧바로 자신의 책임이고 그 모순은 너무나 깊어 그 자체가 수렁이다. 간교한 수를 쓰겠지만 버틸 수 있는 수위가 애초부터 정해진 경로다. 정치 지도자는 경륜이 그의 권위가 되어야 하나, 한동훈은 오만한 잔꾀부리기 달인에 불과하다. 바닥은 금세 드러나게 되어 있고 이미 그렇다.
정치검찰 위기로 끌고 갈 김건희 방탄
김건희 특검은 윤석열 탄핵의 현관문이다. 누가 봐도 명백한 '탄핵 뇌관'인 것이다. 이 뇌관 제거의 방법이 있을까? 윤석열과 김건희가 별개의 존재이자 관계라면 모르겠거니와 그럴 수 없으니 탈출구는 막혀 있다. 무조건 막아보자는 식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여기서 무리수가 나오고 이에 대한 민심의 반발은 필연이다.
더군다나 윤석열의 거부권은 법리상 직접 이해당사자의 수사관여 내지 금지조치라는 점에서 제척사유다. 이런 식이라면 권력자의 자기 가족 수사 방탄이 권리가 되고, 국민 모두 수사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논리로 확장되어도 이상하지 않다. 이건 누가 봐도 말이 되지 않듯이 윤석열의 거부권 역시 말이 되지 않는다.
한동훈 직할체제의 일차 임무는 이 특검을 무력화하는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총선에서 ‘김건희’가 중심담론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무력화의 길은 어떤 정치공작으로도 열리지 않는다. 경기도 양평 고속도로 종점 조작에서부터 명품 가방 수수에 이르는 일체의 사건이 주장이 아닌 사실이기 때문이다.
김건희 방탄이 정치검찰 전체의 운명을 가늠질 할 경우, 검찰권력 내부도 동요하게 된다. 윤석열의 권력기반은 이렇게 여기저기서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급속하게 전개되면, 특검 민심과 이에 따른 탄핵정국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그 에너지가 총선의 결과를 확정하게 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물론 이것이 과도하게 낙관적인 전망일 수도 있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위기를 벗어나겠다는 최후 수단 발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권이 분열하지 않는 한, 결론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의 진로와 선택 ‘정치의 촛불화’
그렇다면 최대 의석수를 가진 민주당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딱 하나다. 김건희 국정농단 문제를 매일 최대 논쟁점으로 밀어붙이고 탄핵정국을 만들어 가면서 개혁정치의 그림을 국민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윤석열의 거부권 행사 여부와 상관없이 70%가 거부권 행사를 반대하는 민심을 정치적 분노로 전환해, 개혁정치의 뼈대를 구축해야 한다. 엄청 다부지게 싸워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선거법은 연합정치를 미래모델로 삼아 개혁정치 역량의 극대화를 기획해야 한다. 그러자면, 국민항쟁과 함께 하는 정치투쟁 외에 길은 없다. 이 무도한 폭력집단의 지배를 붕괴시키고 희망의 미래를 만들 수 있는 방도는 주권자 국민, 보통사람들의 용기와 의지를 굳건히 믿고 이와 함께 하는 것만이 유일하다.
이 결론과 원칙은 언제나 옳다. 국민주권이 작동하는 정치를 통해 이뤄지는 명료한 노선과 실천만이 민주당에 정치적 구원이다. 쉽고 간명한 길을 버리고 다른 길에서 헤매지 않기를 바란다. 그건 정치공학적 머리 굴리기와 그에 따른 패배주의에 기초한 술수정치에 빠져드는 첩경일 뿐이다.
정치공학적 계산이 아니라 엄중한 역사적 판단을 내려야 하며, 정직하고 선명한 노선을 앞세우고 불의한 권력을 무너뜨릴 의지를 뿜어내는 정치가 국민들이 열렬하게 갈망하는 정치다. 이것이 또한 시대적 과제를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의 창조적 분출이 된다.
민중적 열정·의지 받아 안는 정치로 새해 밝은 문 열어야
저열하고 기만적이며 야비한 자들을 몰아내는 것이 우리 정치의 가장 확실한 개혁과제다. 이로써 정치발전은 그 기본틀을 갖게 된다. 이 중심에 서면 노골적인 정치검찰 직할체제 따위야 도리어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가 될 터이다. 2024년의 역사는 바로 이 역동적 변화를 촛불과 함께 할 것인가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
제1차 촛불혁명이 박근혜 정권을 탄핵시켰으나, 각기 뿔뿔이 흩어지는 바람에 개혁과제 실현은 미완으로 남았다. 지금 전개되는 제2차 촛불혁명은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 힘과 결합하는 정치가 시대정신을 이뤄내는 정치다. 오늘의 시대에 촛불을 들지 않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 '정치의 촛불화', 그 개혁과 진보의 민중적 열정과 의지를 받아 안는 정치, 거기서 새해의 밝은 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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