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개혁의지 잃고 헤매는 정치
어느새 총선 정국의 시동이 걸렸다. 여러 정치공학적 계산들이 난무하고 언론은 세력 간의 이합집산에 몰두한다. 이른바 현실정치 문법에 대한 분석이다. 그러나 정작 뜨겁게 솟아 나와야 할 이야기는 다루지 않는다. 기득권 타파를 위한 개혁 과제 논쟁은 실종이다. 정치는 이렇게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자기들끼리의 밥상 차리기”에 여념이 없다.
도대체 어찌 된 셈일까? 한반도의 운명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사회적 양극화를 구조화시키는 자본의 지배질서를 어떻게 혁파할 것인지, 명백해진 노령화 사회의 재정정책을 어떤 식으로 펼쳐나갈 것인지, 교육의 진로는 어떻게 잡아나갈 것인지, 굵직한 미래 구상의 틀거리는 정치인과 정당 그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정치의 구조적 개혁을 위한 선거법의 변화는 단지 주판알 튕기는 대상이 되고 있다.
사유의 규모는 자잘해지고 행동은 가벼워 이해타산에 따라 그때마다 다른 소리를 한다. 팔레스타인의 참극 앞에서 인류애적 발언과 연대는 아예 꺼낼 생각이 없다. 국가적 윤리의 격은 이런 식으로는 기대할 수 없다. 조중동의 의제설정에 놀아난다.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하고 있는지 이제는 스스로도 모르게 된 것은 아닐까.
민주당은 국민을 위한 담대한 투쟁에 나서라
정치가 이런 꼴이 된 가장 큰 책임은 직전 집권당인 민주당이고, 그 중에서도 이재명 당대표에게 있다. 윤석열 정권이 그 본질적 원인이긴 하나 이와 대항해서 정치를 바로 잡아나갈 책임은 야권에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민항쟁을 내걸었던 단식투쟁 이후의 행보는 국민항쟁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강서구 보궐선거의 승리는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게는 정치적 전투력과 결합되지 못했다. 강서구 선거 결과로 환호했던 건 아득한 옛 이야기처럼 되었다. 한마디로 주권자 국민의 열망과 만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 앞가림에 바쁘다. 이런 식으로 계속 가다가는 공적 지도력의 파산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권의 국정농단과 파탄상태는 곧 국민적 피해를 뜻한다. 민주당이 민생을 말할 때 그건 구체적인 정책 점검과 비판, 대안 제시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민생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는 권력의 본산을 초점으로 겨냥해야 힘을 만들 수 있다. 그렇지 않는 정치는 허무할 뿐이다. 국민을 위해 담대하게 투쟁하는 야당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게으르고 늙었고 용기가 없으며 지혜도 고갈되고 있는 모양새다.
1년 반 동안이나 촛불 들고 있는 국민의 함성을 들어라
촛불을 든 국민들은 1년 반째 거리에서 투쟁하고 있는데 민주당에게는 알 바 아닌가 보다. 당 차원에서 단 한마디의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윤석열 정권과 정면으로 싸우라는 목소리는 이들 정치 기득권 세력에게 들리지 않는다. 어차피 자신에게 올 표라는 오만, 그래서 치열하게 전투하지 않아도 정국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겠는가라는 계산법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2016년 촛불혁명은 민주당이 깨끗이 말아 먹었다. 집권 석달 뒤부터 촛불이라는 말은 사라졌고 개혁 피로도라는 말 앞에서 주춤거리면서 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바로 윤석열 정권의 등장이라는 건 더 말하지 않아도 되는 구태의연한 이야기가 되었다. 문제는 이걸 돌파할 정치적 의지와 투쟁력이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를 그만두는 게 낫지 않을까? 솔직하게 무능을 고백하고 주권자 국민의 직접 정치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여의도를 떠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이게 무슨 국력 낭비에 세금 낭비이며 국민들에 대한 희망고문인가.
시민들과 함께 정치혁명에 나서는 지도자만이 권력을 얻는다
노동자들과 농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윤석열 퇴진 운동에 나선 것이다. 이제 조만간 오랫동안 준비해 온 시민들과 커다란 합류의 장이 펼쳐질 것이다. 그건 어느 특정 정당 좋은 일 시키자는 것이 아니다. 정치개혁 또는 정치혁명의 전선 자체를 확대하고 전투력의 집중적 폭발을 위한 결집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하지 않는 정치 지도자 그리고 세력은 결국 도태될 것이다. 뭐 한 게 있다고 권력을 얻을 수 있겠는가.
윤석열 탄핵은 탄핵의 제도적 권한을 가진 헌법기관에게 결정을 맡기자는 것이 아니다. 국민적 압박으로 만들어지는 탄핵 정국을 제도적 절차에 따라 이행하라는 명령의 차원에서 작동될 것이다. 박근혜 탄핵과는 다른 모델이다. 이미 국민들은 수동적 청원자가 아니다. 권력으로 나서는 주권자다.
윤석열 정권 탄핵과 퇴진의 과정은 그 목표가 정치혁명에 있다. 개혁과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정치판 전체를 바꾸지 않고서는 이 중차대한 전환기적 과제를 감당할 길이 없다. 이미 주어진 울타리 안에서 뭘 어떻게 해보자면서 뭐 하나라도 진척이 된 바가 있는가?
다시 ‘개혁’이 중심화두가 되어야 한다. ‘정치혁명’을 지향하는 논쟁이 펼쳐져야 한다. 무엇을 격파하고 무엇을 세울지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벌어져야 우리 모두가 살 수 있다. 오늘의 촛불혁명은 그걸 이루고자 함이다. 전쟁체제를 해체하는 한반도, 외세의 지배를 극복하는 정치·자본의 독점구조를 타파하는 변혁, 생태계의 미래를 구축하는 21세기 지구적 선택 등은 모두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과제다.
개혁을 멈춘 정치는 구정물일 뿐이다. 혁명을 두려워하는 정치는 퇴물들의 놀이터다. 이제 이런 폐정은 끝내야 한다. 못하겠다면 정치에서 손 떼라. 국민들이 직접 나설 것이다. 혁명은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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