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ICBM 대응 안보리 회의, 역시나 '쳇바퀴'
북‧미, ICBM 발사와 한미군사연습 서로 "방어용"
중국 "공격적으로 힘 앞세우는 악순환 끊어야"
러 "미국 군사 기계, 공격적 작전 준비하는 듯"
브라질 "한반도 긴장, 용인할 수 없는 수준"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중립' 브라질 "한반도 긴장 용인할 수 없는 수준"
북 ICBM 대응 안보리 회의…역시 다람쥐 쳇바퀴
"우리는 긴장이 용인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랐고 완화해야만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새해를 시작해야 한다." 브라질의 세르지오 프랑카 다네세 주유엔 대사는 19일(현지 시간) 오후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대응을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한반도에서 "긴장의 또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안보리 회의는 미국의 요구로 소집됐다. 안보리 공식 브리핑에 따르면, 다네세 대사는 "주요 역내 행위자들은 말과 행동의 수위를 낮춰야 한다"면서 한반도의 신뢰 구축과 긴장 완화를 위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라고 안보리에 촉구했다. 그는 북한의 ICBM 발사를 역내 군사 연습들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는 "정치적 신호 보내기"라면서 한‧미, 한‧미‧일 연합 군사연습들을 거론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한 안보리 회의에서 미국‧일본 등 서구와 중국‧러시아의 입장이 줄곧 평행선을 긋는 가운데, 비교적 중립적이었던 브라질의 발언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북한 관련 안보리 회의가 실질적 결과 없이 반복되면서 점점 더 모양새만 갖춘다는 인상을 주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미국은 굳이 회의를 소집해놓고도 정작 대사가 아니라 한 단계 급이 낮은 차석대사를 보냈다. 다른 상임이사국인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도 미국을 뒤따랐다. 이사국들은 이날도 같은 논리를 펴며 논쟁을 벌이다가 1시간 반 만에 회의를 끝냈다. 이를 예상한 듯 아예 한‧미‧일과 영‧프 등 10개국은 회의 시작 전에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우리는 18일 북한의 ICBM 발사와 그 이전 발사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 우리는 이런 행동에 익숙해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의 지속적인 핵무기 추구는 물론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과 납치를 포함한 노골적인 인권침해 및 남용을 더는 외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미, ICBM 발사와 한미군사연습 서로 "방어용"
한국 "국민 생명‧안전 지키는 필요한 모든 조치"
역시 북한과 미국이 부딪혔다. 북한은 북한대로 핵‧미사일 개발과 발사가 미국의 적대적 군사 행위에 대한 '방어적' 차원이라고 주장했고, 미국은 미국대로 한미 연합 군사연습은 정례적일 뿐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도발에 맞선 '방어적' 성격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로버트 우드 차석대사는 발언을 통해 "미국과 동맹국은 북한이 시험하고 우리를 공격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반복해서 말하는 바로 그 핵무기 전달 시스템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ICBM 발사와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를 어떤 식으로든 정당화하거나, (한미) 회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올 한 해 빈번했던 전략핵잠수함(SSBN)과 전략핵폭격기, 스텔스전투기 등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각종 한‧미, 한‧미‧일 연합 군사연습들이 모두 '방어적'인 만큼 앞으로도 계속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그러면서 우드 차석대사는 전제 조건 없이 어떤 의제든 대화를 하자고 북한에 계속해서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 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한 한국의 황준국 주유엔 대사도 "그런 해롭고 실존적 위협에 맞서 한국은 굳건한 연합 방어 및 억제 태세를 유지함으로써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만 하고 취할 것"이라고 말한 뒤, 전제 조건 없이 대화와 협상에 열려 있다고 주장했다.
북 "미, 이스라엘 자위권 인정하면서 왜 우리만"
중 "공격적으로 힘 앞세우는 악순환 끊어야"
북한은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역시 이해 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한 북한의 김성 주유엔 대사는 발언을 통해 "미국과 다른 적대세력이 올해 내내 군사적 위협 행동을 지속해서 벌였다"며 ICBM 발사를 "경고성 대응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위권'에 대한 미국의 이중잣대를 따지고 나섰다. 김 대사는 "열흘 전 미국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동 상황 해결을 위한 결의안 초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그것은 유엔 헌장에 대한 조롱이자 무시이며 최고의 희비극"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핵잠수함을 조선반도에 들여온 미국과 한국의 참을 수 없는 도발이 없었더라면, 이사국 대표들이 한 회원국의 단순한 자위권 행사에 대한 찬반 논쟁을 하느라 이곳에 앉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미국과 그 추종자들의 이중잣대가 허용된다면, 안보리는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와 관련된 이슈들을 다룰 어떠한 도덕적, 합법적 권한도 없다"고 덧붙였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감쌌다. 중국의 겅솽 주유엔 부대사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군사동맹화 움직임을 견제하고 나섰다. 그는 "중국은 한반도에 전략무기 전개를 통해 동맹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특정 국가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이어 "이렇게 공격적으로 힘을 앞세우는 악순환을 끊지 못한다면 한반도 긴장이 더 고조될 것"이라고 상호 정치적 신뢰 구축을 촉구했다. 겅 부대사는 "더 강력한 정치적 동맹관계를 추구하고 억제를 확대하려는 일부 국가의 노력은 역효과를 내며 긴장을 악화시킨다"며 "관계 당사국들이 자제력을 발휘하고 회담 재개를 위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는 "역사는 대화와 협상이 남북문제를 해결할 근본적 방도임을 보여줬다"며 "특정 국가는 이 문제의 위험성을 직시하고, 안보리는 (북한에 대한) 압력 행사보단 대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 "미국 군사 기계, 공격적 작전 준비하는 듯"
러시아의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차석대사도 발언을 통해 "한반도 양쪽에서 긴장 고조 속도는 상황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며 "미국의 군사 기계는 공격적 작전 준비를 위한 것인 듯 이 지역에 적극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미국 대표단이 생각하기에, 자국 영토 인근에서 벌어지는 그런 작전들에 걸맞게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무엇인지 궁금해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동결과 유엔의 대북 제재 완화 및 인도 지원 등을 골자로 한 중‧러의 공동결의안 초안을 채택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한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스테판 뒤자리크 대변인을 통해 성명을 내고 북한의 ICBM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고 안보리 결의에 따른 국제법 준수를 촉구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유엔 정무·평화구축국(DPPA)의 칼레드 키아리 중동·아시아·태평양 사무차장은 안보리 보고에서 "올해 이 문제에 대한 안보리 회의가 여러 차례 열렸는데도, 북한은 추가 발사를 자제하라는 안보리의 강력한 요청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감스럽게도 북한은 또다시 영공 및 해상안전에 관한 안전 통보를 하지 않았다"며 "예고되지 않은 발사는 국제 민간항공 및 해상교통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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