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살 사건' 첫 입장문 내고 강경 메시지
"안보 체계 무력화, 분별없는 처사에 깊은 우려"
검찰·감사원 앞세운 전방위적 사정에 직접 나서
친문 진영 "윤 정부 탄압 노골화" 조직적 움직임
서훈, 2일 영장심사…구속시 반발 본격화할 듯
문재인 전 대통령이 1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수사에 관해 처음으로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도 전날 입장문을 발표한 바 있다. 검찰과 감사원을 앞세운 윤석열 정권의 동시다발적인 전(前) 정권 기획 사정이 가속화하는 국면에서 문 전 대통령과 친문 진영이 본격적인 반격과 저항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대신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안보 체계를 무력화하는 분별없는 처사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부디 도를 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현 정권에 대한 엄중한 경고 메시지로 읽히는,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표현이다.
문 전 대통령은 "서해 사건은 당시 대통령이 국방부, 해경, 국정원 등의 보고를 직접 듣고 그 보고를 최종 승인한 것"이라며 "당시 안보 부처들은 사실을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획득 가능한 모든 정보와 정황을 분석하여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사실을 추정했고, 대통령은 이른바 특수정보까지 직접 살펴본 후 그 판단을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언론에 공포되었던 부처의 판단이 번복됐다"며 "판단의 근거가 된 정보와 정황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데 결론만 정반대가 됐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려면 피해자가 북한 해역으로 가게 된 다른 가능성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다른 가능성은 제시하지 못하면서 그저 당시의 발표가 조작되었다는 비난만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안보 사안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오랜 세월 국가안보에 헌신해온 공직자들의 자부심을 짓밟으며, 안보 체계를 무력화하는 분별없는 처사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부디 도를 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0월 감사원으로부터 이번 사건과 관련한 서면 조사를 통보받자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고 강한 불쾌감을 표시한 적은 있지만 검찰 수사를 놓고 이처럼 공식적인 입장문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검찰이 최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서까지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수사의 칼끝이 문 전 대통령을 향하는 등 지난 정부와 야당을 표적 삼은 탄압의 정도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본래 신중한 성품인 문 전 대통령이 수사 추이를 지켜보다 인내심의 한계에 달했다는 해석이다.
검찰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외에도 '동료 16명 살해' 북한 선원 북송 사건, 월성 원전 조기 폐쇄 등을 두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 사건 모두 수사의 최종 목적지는 문 전 대통령을 향한다. 이밖에 대검찰청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특혜 휴가 의혹' 사건을 2년여 만에 재수사하라고 서울동부지검에 명령하는 등 윤석열 정권의 전 정권 옥죄기는 가히 전방위적이다.
앞서 이철희 전 정무수석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지난달 30일 "정치보복을 위해 검찰권을 남용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와 검찰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겨냥한 윤석열 정부의 정치적 탄압이 노골화됐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경청장의 구속적부심 인용을 통해 검찰의 무리한 인신구속 시도의 부당함이 확인됐다"며 "그럼에도 서 전 실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건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라는 것을 반증한다"고 강조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치적 망상' '정치 보복을 정당화하려는 억지' 등의 표현을 쓰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무분별한 정치보복을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임 전 비서실장은 "윤석열 정부는 감사원을 정치도구로 삼고, 검찰 권력을 무소불위로 남용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에 코를 묻고 있다"면서 "갑자기 정치적 후진국이 돼버린 듯한 겨울 공화국 앞에서 국민과 국가, 대한민국 경제의 안위를 묻는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는 지난달 29일 문재인 정부의 대북안보라인 최고 책임자였던 서훈 전 실장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고위 인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조만간 소환할 예정이다.
서 전 실장 측은 당시 국가안보실이 사건을 은폐하려고 시도했다는 검찰 주장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관련 첩보를 국방부·국가정보원·안보실·통일부 등 여러 부처가 공유하고 있었고, 실무자들을 포함하면 200∼300명이 넘는 인원이 알고 있었기에 현실적으로 불가하다"고 항변했다.
서 전 실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2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김정민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다. 증거 인멸,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서 전 실장이 만약 구속될 경우 문 전 대통령과 친문 진영 측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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