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유치 실패 '전 정부 책임' 계기로 살펴보니

하루 평균 '문 정부 책임' 기사 27건 쏟아져 나와

윤 취임일 조선…'법적·도덕적 책임 지키라' 당부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2023.11.29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2023.11.29 연합뉴스

제 버릇 개 줄까. 또 ‘전 정부 탓’이다.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가 참담한 실패로 돌아가자 여권이 또다시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유치 실패를 예상했는지 2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무관심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사우디에 비해 늦게 출발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실패가 확인된 29일에는 페이스북에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들며 처음부터 불리한 여건으로 시작…” 운운하며 또다시 전 정부 탓을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부산시장 출신인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도 “사우디보다 1년이나 늦게,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야 비로소 본격적인 유치전에 나선 점” “문재인 정부가 손 놓고 있는 동안 사우디아라비아는 전 세계를 상대로 유치전을 펼쳐 온 결과” 등의 발언으로 전 정부에 책임을 떠넘겼다.

도대체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 탓을 얼마나 하고 있을까. 기사 검색 사이트인 빅카인즈를 활용해 ‘문재인 정부 책임’으로 검색해봤다. 검색 기간은 윤 대통령 취임일인 지난해 5월 10일부터 금년 11월 30일까지로 설정했다. 검색 시간은 오전 8시 10분쯤이었다.

검색 결과 1만 5060건의 기사가 나왔다. 이 가운데 사설은 700여 건이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하루에 문재인 탓 관련 기사가 약 27건 쏟아져 나온 셈이다. 개중에는 양비론을 펼치는 기사도 일부 있었다. 전 정부 탓을 하는 여당과 윤 정부의 행태를 비판하는 기사는 극히 적었다.

 

빅카인즈
빅카인즈

조선일보, 윤 대통령 취임일에 ‘법적·정치적·도덕적 책임지는 자세” 당부

윤 대통령 취임 당시의 ‘문재인 정부 책임’ 기사를 살펴봤다. 취임일에 맞춰 쓴 조선일보의 <문재인의 무책임, 윤석열의 책임>이라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전 정부 탓을 예고하는 상징적인 기사로 보인다. ‘개혁’에 대해 뜨악한 태도를 보이긴 하지만, 들어가는 문장은 나름 훌륭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부터 1826일의 임기를 시작한다. 새 정부는 뭔가를 ‘개혁’하려 애쓰기보다 뭐든지 ‘책임’지는 자세를 먼저 보여줬으면 한다.”

그러나 전체 내용을 보니 ‘전 정부 책임론’을 풀어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 5년을 통째로 ‘무책임한 개혁의 시대’로 규정하곤 ‘탈원전 때문에 한전 적자가 늘었다’는 식의 내용을 이어간다. 국민이 피곤해진 것도, 삶이 나아지지 않은 것도 ‘전 정부의 개혁 탓’이란다.

이 기사는 끝 부분에서 다시 훌륭해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직무 수행에 대한 모든 법적·정치적·도덕적 책임을 온전히 지키겠다는 마음을 갖기를 바라며 “그것이 상식과 공정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여당은 조선일보 기사의 앞뒤는 잘라 버리고 ‘전 정부 탓’만 배운 것 같다. 이제라도 조선일보의 희망대로 ‘법적·정치적·도덕적 책임을 온전히 지키겠다는 마음’을 갖기를 바란다. 제 버릇 개 주면, 세 살 버릇 여든까지 안 간다.

 

빅카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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