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TV 최대주주 변경 시도와 함께 총체적 위기
그러나 진짜 위기는 내부의 관영화 회귀 보도에서 비롯
'재산 지키기' 넘어서 '공영언론 바로 세우기' 될지 주목
KBS의 위기와 함께 또 다른 국가기간 언론사인 연합뉴스가 총체적 난국에 처해 있다. KBS가 주로 외부로부터의 개입에 의해 닥친 위기를 맞고 있다면 연합뉴스는 안과 밖에서의 이중의 위기다. '한국 언론의 원천이자 표준'임을 자임하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의 연합뉴스의 위상과 존속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관영화와 사영화의 길로 가느냐, 아니면 이 위기와 진통을 이겨내고 더욱 온전한 공영화의 길로 가느냐의 갈림길이다.
연합뉴스 편집국은 지난 17일 편집총국장 중간평가에서 현 총국장 신임안을 부결시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가 노사간의 단체협약에 따라 15~17일 편집총국 산하 기자직 사원의 총국장 신임투표를 벌인 결과, 불신임이 투표수 331명 중 과반인 198명(59.8%)으로 집계돼 신임안이 부결됐다. 연합뉴스에서 편집총국장이 중간평가에서 불신임을 받은 사례는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편집총국장 불신임은 경영진에 대한 불신의 반영이자 연합뉴스의 현 상황에 대한 그 구성원들의 불만과 위기감의 표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날인 16일에는 연합뉴스의 실질적 자회사인 연합뉴스TV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심사 기본계획이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이를 의결한 것이다. YTN 지분 매각에 관심이 쏠려 있던 상황에서 사전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연합뉴스TV의 최대주주 변경 심사가 안건에 올라 심사 계획 승인까지 됐던 것이다. 앞으로 적격성 심사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이동관 방통위'가 보이고 있는 행태대로 최대주주 변경 최종 승인이 이뤄지면 연합뉴스TV 주식의 29.89%를 소유해 최대 주주로서 행사해 왔던 연합뉴스의 지배력이 사적 자본에 넘어갈 상황이다.
한편 연합뉴스가 공적기능 수행의 댓가로 정부로부터 받는 비용 보전금 80% 이상이 삭감된 상황은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데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연합뉴스TV의 1대 주주 변경 시도는 연합뉴스 미디어그룹의 한 축에 대한 위협이자 보도전문채널 흔들기라는 또 다른 측면과 함께 닥친 사태다. 을지학원은 17일 방통위 등을 통해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1대 주주인 연합뉴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경영 구조와 부실한 운영으로 심각한 재정 위기에 직면하자 1대 주주로서 직접 경영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당장 이번 주에라도 방통위가 최대주주 변경을 승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연합뉴스 측은 노사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측은 을지 측 신청이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 적대적 인수’라면서 “연합뉴스TV가 지난 2011년 방통위의 보도채널 허가를 받았던 것은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가 대주주이자 최다액출자자로 참여했기 때문이며 특정 기업이 적대적 인수 방식으로 지분을 늘려 (최다액출자자가) 변경되는 것은 방송법에서 정한 법적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연합뉴스TV 경영권 탈취 시도를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방통위에 을지학원의 대주주 변경 신청을 단칼에 기각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연합뉴스TV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가 설립한 사실상의 공영언론으로, 언론·방송 분야에서 아무런 경험도 기술도 없고, 대다수 국민이 이름조차 모르는 민간 자본이 사익에 따라 휘두를 장난감이 아니다. 연합뉴스TV가 자본 논리에 휩쓸린다면 대한민국 언론의 공공성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연합뉴스TV와 함께 연합뉴스의 국가기간언론사 지위를 지키는 연합뉴스의 대응은 일단 연합뉴스TV 경영권을 수호하는 것으로 모이고 있다. 그러나 그걸 넘어서 공영언론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느냐는 밖으로부터의 위협에 대한 '방어'를 넘어서 연합뉴스 내부에서부터의 공영언론다운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 그것은 연합뉴스가 국민들에게 그간 공영언론, 기간언론 면모를 보여주는 데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했는지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변으로부터 시작돼야 할 문제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연합뉴스는 친정권, '친윤' 보도로 마치 지난 80년대의 관영언론으로 돌아간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달 8일 연합뉴스 노사편집위원회에서 다뤄진 한 건의 기사가 그 일례다. 지난 9월 25일 송고된 <Yoon gets nosebleed from apparent overwork during Cabinet meeting, 윤(대통령)이 과로로 코피를 흘렸다>는 영문 기사에 대해 노조측에서는 “영어 원어민들이 읽기에 마치 권위주의 국가 관영언론의 국가지도자 기사처럼 느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면서 “소셜미디어에서는 문제의 기사와 노동신문의 김정은 관련 기사를 비교하는 조롱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가기간통신사인지 국영통신사인지 혼동된다는 지적이다”라고 밝혔다.
이 기사뿐만 아니라 연합뉴스에서는 정권에 비판적인 기사를 찾아보기 힘든 반면 정권 홍보지를 연상케 할 정도의 친권력, 정부여당 편향의 보도들이 연일 생산되고 있다. 공영언론, 기간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스스로 흔들고 있는 것이다.
이동관 위원장 탄핵 추진에 대해 연합뉴스가 폈던 논지도 이동관 방통위가 밀어붙이고 있는 공영언론 장악이나 언론 억압에 대한 많은 시민들의 여론과는 크게 거리가 먼 것이다. 연합뉴스는 지난 9일 야당의 탄핵안 발의에 대해 “이동관 위원장이 지난 8월 취임하고 각종 정책과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겨우 안정기에 접어드는가 했으나 불과 석 달 만에 전례 없었던 탄핵 문제가 불거지면서 또 한 번 정지 상태가 예고됐다”고 썼다. 이동관 위원장의 언론 장악 폭주를 정책과 사업의 드라이브로, 마구잡이로 강행하는 것을 ‘안정기’로 풀이했던 것이다. 같은 날 시론에서도 “(야당이) 과하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탄핵 요건에 해당하는지도 분명하지 않으며 취임 두 달여밖에 안 된 장관급 인사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것 자체가 우리 정치에 낯선 현상임은 부인하기 어렵다"면서 민주당 지도부는 "다수 의석을 믿고 근육질 자랑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TV의 경영권 사태는 이 보도전문채널의 비정상적인 탄생 과정을 환기시킨다. 2010년 12월 방송통신위원회으로부터 신규 보도전문채널 사업자로 선정돼 이듬해 개국한 연합뉴스TV에 대해서는 당시 연합뉴스가 노골적인 친정부적 보도 기조를 보인 것에 대해 이명박 정부로부터 '선물'로 받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게 했다. 당시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과 언론특보로 있던 인물이 바로 지금의 방통위원장인 이동관 씨였다. 이동관 위원장 시절 시작된 연합뉴스TV는 그가 공영언론 장악과 와해의 '칼질'을 하고 있는 방통위의 수장이 돼 있는 가운데 공영화 아닌 사영화라는 길로 역행할 위기를 맞고 있다.
'이동관 방통위'가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인가가 일단은 지금의 국면을 가름하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하고 근본적인 것은 연합뉴스TV의 경영권 수호를 넘어선 공영화, 연합뉴스TV라는 재산 지키기를 넘어서 ‘연합뉴스 바로 세우기’로 나아갈 것인가이다.
연합뉴스의 한 간부는 지금의 상황을 긴급사태로 규정, '5가지 시급한 제안’이라는 글을 통해 "을지재단의 도덕적 비리를 폭로하는 보도를 즉각 시작하자"고 제안하면서 ”도저히 저 집단에게는 방송을 맡기면 큰일 나겠구나 하는 인식이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연합뉴스 스스로 국가기간언론사의 지위를 맡을 수 있는지에 대한 시험대로 삼을지 시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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