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뉴스와 댓글이 잠식한 이태원 참사 ②
폭포수처럼 쏟아낸 보도, 어뷰징 기사의 홍수
경마식 보도, 지엽적 뉴스들로 혼선 가중시켜
정작 희생자들 이름은 보도 안 돼 가족 애태워
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가 명단 신속 보도했다면
정확성 소홀…희생자·유가족 중심으로 전환돼야
‘잠식’은 누에가 뽕잎을 먹듯이 점차 조금씩 침략해 먹어 들어간다는 뜻이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가 지나도록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 까닭은 이 중요한 사안을 잠식해간 ‘누에’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디어 연구자로서 누에 역할을 한 주체는 언론사와 포털, 특히 네이버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국민의 92.3%는 포털에서 뉴스를 읽고, 이 중 89.7%가 네이버를 통해 뉴스를 보며 무려 60.4%가 인터넷 포털을 ‘언론’이라고 인식한다(한국언론진흥재단 2022년 언론수용자 조사 ☜). 그런데 막상 네이버엔 취재기자가 없고, 뉴스도 생산하지 않는다. 여러 언론사와 제휴를 맺고 뉴스를 편집하고 배열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뿐이다. 네이버 뉴스 편집은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알고리즘이 뉴스 추천과 배열을 담당한다. 뉴스 가치를 사람이 판단하지 않는다. 네이버 알고리즘은 이태원 참사 뉴스를 사회적 가치 기준에 따라 추천하고 노출했을까?
한국언론진흥재단 2022년 언론수용자조사에 따르면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서비스나 소셜미디어, 유튜브 등의 동영상 플랫폼은 언론이 아니라고 인식한 반면, 인터넷 포털은 60.4%의 응답자가 언론으로 인식했다.
10월 27일 시민언론 민들레에 게재된 <네이버 뉴스, 이태원 참사의 상품화와 2차 가해 ☜>에서 네이버 뉴스와 제휴 언론사 중 일부는 이태원 참사라는 이슈로 어뷰징 기사를 만들어 클릭 장사에 이용했을 뿐 아니라 정쟁화했음을 밝혔다. 네이버의 생성형 AI ‘클로바 X’는 조선일보를 비롯 다수의 제휴 언론사 뉴스에 대해 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하고 있고, 혐오 및 비하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고 판정했으니 근거로 타당할 것이다.
아직도 부적절하게 보이는 ‘10.29 이태원 참사’ 뉴스들이 네이버에 그대로 남아 있는지라, 이 글에서는 네이버 뉴스 보도량 분석을 통해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10.29 이태원’ 참사 보도량은 적절했나?
참사 직후 네이버는 시종일관 ‘혼돈’과 ‘아수라장’이었다고 할 만큼 뉴스의 폭포수 그 자체였다. 쫓아가기 어려울 정도로 네이버에 기사들이 쏟아졌다. ‘새로고침’ 할 때마다 새로운 기사들이 수십 건, 수백 건씩 올라왔다. 재난이 실시간 중계되는 상황에서 무엇이 진짜 뉴스인지 확인할 방도가 없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현장 영상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도무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초현실적이었다. 언론마저 현장 소식을 뒤죽박죽으로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언론사의 기사 생산량을 통제하거나 제한을 두지 않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재난 상황에서 언론사가 무한대로 네이버에 기사를 입력한다면, 정보의 규모에 매몰되어 중요한 뉴스를 놓치고 흘려보낼 수 있다. 적절한 보도량이란 게 있을 수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그래서 네이버에서 ‘10.29 이태원 참사’ 뉴스 건수에 있어서 언론사별로 차이가 있었는지 참사 직후부터 국조특위 종료 무렵까지(2022.10.29~2023.2.28) 보도량을 분석해보았다.
분석 결과, 연합뉴스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무려 11,612건의 뉴스를 생산했다.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제40조에 따라 재난 상황을 신속히 국민에게 전달할 의무가 있는 지상파 방송사업자(KBS, MBC, SBS), 보도전문채널 방송사업자(YTN, 연합뉴스TV), 종합편성채널 방송사업자(TV조선, JTBC, 채널A)의 뉴스 생산량과 비교하면 연합뉴스 보도량은 월등히 많다. 종이신문 계열 언론사인 경향신문, 중앙일보, 국민일보, 한겨레신문, 동아일보, 한국일보, 조선일보와 비교하면 약 5~10배 차이가 난다.
시간에 따라 네이버에 올라온 연합뉴스 보도량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추이를 확인하기 3,000건 이상의 뉴스를 네이버에 올린 언론사 3곳(연합뉴스, YTN, KBS)의 전체 보도량(2022.10.29~2023.2.28)을 비교해 보았다.
이태원 참사 직후 분수처럼 치솟은 연합뉴스 보도량
놀랍게도 연합뉴스는 이태원 참사 초기 열흘간(10월 29일~11월 7일)은 전체 기사의 약 48%인 5,547건의 기사를 네이버에 올렸다. 10월 30일 1,104건, 10월 31일 1,243건, 11월 1일 963건, 11월 2일 598건, 11월 3일 538건이었다. 특히, 참사 직후인 10월 30일과 31일 연합뉴스는 타 언론사가 전체 생산한 보도량만큼을 하루에 쏟아냈다.
‘10.29 이태원 참사’와 같은 큰 이슈 보도가 네이버에 실시간으로 엄청나게 올라오면, 앞서 지적한 대로 정작 알아야 할 뉴스를 찾기 어렵고 제대로 된 기사를 찾아 읽기 벅찬 게 사실이다. 재난 뉴스가 아니더라도 한 번에 100여 건 이상 기사가 동시다발로 올라오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사랑하는 가족의 생사를 알고자 했던 참사 희생자 가족들은 어땠으랴. 10월 30일 새벽 네이버 뉴스 검색창에 아들 딸과 가족의 이름을 수없이 입력해 보았으리라. 그러나 아무리 검색해도 가족의 이름과 이송된 병원 관련 보도는 찾을 수 없었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기사는 속수무책 애만 태웠을 희생자 가족에게 절망과 고통 그 자체였을 것이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에서 이송된 희생자 명단을 취재해 신속히 보도했더라면 어땠을까. 어떤 희생자와 유가족은 서로 따뜻한 온기를 나누며 생의 마지막을 나눌 수도 있었을 것이다.
참사 직후 ‘연합뉴스’의 네이버 지배, 거의 똑같은 기사들 도배
재난 보도엔 ‘적절한 보도량’ 기준이 있을 수 없다. 정확한 뉴스만 있어야 한다. 그러나 꼭 알아야 할 뉴스, 꼭 필요한 뉴스, 정확한 뉴스가 네이버에 적절히 배열되고 노출되었는지 평가하기는 어렵다. 알고리즘과 데이터만이 진실을 알고 있을 뿐이다. 재난 보도라고 해서 네이버가 특별히 필수 정보로 뉴스 배열에 적용하는 알고리즘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추정컨대 보도량의 홍수에 빠진 네이버 뉴스 이용자는 언론사 랭킹뉴스, 언론사별로 ‘PICK’으로 선정된 기사를 주요 재난 보도로 인식하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보도량의 흐름 속에서 결국 조회 수와 댓글 수를 반영한, 네이버 알고리즘이 안내하는 특정 기사를 클릭해 보았을 것이다. 결국 클릭 수가 높았던 뉴스는 장시간 주요 뉴스로 네이버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댓글도 많이 달렸을 것이라 추정한다. 참사의 규모와 충격이 컸으니 ‘랭킹뉴스’(많이 본 뉴스, 댓글이 많은 뉴스)나 ‘헤드라인 기사’, ‘언론사별 가장 많이 본 뉴스’, ‘분야별 주요 뉴스’ 등 네이버 편집에 따라 메인 화면에 배열된 기사들끼리 클릭 경쟁도 있었을 것이다.
연합뉴스는 「뉴스통신진흥법」에 따라 재난 보도 의무가 있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다. 포털에 속보를 송고해 공유하는 것도 큰 역할이다. 그러나 재난 현장 소식을 양적으로 많이 전한 것이 적절했는지, 양적으로 가치 있는 보도를 했는지, 뉴스 품질은 유지했는지는 별개 사안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연합뉴스 보도에서 몇 가지 문제를 발견했다.
첫째, 연합뉴스 ‘사회’ 섹션에 분초 단위로 올라온 기사는 동일 제목이나 유사 제목의 사진 보도가 많았다. 이는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포털 뉴스 제휴 및 제재 심사 규정 ☜에서 명시한 부정행위 유형 중 ‘동일 기사 중복· 반복 전송’으로 볼 여지가 있다. 동일 제목의 기사를 원천기사라 한다면, 사진이나 이미지만 바꾸어 계속 기사를 생산했기 때문이다.
통신사로서 다른 언론사와 사진 공유 목적이었다면, 동일 제목 기사 한 편에 유사한 여러 장의 사진을 묶어 올리거나 별도의 사진 폴더로 취합해 보도하는 게 적절하지 않았을까. 비슷한 제목 또는 같은 제목의 뉴스가 기사 단위로 쪼개져서 네이버 이용자들은 뉴스 찾아 읽는 과정에서 혼잡함이 가중되어 참사를 이해하는 데 혼란을 겪었을 것이다.
둘째, 보도에 쓰인 사진은 적절했는지도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10월 30일 새벽 1시 44분에 입력된 <후송되는 이태원 인명사고 부상자> 사진 보도 2건을 비교해 보자.
기자가 급박한 구조 현장에서 위 기사처럼 이렇게 근접 촬영을 해도 되는지, 설령 촬영했더라도 보도하는 것이 취재윤리와 부합하는지, 부상자인지 사망자인지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상자’로 기사 제목을 확정해도 되는지, 비슷한 사진을 활용해 여러 건의 기사로 부풀려도 되는지 문제 제기할 수밖에 없다. 두 사진을 두 건의 기사로 나누어 중복 및 반복 전송해 보도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아직도 이런 ‘쪼개기’ 기사가 네이버에 그대로 남아 있다.
셋째, 사망 관련 숫자 보도의 부정확함을 지적할 수 있다. 10월 30일 새벽 “소방당국”을 인용한 연합뉴스 첫 번째 기사에서 사망자 수는 2명이라 밝혔고, 03시 16분까지 59명, 120명, 149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그런데 03시 42분부터 04시 53분 사이에 네이버에 올라온 4건의 기사에서는 120명, 146명으로 숫자가 줄어든다. 그러다 06시 02분 149명이라는 속보가 올라오고, 10시 21분에 15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한다. 그런데 12시 27분 기사 제목은 “사망자 140명 신원 확인”이라서 또다시 혼선을 준다. 151명 중 140명의 신원을 확인했다는 것인지, 사망자가 140명이라는 것인지 모호하다.
사망자 수를 들쭉날쭉 부정확하게 보도한 연합뉴스 기사 흐름
사상자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부정확하고 혼란스러운 보도를 연달아 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당국이 부정확한 집계를 하였다면 언론은 이를 수정해 밝혀야 혼란이 없다. 이런 기사 흐름은 무리한 속보 경쟁의 흔적이다. 그리고 오보에 가깝다. 만약 오보로 확인되었다면 통신사로서의 책무를 다하면 좋겠다. 잘못된 내용은 고치고 삭제했음을 정직하게 고지하고 정정 기사를 올려야 마땅하지 않을까. 기사의 타임라인만 보더라도 무엇이 진짜고 가짜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아직까지 이태원 참사에서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는지라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이런 보도는 ‘피해 중심’의 보도라서 희생자, 부상자, 생존자, 유가족에게 도움이 되는 보도가 아니다.
재난 보도, ‘피해 중심 보도’에서 ‘희생자·유가족 중심 보도’로 전환되어야
언론이 재난 상황을 신속하게 보도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재난 상황에서 언론은 신중하게, 정확하게 사실을 알릴 의무가 더 크다. 피해 규모를 경마식 속보로 다루다 보면 미확인 가짜 뉴스와 루머, 흥미 위주의 지엽적인 주변부 뉴스가 재난의 중요한 이슈를 잠식할 수 있다.
선문대 송종현 교수는 2019년 세월호 5주기를 맞아 언론중재위원회에 기고한 글 ☜에서 “지진이나 쓰나미 등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본의 재난 보도는 ‘피해 중심 보도’에서 ‘이재민 중심 보도’로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배경에 대해 “자극적인 현장 장면을 전달할 경우 피해자와 이재민의 두려움을 자극할 수 있고, 정작 이재민에게 필요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기에 정보 공백이라는 2차 피해가 가중됨을 사회적으로 학습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극히 인간적인, 인간 중심의 언론 대응이다. 우리의 재난 보도도 참사 원인과 진상규명, 희생자와 유가족 대책 중심의 보도로 패러다임이 전환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한국기자협회에서 제정한 재난보도준칙 ☜을 언론사들이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피해 중심 보도’가 사라지지 않을까. 송 교수는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준칙 9조(현장 상황이 왜곡되지 않도록 현장 데스크와 취재 기자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와 준칙 10조(제작 책임자가 무리한 취재나 제작을 요구해서 정확성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를 준수하지 않는 언론사 간부의 저널리즘 윤리 부재, 책임 의식 부족 때문이라는 것. 또 다른 이유는 “인터넷 포털과 플랫폼에 의한 뉴스 유통과 소비구조”의 문제를 들었다.
언론사가 재난보도준칙을 지키면 좋으련만 실천은 어려운가 보다. 언론사 스스로 자율 준수를 실천하기 어렵다면, 재난 발생 시 특정 언론사가 너무 많은 기사 생산으로 ‘도배하는’ 구조에 대한 기준과 대안을 네이버가 개선해 나가면 좋겠다. 현재 ‘네이버 카카오 뉴스 제휴 및 제재 심사 규정’은 전체 기사 생산량과 자체 기사 생산 비율이 제휴 평가에 반영됨을 밝히고 있는데, 일간지와 방송사는 월 200건 이상의 기사량과 자체 기사 비율 30%를 충족해야 포털 제휴를 통과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규정에는 기사량 하한선만 있지 상한선은 없다. 재난 보도가 시급히 필요한 때만이라도 언론사별로 발행할 수 있는 기사 생산량을 조정하면 좋겠다. 재난 복구와 원인, 후속 대책 등 사안의 본질을 보도량과 부정확한 보도가 잠식하고 매몰시켜서야 되겠는가.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 · 고은지 게임과학연구원 객원연구원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