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표창장 압수 대신 ‘제출 요청’ 했던 숨은 내막
사진 속성정보는 원래 임의로 편집 가능한 것
‘찍은 날짜’, 애초부터 위조 시점 수사에 무의미
속성정보 없는 수천 개 사진, 모두 조작됐다?
카톡 등에서 파일 전송시 속성정보 손실 일상적
검찰과 언론, 허황한 주장으로 재판부 심증 조작
[조국 사태의 재구성] 39. 검찰과 언론의 삼인성호, ‘표창장 사진 속성 조작’ 주장
정경심 교수의 재판에서 앞서 살펴봤던 ‘번지지 않는 인주’ 문제와 이어지는 유사한 문제가 하나 더 있다. ‘표창장 사진의 사라진 속성’ 문제다.
검찰은 조국 측에서 제시한 이 표창장 사진에 ‘속성 정보’가 사라졌다면서,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처럼 몰아갔다. 나아가서 검찰은 이 문제를 앞서의 ‘번지지 않는 인주’ 건과 같이 엮어 재판부에게 근거 없는 유죄 심증을 일으키는 목적으로 적극 활용했다.
찾지 못한 표창장 원본 대신 사진 제출
애초 이 ‘표창장 사진’은 조국 인사청문회 진행 중에 박지원 의원이 자신의 휴대폰에 있던 사진을 조국 후보자에게 보여주면서 언론들의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당시 조국 후보자는 박 의원이 표창장 사진을 확보한 경로를 알지 못했고 박 의원도 입수 경로를 함구했지만, 조국 인사청문준비단 신상팀장이었던 김미경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이 전달했을 수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조국 인사청문회 이틀 후인 9월 8일, 검찰은 정경심 교수에게 표창장 원본 제출을 요구했다. 이때 정 교수가 원본을 찾지 못해 그 대신 표창장 사진을 제출한 것이다.
검찰이 당시에 확보하고 있었던 것은 표창장의 흑백 사본들 뿐이었는데 둘 다 화질이 매우 떨어지는 사무용 복사기로 복사한 것들인 탓에 직인과 은박 등의 색깔이 모두 흑백으로만 나와 있었다. 따라서 당시 검찰로서는 이 컬러 사진만도 상당히 유의미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당시 검찰이 주도한 언론 보도의 제목들은 온통 ‘조국 측 원본 제출 거부’ 일색이었다. 이 법조기자들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찾지 못했다’는 답변을 다짜고짜 ‘제출 거부’라고 단정했을까? ☞ 검찰 '표창장 원본' 제출 요구..조국 측 "찾을 수 없다" 거부
사실 이 기자들 스스로 뭔가 판단을 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앞서 24회에서도 살펴봤듯, 이들의 보도는 제목부터 내용까지 맥락이 거의 동일해 사실상 보도 내용을 검찰이 불러준 것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군부 시절의 ‘보도지침’을 뛰어넘는 일사불란한 보도 행렬이었다.
검찰, 표창장 압수 대신 ‘제출 요청’ 했던 내막
더욱이 조국, 정경심 측으로서는 표창장 원본이든 사진 파일이든 제출하거나 증명할 의무가 전혀 없는 일이었다. 법적으로든 도의적으로든 마찬가지다. 수상 내역에 대한 증명 책임은 학교 측에 있고, 혐의에 대한 증명 책임은 검찰에 있다. ☞ 상장을 잃어버리면 '위조 근거'가 되는 이 나라 재판
조국 부부는 원칙적으로 스스로 아무것도 증명하거나 제출하는 등 협조할 의무가 전혀 없는 것이다. 원본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대다수 언론이 일제히 비난한 자체가 형사상 방어권을 매우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고, 나아가서 ‘분실’이 아닌 ‘제출 거부’로 단정해 기사를 쏟아낸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빙자한 집단폭력 행사다.
표창장 원본이든 사진이든 그것을 확인, 확보, 증명할 의무는 모두 혐의를 제기하는 검찰에 있다. 그런 의무를 뒷받침하기 위해 검찰에 주어진 권한이 강제수사권이다. 합리적인 의심 지점이 있으면 압수수색도, 체포도, 구속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검찰은 합법적 권리인 압수수색을 하지 않고 표창장 원본 좀 달라고 ‘요청’을 했을까?
이 역시 전적으로. 검찰의 잘못 때문이다. 앞서 연합뉴스에서 ‘제출 거부’라고 썼던 김계연 기자는 기사에서 “주거지를 압수수색하지 않아 부산대 압수 사본만 확보하고 있다”라고 썼는데, 이 표현은 독자를 농락하는 거짓말이었다.
실제로는, 검찰은 압수수색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다. 왜 못했을까?
형사소송법상 수사하던 사건을 기소한 후에는 경찰이나 검찰의 강제수사가 불가능하다. 검찰이 일단 ‘기소’를 한 후에는 압수수색, 체포, 구속 등 강제수사 행위의 주체가 검찰이 아닌 담당 재판부가 되고(‘수소법원’), 검찰이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압수수색을 포함한 모든 강제수사는 기소 전에 마무리하고 그 이후에야 기소하는 것이 수사와 기소의 기본적인 철칙이다.
그런데 검찰은 수사를 제대로 시작조차 하기 전인 9월 6일에 덜컥 기소부터 해버렸다. 왜? 당시 시점에서 검찰에게 실제로 중요했던 것은 ‘수사’가 아니라 ‘장관 임명 차단’이었기 때문이다.
이 ‘무작정 기소’ 때문에 9월 6일 이후로는 검찰은 표창장 위조 혐의와 관련된 어떠한 압수수색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단 한 번만 쓸 수 있는 카드인 ‘기소’를 장관 임명 저지 목적의 ‘블러핑’으로 날려버린 셈이다. (1차 기소 이후의 자택 압수수색 등은 표창장 위조 혐의가 아닌 다른 혐의들 관련이었다.)
표창장 사진 ‘속성정보’를 인위적으로 삭제?
그런데, 조국 부부가 굳이 의무도 아닌데도 자발적으로 제출한 ‘표창장 사진 파일’에 대해, 검찰은 ‘속성정보가 사라졌다’며 또다시 대대적인 언론플레이에 나섰다. ☞ 조국 부인, 표창장 사진 제출했지만…'파일 속성정보' 사라져
“검찰은 제출받은 표창장 사진을 포렌식으로 분석한 결과 파일 속성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임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정 교수 측이 의도적으로 파일 주요 정보 등을 삭제한 뒤 제출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재판 단계에 들어가서는 이런 주장을 앞서의 ‘번지지 않는 인주’ 건과 연계해서 몰아붙였다. 의도적으로 증거를 인멸했다는 취지였다.
여기서 사진 파일의 ‘속성정보’라고 지칭하고 있는 것은 기술 용어로 ‘메타정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는 이미지 자체의 데이터가 아닌, 이미지를 설명해주는 정보들을 추가로 덧붙인 것을 의미하며, 여기에는 기술적으로 EXIF 정보, IPTC 정보 등이 있다. (EXIF와 IPTC는 서로 다른 규격이며 한 파일에 둘 다 존재하는 경우도 많다.)
여기에는 찍은 날짜, 카메라 등 장치 정보, 위치 정보, 제목, 설명 등의 각종 정보들이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검찰이 이 사진 속성정보를 가지고 ‘포렌식’을 운운하고 분석을 운운하니 뭔가 수사 목적으로 대단한 의미가 있거나 어려운 것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사진 속성정보라는 것은 사진 파일이라고 해서 ①항상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②편집이나 전송 과정에서 삭제되는 경우도 흔하며, ③사용자가 간단히 편집할 수 있는 정보다.
사진 속성정보, 원래 임의 편집 가능한 것
혹자는 이 사진 속성정보를 수정하기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처럼 알고 있기도 하지만, 윈도우 탐색기 자체에서도 간단하게 편집 가능하다. 이는 윈도우의 현재 버전인 윈도우11, 10은 물론이고 윈도우7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윈도우XP에서도 일부 정보는 편집 가능했다.)
요컨대 속성정보라는 것은 ‘포렌식 분석’ 같은 복잡한 기술적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것이 전혀 아닐 뿐더러, 사용자 스스로 윈도우 자체에서 문서 파일(HWP, DOCX)처럼 쉽게 편집할 수 있는 정보이라는 것이다.
아래의 화면을 보자. 이 화면은 연합뉴스가 유료 데이터로 언론사들에 판매중인 사진들 중 ‘박지원 표창장’ 사진의 속성정보를 열어본 것이다. (탐색기에서 JPG 파일을 선택한 후 오른쪽 클릭해서 메뉴의 ‘속성(R)’을 선택하여 파일 속성 대화상자를 열고, 다시 세번째인 ‘자세히’ 탭을 선택하면 아래와 같은 화면을 볼 수 있다.)
보다시피 속성정보에는 ‘제목’, ‘주제’ 등의 텍스트 정보와, ‘찍은 날짜’ 등의 날짜 정보, 그리고 사진의 가로세로 크기 등 다양한 정보가 기록될 수 있다.
그런데 당장 여기서 볼 수 있듯이, 연합뉴스 기자가 자신의 카메라로 박지원 의원의 휴대폰 사진을 찍었다고 해서 ‘제목’ 항목에 기록된 것처럼 ‘조국 후보자의 딸이 받은 표창장 사진…’과 같은 텍스트 정보가 ‘스스로 알아서’ 들어갔을 리는 없다.
다시 말해 이 속성정보에서 제목, 태그 등의 정보들은 카메라가 자동으로 입력한 정보가 아닌 기자가 수작업으로 편집해 추가한 내용인 것이다.
즉 속성정보라는 것은 원래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임의로 편집하는 것이다. 이런 정도는 사진기자 등 사진 전문가나 IT 전문가가 아니라도 취미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이다.
속성정보의 ‘찍은날짜’, 애초부터 수사에 무의미
더욱이 이 속성정보에 담긴 ‘찍은 날짜’ 정보는 최초 촬영 당시의 날짜 그대로라고 해도 그 사진을 찍은 날짜는 표창장 발급 일자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위조 시점’ 수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다.
그나마 검찰의 수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속성정보에 포함된 ‘찍은 날짜’가 검찰의 표창장 수사가 시작된 2019년 9월 3일 이후 등 최근의 시점일 경우뿐이다. 만약 그런 날짜가 나타났다면 검찰이 ‘표창장 원본을 최근까지 갖고 있었라고 주장할 수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조차도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이 날짜 정보가 별도의 도구 없이도 윈도우 자체 내에서 임의로 편집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래에서 보다시피, 앞서의 ‘박지원 표창장’ 사진의 속성정보 중 ‘찍은 날짜’를 ‘1950년 6월 25일’ 임의로 수정하는 것은 별도의 프로그램도 없이 매우 간단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생각해보시라. 정경심 교수는 이 속성정보가 없는 상태 그대로 제출하는 대신 ‘찍은 날짜’를 ‘2013-06-16’ 혹은 ‘2012-09-07’이라고 편집해서 제출할 수도 있었고, 그건 1분도 걸리지 않는 일이다.
그런데 만약 그랬다면 검찰은 과연 표창장 위조 혐의 기소를 철회했을까? 아니다. 편집 사실을 검찰이 알아낼 수 있었을까? 아니다. 검찰이 그 날짜를 믿기는 했을까? 그럴 리가!
사실 이 속성정보라는 것은, 정 교수가 임의 제출한 것인 이상 애초부터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이 속성정보의 날짜가 매우 용이하게 수정 가능한 것인만큼, 이것이 최소한의 신뢰성을 가지려면 이 날짜가 임의로 수정되지 않았다는 객관적 증명이 수반되어야만 한다. 그러려면 정 교수 측이 자발적으로 제출한 것이 아니라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찾아낸 것이어야 했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 그 압수수색의 기회를 검찰이 스스로 차단했다.
애초 정 교수 측이 표창장 사진 파일을 제출하며 협조한 취지는 검찰이 가지고 있는 조잡한 흑백 복사본들보다는 나은 것이니 비교 목적으로 쓸 수 있다는 정도였다. 임의 편집이 가능한 ‘속성정보’를 뒤져 날짜 문제로 언론플레이나 하는 치졸한 짓을 하라고 제공한 것이 아닌 것이다.
9월 30일 검찰 발로 일제히 쏟아져 나온 이 ‘속성정보’ 관련의 검찰발 ‘언플’ 기사들 중에서도 가장 가소로운 것은 중앙일보의 기사다. ☞ 조국 부인이 제출한 표창장 사진서 없어진 ‘파일 속성정보’
정 교수가 동양대 표창장 원본을 찍은 사진 파일을 제출한 건 지난 8일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고형곤)는 이 사진 파일을 확보한 후 즉각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했다고 한다. 포렌식을 통해 사진이 촬영된 날짜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사진이 최근에 촬영된 것이라면 표창장 원본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정 교수가 검찰에 제출한 표창장 사진의 촬영 일자가 포렌식을 통해 나왔다면 사무실 컴퓨터에서 발견한 표창장 완성본 파일의 생성 일자와도 비교가 가능했다. 그러나 이는 끝내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원래 임의 편집이 가능한 속성정보를 가지고 포렌식을 하네, 촬영된 날짜를 확인하네 하면서 기만적인 허세를 부린 것이다. 그런데 중앙일보에도 수십 명씩 사진전문 기자가 따로 있을 텐데, 이런 황당하고 유치한 주장을 이 정진호 기자는 정말 ‘믿습니다!’하고 받아쓴 것일까?
속성정보 없는 수천 개 사진들, 모두 조작?
이 중앙일보의 기사에서 더 기가 막히는 부분은 그 다음이다.
파일의 속성정보가 우연히 사라졌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인 강구민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교수는 “파일이 생성된 지 오래되거나 여러 번 이동을 거치더라도 속성정보는 사라지지 않는다”며 “검찰 포렌식을 통해서도 속성정보가 드러나지 않았다면 전문가가 인위적으로 삭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을 내놓은 사람이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라고는 전혀 믿어지지 않는다. 중앙일보 정진호 기자가 강구민 교수의 말을 작정하고 조작했거나, 아니면 조작에 가깝도록 대폭 편집해 의미가 완전히 왜곡됐다고 볼 수밖에 없는 황당한 주장이다. (강 교수가 이런 왜곡된 인용에 대해 항의해서 기사를 수정하도록 하지 않은 점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주장의 가장 큰 허구는, 사진 파일의 속성정보가 원래 항상 존재하는 것인 양 전제한 것이다. 실제로는, 원래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사진 파일에 속성정보가 없는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사진을 찍은 장치(카메라, 스캐너, 편집프로그램 등) 자체가 원래 속성정보를 저장하지 않는 경우다.
디지털카메라와 스캐너들의 초창기 기종들은 속성정보를 아예 기록하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문제의 표창장 수여 시점이 2012년, 2013년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런 경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 가장 가까운 사례가 바로 ‘아들 상장 파일’, 즉 ‘원이 상장.jpeg’ 파일의 경우다. 정경심 교수의 연구실PC에서 발견된 이 상장 사진 파일을 검찰은 이인걸 변호사 휘하의 황인형 변호사(2019. 9. 5)와 SBS 법조팀(2019. 9. 7)에게 ‘총장 직인 파일’이라고 속였었다.
그런데 아래에서 보다시피 이 파일에는 속성정보가 전혀 들어 있지 않다.
이 파일의 속성정보 외에 기타 다른 여러 특성들을 살펴보면, 이 파일은 ‘스캐너’로 스캔한 파일의 전형적인 사례다. 가로, 세로 크기나 'jpeg'라는 확장자 역시 당시 즈음에 흔히 사용되던 스캐너의 스캔 결과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 파일에는 ‘찍은 날짜’를 포함한 속성정보가 전혀 없는데, 기본 날짜 정보를 보면 만들어진 날짜가 ‘2013년 2월 25일’이다. 그런데 검찰은 속성정보가 전혀 없음에도 이 시점을 스캔한 날짜로서 그대로 간주했다.
검찰은 이 ‘아들 상장 파일’에 대해 속성정보가 없으니 조작됐다느니 하는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다. 속성정보가 당연히 존재해야 하는 것처럼, 없으면 조작된 파일인 것처럼 주장했던 것이 검찰 아니었나? 검찰의 주장은 왜 그때그때 다른가?
이 상장 스캔 파일 하나뿐만이 아니다. 필자가 분석해온 정경심 교수의 여러 PC들에는 도합 수천 개의 사진 파일이 있는데, 대략 확인해본 결과 그중 절반 가까이가 사진의 속성정보가 없었다.
다른 사례로, 아래는 강사휴게실PC 1호에 있는 수천 개 사진 파일들 중 정경심 교수의 ‘가족관계증명서’ 파일의 속성정보다. 사진이 명암이 고르지 않고 오른쪽 아래 방향으로 음영이 진 것을 볼 때, 이 사진 파일은 스캐너로 스캔한 것이 아닌 카메라나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임이 거의 확실하다. 그런데 윈도우 파일 날짜가 2014년 2월 25일로 되어 있는 이 파일에도 속성정보가 전혀 없다.
이 PC들이 압수되기도 전에 정 교수가 이 수천 개 사진 파일들을 일일이 뒤져가며 속성정보를 삭제했을까? 검사들과 법조기자들의 PC에서 2013년 이전의 사진들을 모두 뒤지면, 과연 그 파일들 모두에 속성정보가 있을까?
파일 전송에서의 속성정보 손실은 일상적
중앙일보가 인용한 강구민 교수의 주장 중 잘못된 부분은 또 있다. “여러 번 이동을 거치더라도 속성정보는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주장이다.
강 교수가 말한 ‘이동’의 의미가 윈도우 탐색기에서의 복사나 DOS의 복사 명령(‘COPY’) 등에만 국한시킨 것이 아니라면, 이 명제는 명백하게 틀린 것이다. 당장 가장 흔히 사용되는 ‘카카오톡’은 어쩌란 말인가.
‘국민 메신저 프로그램’이라는 카카오톡이 사진 전송 시에 기본적으로 속성정보를 날려버리는 것은 꽤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사실 카카오톡의 ‘버그’가 아닌 의도된 기능이다. 카카오톡은 기본 설정에서는 사진의 크기를 일부러 줄여서 전송하는데, 이 과정에서 속성정보가 손실되는 것이다.
(이런 전송 과정에서의 속성정보 삭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직접 카카오톡의 ‘설정’에서 ‘사진화질’을 기본값인 ‘일반 화질’이 아닌 ‘원본’으로 변경하면 된다.)
이런 특성은 카카오톡뿐만 아니라 라인이나 텔레그램 등 많은 메신저 프로그램에서 비슷하고, 심지어 페이스북 메신저의 경우 원본 화질로 전송하는 기능이 아예 없다.
이렇게 기본 설정에서는 카카오톡으로 전송한 사진 파일이 크기가 줄어들고 속성정보가 삭제되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용자도 많지만, 모르고 있는 사용자들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어떤 경위로든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전송한 후 원본은 삭제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예를 들어, 처음 표창장 사진을 찍은 것이 조민이고 정 교수나 조국 전 장관에게 사진을 카카오톡으로 전송한 후에, 원본 사진을 찍었던 휴대폰을 교체하면서 따로 조심해서 파일들을 따로 저장해두지 않는다면 원본 사진은 사라진다. 원본에서는 속성정보가 있었더라도 속성정보가 없는 복사본만 남는 것이다.
검찰과 언론의 ‘삼인성호’, 여론과 재판부 심증 조작
보다시피, 사진 파일의 속성정보는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흔하고, 더욱이 메신저 프로그램 등으로 전송하는 등의 과정에서 삭제되는 경우는 더욱 흔하며, 애초에 사용자가 임의로 편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사진 속성정보라는 것이 마치 당연히 존재해야 하는 것이고 증거인멸 등의 목적으로 일부러 삭제하지 않는 한 영구보존 되는 듯이 주장한 것이 검찰과 검찰을 추종하는 대다수 법조기자들이었다.
사진 파일의 속성정보에 대한 검찰의 거짓 ‘언론플레이’는, 법조기자들 대부분이 몰랐을 수가 없는 허황된 주장이었다. 각 언론사들마다 사진 전문가들인 사진기자들이 있기도 하지만, 법조기자를 포함한 취재 기자들 스스로도 매우 자주 취재 사진을 찍기 때문에 이들로서는 검찰의 엉터리 속성정보 주장의 실체를 모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 많은 법조기자들 중 누구 하나도 검찰의 이런 말도 안되는 엉터리 주장에 대해 문제 제기 한번조차 없이 그대로 기사로 받아썼다. 이건 숫제 ‘받아쓰기 로봇’ 수준이다. 인공지능(AI)이 기사를 써도 이러지는 않는다.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이 있다. 세 사람만 우기면 없는 호랑이도 만든다는 것이다.
검찰과 국내 수십, 수백 기자들이 일제히 합창하면 너무도 뻔한 거짓말도 진실인 양 조작된다. ‘조국 사태’는 지금까지 내내 이런 식으로 흘러왔다. 그리고 이런 황당무계한 거짓말조차도 재판부의 심증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판결에 유죄 근거들 중 하나로 명시됐다.
다음 회에서는 앞서 살펴본 ‘번지지 않는 인주’ 문제와 이번의 ‘사라진 속성정보’ 두 가지가 실제로 법원의 판결에 어떤 황당한 영향을 미쳤고 또 어떻게 유죄 판단의 근거로 둔갑했는지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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