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 26일 구속심사…유창훈 부장판사가 심리
이재명 구속 여부 따라 '대혼돈' 민주당도 갈림길
유 판사 "증거인멸 우려 없다" 강진구 영장 기각
민주당 돈봉투 의혹 강래구 구속, 이성만은 기각
'김용 알리바이 위증' 증인의 영장도 발부 안 해
특정한 경향성은 찾기 어려워…기일 연기될 수도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역대 이런 수사를 본 적이 없다. 한 사람에 대해 370여 회가 넘는 압수수색을 2년 가까이 하고 굶겨 죽이는 게 아니라 말려 죽이는 이 검찰의 처분은 무효라고 생각한다. 이재명을 저들의 소굴로 내보낼 수 없다. 저들의 아가리에 내줄 수 없다."
박범계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장이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부르짖었던 말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끝내 '저들의 아가리'에 들어갔고 정치 역정 최대의 위기에 처했다. 비명‧반명계의 반란표로 대혼돈에 빠진 민주당도 분당 사태가 운위될 정도로 극심하게 흔들리기는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권의 폭주에 맞서 제도권에서 최후의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는 이 대표와 민주당의 표류는 곧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기와도 직결된다. 이 대표와 민주당의 운명은 우선 구속영장 심사 결과에 따라 갈림길에 설 전망이다.
검찰이 주장하는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으로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된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추석 연휴 이전에 결정된다. 서울중앙지법은 22일 이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기일을 오는 26일 오전 10시로 지정했다. 유창훈(50·사법연수원 29기)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심리한다.
유창훈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전담 판사 3명 중 사법연수원 기수가 가장 앞선 선배로, 법원이 구속영장 청구서를 접수한 날의 담당 법관이 심리한다는 원칙에 따라 이 대표 사건을 맡게 됐다.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난 18일의 담당 법관이 유 부장판사였다.
대전 출신인 유 부장판사는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해 1997년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올해 2월부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로 일하고 있다. 유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 업무를 전담하며 사회적 관심이 큰 인물들의 영장심사를 다수 맡아왔지만 그간의 이력을 토대로 이 대표의 영장이 발부될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유 부장판사는 지난 2월 시민언론 더탐사 강진구 대표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주거지에 침입했다며 검찰이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주거침입,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스토킹처벌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 강요 등 혐의로 청구했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들이 수사 과정을 통해 확보돼있는 점 ▲피의자 소환조사 등 그동안 수사 결과 ▲피의자의 직업 ▲영장심사 결과를 종합해 판단했다며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과 송영길 전 대표의 전직 보좌관 박용수 씨에 대해서는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며 각각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이성만 의원에 대해서는 "혐의에 관한 자료들이 상당 부분 확보된 현재까지의 수사 내용 및 피의자의 관여 경위, 관여 정도 등에 의할 때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지난 6월에는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사유는 "주요 증거인 관련자 진술을 살펴볼 때 피의자의 직무 해당성 여부, 금품의 실제 수수 여부, 금품 제공 약속의 성립 여부 등에 관해 사실적·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 현시점에서 피의자를 구속하는 것은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검찰은 박 전 특검의 혐의를 추가해 영장을 재청구했고, 같은 법원의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증거인멸 우려를 들어 박 전 특검을 구속시켰다.
지난 8월에는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2019년 12월 건설노조 조합원들에게 걷은 후원금 약 8000만 원을 불법 정치자금으로 민중당(현 진보당)에 후원한 혐의를 받은 민주노총 건설노조 김창년 수도권북부지역본부장과 허모 사무처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증거 인멸 또는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였다. 당시 진보당은 입장문을 내고 "경찰의 무리한 수사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고 환영했다.
가장 최근인 이달 1일에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재판에서 거짓 증언을 하고 위조된 증거를 제출했다는 혐의를 받은 이모 전 경기시장상권진흥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객관적 자료들이 확보된 이상 향후 피의사실과 관련해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피의자의 경력 등에 비춰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처럼 유 부장판사의 영장심사에서 특정한 경향성을 발견할 수는 없으며, 이재명 대표가 구속될지 여부 또한 속단하기 어렵다. 26일 영장심사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그날 밤이나 다음날 새벽 결정된다.
다만 이 대표가 23일째 단식을 이어가며 병상에 누워 있는 상태라 법정에 출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만약 이 대표가 건강 상태를 이유로 기일 연기를 요청하면 법원이 심리를 미룰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추석 연휴 이후에 영장심사 기일이 다시 잡힐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직접 출석하지 않고 변호인만 참여하거나 서면으로 심리가 진행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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