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브리핑] '이동관 방통위장' 청문회
광복절 경축사, 한미일 정상회담 큰 우려
한국사회 덮은 먹구름 속의 한 주간
태풍은 지나갔지만 이번 주는 대한민국 사회를 짙게 뒤덮은 먹구름 속에서 시작됩니다. 지난 1년 3개월간 윤석열 정부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졌지만 14일부터의 이번 한주일 동안에는 특히 중요한 일들이 나라의 안팎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는 특히 광복절 주간이지만 나라의 발전과 미래로의 길이 아니라 후퇴와 과거로의 회귀가 벌어지려 합니다. 빛을 찾은 날로서의 ‘광복’의 주간이 오히려 나라가 빛을 잃어가는 날들, 스스로 빛을 가리고 죽이는 주간이 돼버리려 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한국 사회가 빠지고 있는 수렁이 얼마나 더 깊어질지, 한국호의 배회와 표류는 얼마나 더 심해질지, 그리고 국민들의 삶은 얼마나 더욱 험난해질지를 가름하는 주간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언론 장악 작업이 이번 주에 착착 진행되려고 합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취임 준비의 일환이자 이동관 방통위장 체제에서 벌어질 일들의 예고입니다.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14일) 오전부터 KBS 이사회 남영진 이사장 해임과 MBC 이사회인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 해임을 위한 청문회가 열립니다. 이틀 뒤인 16일에는 바로 KBS 새 이사 선임과 방문진 이사장 해임이 강행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다시 이틀 뒤인 18일에는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개최됩니다. 이동관 방통위장 체제 확정을 위한 일련의 절차들입니다. 이와 함께 언론진흥재단 이사장 해임안 상정이라는 초유의 일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한 압박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동관 방통위장 입성에 대한 반대 여론은 그 자신과 그를 임명하려는 이와 그 주변 사람들, 공영언론에 대한 이해가 없거나 모자라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현직 기자 중 80%가 반대하며, 언론단체와 시민사회 학계가 연일 규탄 및 임명 철회 성명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폭주를 멈추라”라는 경고가 들리지 않는 듯, 들려도 듣지 않는 듯 이 정부는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 언론장악 1호로 꼽히는 YTN의 노조가 말한 대로 이동관 후보자의 방통위장 임명은 “학폭 가해자를 선도부장에 임명하는 꼴”입니다. 당시 국가정보원의 불법사찰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이명박 정부의 MBC 장악 배후에 이동관 수석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관여돼 있었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그의 과거의 전력은 ‘이동관 방통위’의 미래이기도 합니다. 과거의 재판(再版)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의 일들을 밀어붙일 것이라는 점이 그의 거침없는 입을 통해서 더욱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인물들을 내세워 공영언론 및 언론규제기관을 장악을 넘어 '점령'하려는 윤 정부의 폭주는 언론에 대한 선전포고이자 국민들에 대한 선전포고에 다름아닙니다.
이동관 씨와 함께 공영언론을 이끌 이들의 면면도 경악스럽습니다. ‘광주 5·18 북한군 개입’이나 세월호 유가족 비하, '삼성이 관리하는 판사' 출신이 공영언론 감독기관의 수장을 맡으려 하고 있습니다. '묻지마 범죄'가 성행하고 있지만 이런 인사야말로 ‘묻지마 인사’가 아니겠습니까.
'공산당 방송' 만들겠다는 선포
이동관 씨와 이들 인사들이 꿈꾸는 한국언론의 미래는 이 씨가 말한 '공산당 기관지는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을 그들에게 되돌려줘야 할 만합니다. 비판이나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 '공산당 기관지'와 '공산당 방송'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야말로 그들의 악착같은 공영언론 장악의 목표라고 할 것입니다.
공영방송 장악을 넘어 공영방송 시스템 자체가 무력화될 상황입니다. 언론정보학회의 지난 주 9일 성명에서처럼 “박정희 정권이 군사 쿠데타로, 전두환 정권은 언론통폐합을 통해, 그리고 이명박 정권은 검찰과 감사원을 통해 방송과 언론을 장악하더니 윤석열 정권은 이보다 더 나아가 공영방송 자체를 소멸시키려 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15일 광복절에 나올 윤석열 대통령의 경축사가 어떤 내용일지 매우 우려됩니다. 지난해 취임 뒤 첫 광복절 기념사는 한 일 관계에 대해 ‘미래 지향적 관점’을 얘기하면서 강제동원 피해 해법이나 일본의 과거사 반성에 대해선 전혀 얘기하지 않은, 역대 어떤 대통령에게서도 나오지 않았던 경축사였습니다. 그 후 이어진 일들을 돌아보면 일본에 대해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라고만 했던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는 바로 대일 굴욕 외교의 예고편, 혹은 그때는 미처 감지되지 못했던 그 시작이었던 셈입니다. 대통령의 올해 광복절 메시지가 또 어떤 충격을 안겨줄지 많은 국민들이 불안한 심정입니다. 한편에서는 그 같은 퇴행적인, 일본을 향한 자기비하적 메시지에 박수를 보내는 이들이 적잖은 현실이 어느 때보다 극명하게 확인되는 주간이 될 것입니다. 한국인에게 광복절은 이제 ‘경축’ 국경일이 아닌 광복 7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대한민국은 일부에서는 일제 식민지 시절을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날로, 한편으로는 그 식민지의 진정한 극복을 다짐하는 날로 삼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대일 대미 굴욕외교 어디까지 갈 것인가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한미일 정상회담은 위험한 군사동맹 안보유착의 문서화, 제도화가 이뤄지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그러나 동맹과 결속을 굳건히 한다는 말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동맹이라기보다는 추종과 예속의 공고화를 가속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데에서 나라 밖에서의 먹구름이 한반도로 향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잼버리 파행은 국민들의 자발적인 봉사와 '국가 총동원령'을 방불케 할 정도의 기업체와 공공기관에 대한 거의 강제적인 징발로 간신히 수습된 듯합니다. 그러나 100년간의 잼버리 역사에 큰 오점으로 남을 이번 잼버리가 마지막 날의 급조된 K 팝 공연으로 과연 순조롭게 마무리된 것일까요. 국가적 망신의 후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며, 국제행사 개최의 모범국이었던 한국이 앞으로 국제행사를 유치하는 것이 가능할지, 아니 유치하려는 것 자체가 타당할지에 대해 많은 의문이 들게 합니다.
대통령과 정부가 '사고'를 일으키면 국민들이 피해를 수습하는 것이 하나의 공식처럼 반복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국민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대통령과 정부를 보호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같은 양상은 지난 1년 3개월간 그랬듯이 앞으로 되풀이될 것이라는 것이 한국 현실을 덮고 있는 먹구름입니다.
이번주에 예정된 일들, 무엇보다 이동관 청문회를 비롯한 언론 관련 사안들, 여기에 광복절 경축사와 한미일 정상회담에서의 대미 대일 맹종의 공고화는 그 같은 국정 운영, 나라 운영 방식을 결코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보여줄 듯합니다. 바꾸지않는 것은 물론 오히려 지금껏 해 왔던 것보다 더욱 분명하게 할 것이라는 작정을 보여줄 것입니다.
한국 사회의 전진이냐 퇴행이냐,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위상의 상승이냐 하강이냐, 민주주의의 후퇴냐 그 저지냐, 공영언론의 파행이냐 그 제동이냐, 한국사회 상공의 이 거대한 먹구름이 이번 주에 어떤 강풍과 사나운 비를 몰고 올 것인가. 시민언론 민들레로서는 여느 주간보다도 바쁜 한 주가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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