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 31명·졸업생 70명·전현직 교수 4명 동참

"대통령 3·1절 기념사 일제 침략행위에 면죄부"

"제3자 변제안은 식민지배 단죄하는 큰 흐름 역행"

"역사 정의 거스르는 자 역사의 심판 받는다"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덕성여대 사학과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했다. 이 대학 21학번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은 18일 서울 종로캠퍼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윤석열 대통령이 19점을 받은 근본 원인은 전도된 역사관 때문”이라고 규탄했다.

학부 단일학과로는 처음이다. 최근 전국의 여러 대학에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이기는 했지만, 시국선언이라는 방식으로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시국선언에는 재학생 31명, 졸업생 70명이 참여했다. 이 대학 전현직 사학과 교수 4명도 제자들과 뜻을 함께했다.

이들은 시국 선언문에서 “3·1운동 기념사에서 윤 대통령은 ‘세계사의 변화에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했다’는 망언을 해 일본제국의 침략행위에 면죄부를 주었다”며 “일본을 ‘파트너’라고 (칭하며), 자신의 발언이 ‘104년 전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외친 선열들의 정신과 다르지 않다’고 하여 독립운동에 헌신한 선열들을 모독했다”고 성토했다.

이어 “대통령의 3·1절 망언이 나온 지 일주일이 안 돼 일제하 전범기업들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할 배상금을 국내 재단이 대신 배상하는 ‘제3자 변제안’이 발표됐다”며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단죄하는 세계사적 흐름에도 역행하는 반인권적이며 반인륜적인 방안”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또 “윤 대통령은 전문가 종합평가에서 19점(100점 만점)을 받았는데, 그가 낙제점을 받은 근본원인도 전도된 역사관에 기인하는 것”이라며 “그릇된 역사관을 가진 대통령에게 올바른 국정운영을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비판했다.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교수 345명에게 점수를 물어 100점 만점에 19점을 받았다는 결과를 지난 10일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을 향해 “역사 정의를 거스르는 자는 역사의 심판을 받는다”고 경고하며 “우리는 역사 정의 실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온몸으로’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중앙대 캠퍼스 안에 붙은 시국 대자보.  2023.4.13. 연합뉴스
중앙대 캠퍼스 안에 붙은 시국 대자보.  2023.4.13. 연합뉴스

나보현(21학번)  재학생 대표는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외면하고 있는 현 정부의 실태를 바로잡기 위해 시국선언에 참여하게 됐다”며 “역사를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강제동원 피해자분들을 포함해 식민지 시대를 겪으신 분들이 얼마나 처절한 삶을 살아오셨는지,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 버텨내셨는지 배웠다. 더 이상 이분들이 외면당하고 국격이 훼손되는 일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라고 시국선언에 나서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나 대표는 “윤석열 정부에 진정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졸업생 손효진(95학번) 씨는 “짧은 시간 동안 서명을 받았는데, 많은 분들이 함께해주셔서 모두 현 시국에 대해 굉장히 고민하고 걱정하고 있구나, 를 다시 느끼게 됐다”며 “나이와 학번, 모든 걸 떠나서 105명이 선언했다는 것을 윤석열 정부가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최주희 한국사 교수는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과 여성교육 운동의 산실로 알려진 덕성학원에서 역사정의 실현을 다짐하는 시국선언을 하게 됐다”며 “87년 6월 항쟁이 있기 몇 달 전 덕성여대에서 시국선언을 했다, 이처럼 민주화 운동에 앞장 섰던 덕성인들이 지금 (다시)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에 대해 굉장히 유감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한상권 명예교수는 “현직 사학과 교수들이 찾아와 ‘사학인들의 의지를 밝히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해서 13일부터 서명을 받았는데 105명이 모였다”라며 “역사를 배우고 실천하고, 강의하고 연구하는 양 축의 주체가 모여 목소리 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재학생과 졸업생, 교수들은 이날 5.18 민주화운동 43주년을 맞아 시국선언 날짜를 잡았다. 이들은 “단일 학과로서는 최초의 시국선언”이며 “교수·재학생·졸업생이 함께하는 공동 선언 역시 최초”라고 밝혔다. 주최 측은 “3명의 사학과 전임 교수 중 2명, 전체 사학과 재학생 75명 중 31명이 시국선언에 함께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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