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비호하에 몰상식 · 반역사 발언 수위 높아져가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불가피한 결단’ 강조한 말이라며 중계방송하듯 보도

일본의 과거 침략과 식민 범죄 반성 등 한일 관계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반상식적 발언들이 되풀이되고 있다. 반복되고 있는 것을 넘어서 말의 몰상식적· 반역사적 수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발언들은 물론 한일 간의 역사와 국가 간의 선린 관계의 조건에 대한 몰이해와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자꾸 되풀이되고 더욱 심해지고 있는 것은 그에 대한 한국언론의 비판과 지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탓이 크다. 오히려 한국언론들은 이를 포장하고 비호해 줌으로써 윤 대통령의 ‘망언 행진’은 더욱 더 폭주로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대일굴욕대책위원회·강제동원 의원모임 의원들이 25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이 100년 전 역사 때문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윤석열 대통령을 규탄하고 있다. 2023.4.25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대일굴욕대책위원회·강제동원 의원모임 의원들이 25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이 100년 전 역사 때문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윤석열 대통령을 규탄하고 있다. 2023.4.25 연합뉴스

24일 윤 대통령의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나온 “100년 전 일로 일본에 무릎꿇으라 할 수 없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이튿날 한국의 주요 매체들은 비판 없이 인용하면서 오히려 이를 ‘불가피한 결단’을 강조한 말로 중계방송하듯 보도했다.

특히 중앙일보의 보도가 이에 적극적이다. 중앙일보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한국형 핵우산 문서화, 한미일 정보공유 확대 등 과제를 안고 미국으로 향하면서 한일협력의 불가피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고 해 ‘불가피한 일’을 ‘강조’했다고 쓰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일본에 대한 결단을 길게 설명했다”고 해 대일 굴종외교를 ‘결단’이라고 칭송해 온 그 동안의 자신의 보도의 논지를 재확인하고 있다.

중앙일보 특히 적극적으로 비호 칭송

반면 윤 대통령의 대일본 발언들을 충실하게 보도해 해온 조선일보는 1면에서 워싱턴포스트 인터뷰를 실으면서도 문제의 발언은 아예 뺐다. 6면에서야 이 발언을 전하고 있을 뿐이지만 “국내 일각’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있지만 이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해 대일 굴욕 사태에 대한 반발이 국내의 ‘일각’에서만 일고 있는 것으로, 또 그에 대한 윤 대통령의 대응을 ‘정면돌파 의지’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세 유력 매체 중에서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은 동아일보가 유일했다. 이 신문은 1면 기사에서 “일각에선 일본이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안’에 대해 아직 성의 있는 조치를 보이지 않고 있고 한일 관계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발언에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썼다. 그러나 이 정도를 놓고 과연 비판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신문 역시 '일각'의 여론으로, ‘비판’도 아닌 ‘지적’이라고 쓰고 있고, 그나마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게 아니라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즉 다수가 아닌 ‘일부’에서 ‘지적을 하기도 하는’ 정도라는 의미다.

국민의힘 대변인이 WP의 보도에 대해 “오역”이라며 억지 주장을 펴고 나오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도 이들 신문들의 이 같은 엄호가 그 지반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대변인은 WP의 기사에서 ‘(일본에) 무릎을 꿇으라 하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대목은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이다라면서 한국언론이 이를 잘못 번역한 탓으로 돌렸다.

대일굴종 '일각'에서 '지적'도 있는 정도?

그러나 이에 대해 기사의 작성자인 WP의 주한 특파원은 “번역 과정에서 오역은 없었으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말의 주어(윤 대통령)는 분명히 있다”고 바로 반박했다. 자신의 기사에 대해 ‘오역’ 시비를 거는 것에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읽힌다. 한국어의 특성상 주어가 없더라도 동사의 주체는 '내가'가 된다는 상식에 비춰볼 때도 국민의힘 측의 해명은 억지 주장이지만 WP 기자의 반박이 없었다면 이번 사태는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사태처럼 엉뚱하게 흐를 수도 있었다. WP 기자의 적극 대응으로 그 같은 왜곡은 피하게 됐지만 그럼에도 국민의힘 측이 이같이 무리한 주장을 펴고 나서는 것은 중앙이나 조선의 보도와 같은 비호성 보도들이 통할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WP의 기사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대목은 후반부에서 윤 대통령의 인상에 대해 평한 부분이다. “비공개 회의에서 그를 만난 사람들에 따르면, 그는 개인적으로 놀랄 만큼 여과되지 않았다. 그는 공공장소에서도 세련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작년에, 그것은 ‘바이럴 핫 마이크 모멘트’(욕설 사용을 말함)로 이어졌다.”

이 기자가 한국의 대통령과 1시간 30분 동안 대화를 나누면서 받은 인상을 ‘여과’해서 한 표현인 것으로 읽힌다.

25일 한국의 주요 언론들의 보도는 윤 대통령 자신이 여과하지 않고 드러내는 역사에 대한 몰이해와 무지를 한국언론들이 전력을 다해 ‘여과’해 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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