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강의한 일본의 대학 설립자 등이 시초

"유신으로 근대화 성공한 일본 이웃 멸시” 시작

"일본에서 쏟아지는 혐한론은 현대판 탈아 현상"

"혐한은 국력 약해져 초조함과 조바심에서 유래"

 

2차 세계대전 당시 제작된 일제의 전쟁 포스터.  여성이 대일본국방부인회라고 쓰인 띠를 두르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제작된 일제의 전쟁 포스터.  여성이 대일본국방부인회라고 쓰인 띠를 두르고 있다. 

여러 혐한 서적의 저자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무로타니 카츠미가 또다시 한국인들을 모욕하는 망문(妄文)을 써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20일 일본 극우지인 산케이신문 계열 타블로이드지 <석간 후지>에 기고문을 통해 “일본에 다녀간 한국 젊은이들의 인터넷 게시글에는 대개 사진이 첨부되는데 번화가나 명소, 유적지를 촬영한 것도 있지만, 자기가 먹은 음식을 찍은 것이 상당히 많다”며 “(사진에는) 싸구려 선술집(이자카야)의 조잡한 모둠 생선회, 회전 초밥, 패스트푸드, 편의점 도시락을 볼 수 있다”고 조롱했다. 그는 ‘악한론(惡韓論)’ ‘붕한론(崩國論)’ ‘매한론(昧韓論)’ 등 혐한 서적의 저자다.

무로타니 카츠미는 지난 2월에도 <석간 후지>에 “한국 젊은이들은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우면서도 ‘에르메스’ 빈 상자를 배경으로 가짜 ‘롤렉스’ 손목시계를 차고 자랑질을 위해 사진 찍는다”며 “한국은 과거나 지금이나 외화내빈의 나라”라는 망문을 실었다.

익숙하고도 저급한 혐한론이다. 일본 극우 인사들이 심심하면 배설하는 망문이다. 저들은 언제부터 배설을 시작했을까. 망언의 시초, 망문의 기원이 있을까.

역사학자 이원우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조선 멸시론자였던 후쿠자와 유키치(1835~1901)를 지목한다. 그의 ‘조선 혐오 발언’이 망문의 시작이라는 주장이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지난달 17일, 방일 중에 윤석열 대통령이 찾아가 강연한 게이오대 설립자다.

이원우 연구위원은 지난해 학술지 ‘일본문화연구’에 발표한 논문 <일본 혐한도서의 역사인식에 관한 연구>에서 “2010년 이후 일본에서 나온 혐한 도서들이 메이지 시대 초기 후쿠자와 유키치(1835∼1901) 저서의 논지와 상당히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비슷할까.

 

후쿠자와 유키치
후쿠자와 유키치

예를 들면 후쿠자와 유키치는 <탈아론>에서 조선의 유교를 비웃으며 이런 망문을 썼다. “하나에서 열까지 겉모습의 허식만을 중요시하고 실제에 있어서는 진리 원칙과 같은 식견이 없을 뿐만 아니라 도덕조차도 찾아볼 수 없다.” 이 문장은 무로타니 카츠미의 “한국은 과거나 지금이나 외화내빈의 나라”라는 망문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이런 동어반복은 수 없이 많다. 일본의 극우 인사들이 후쿠자와 유키치의 혐한론을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내뱉으면 미디어와 대중이 유포한다. 예를 더 들어보자.

“조선인의 완고, 무식함은 남양의 미개인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후쿠자와 유키치)

“아직은 미개한 나라다. 한국은 선진국이 될 수 없다.” (2013년 10월호, 일본 잡지 ‘사피오‘의 기사 소개 광고)

“거지, 미개인이라며 반기문 사무총장과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을 매도…” (2016년, YTN 기사 일부)

“조선은 상하 모두가 문명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학자는 있지만 다만 중국의 문자만 알 뿐 세계정세는 모르고 있다. 그 나라의 질을 평가하자면 글자를 아는 야만국이라고 하겠다.” (후쿠자와 유키치)

“원래 한문을 썼는데 한문을 문자화하지 못해 일본이 만든 교과서로 한글을 배포했다. 일본인이 한글을 통일시켜서 지금의 한글이 됐다.” (2019년, 일본 화장품 기업 DHC의 유튜브 방송)

현대 일본인들의 혐한 기원은 후쿠자와 유키치 외에 얼마든지 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게이오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인용한 식민주의자 오카쿠라 텐신(1863~1913)도 빼놓을 수 없다.

 

오카쿠라 텐신
오카쿠라 텐신

“조선의 고분에서 나오는 출토품들이 일본 고분의 출토품과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는 것만 보아도 일본이 태고적부터 이미 조선을 지배하고 있었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 아닌가.” (1904년, 텐신의 책 ‘일본의 각성’)

“‘한류’는 일본 문화의 도용이다.“ (2013년, 일본 잡지 ‘보이스’)

이런 터무니 없는 망언과 망문은 어떻게 진화해 왔을까. 이원우 연구위원은 “19세기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거쳐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근대화에 성공하면서 이웃 국가에 대한 우월과 멸시를 고착해 갔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역대 중국 왕조에 저항하면서 지금까지 민족적 실체와 정체성을 유지한 나라는 한국과 베트남 정도”라고 일본 혐한론의 허구성을 지적하며 “일본에서 쏟아지는 혐한론은 현대판 ‘탈아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혐한 도서는 일본의 국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져 한국을 의도하는 대로 유도하지 못하는 초조함과 조바심에서 유래한 자기통제 상실의 고백”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태평로 일대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33차 촛불대행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안중근 의사의 단지 손도장 그림이 새겨진 깃발을 어깨에 두른 채 무대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3.4.1. 연합뉴스
지난 1일 서울 중구 태평로 일대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33차 촛불대행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안중근 의사의 단지 손도장 그림이 새겨진 깃발을 어깨에 두른 채 무대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3.4.1.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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