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법, 형법상 명예훼손 해당 안 돼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사상자 명단 공개 전제

한국기자협회 재난보도준칙에 오히려 부합

"피해자 명단, 당국 발표 늦어질 땐 취재 보도"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에 추모 메세지와 꽃이 놓여있다. 2022.11.16 연합뉴스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에 추모 메세지와 꽃이 놓여있다. 2022.11.16 연합뉴스

시민언론 민들레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뒤 일부 보수 단체는 물론 여권과 법무부 등 당국에서까지 법적 조치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명단 공개와 관련된 법률과 보도 관련 규정 등을 검토해 보면 위반 여지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개인정보 보호법이 규정하고 있는 ‘개인정보’란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제2조)를 말한다. 따라서 이태원 희생자에 대한 이름 공개는 원천적으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소지가 없다는 게 법률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아울러 개인정보 보호법에는 ‘개인정보 처리자’가 주체로 명시돼 있는데,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 파일을 운용하고 처리하는 공공기관, 법인 등을 가리키기 때문에 명단을 공개한 언론사는 해당되지 않는다.

형법상 명예훼손은 형법 제307조의 일반규정으로 ‘공연히 사실이나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별히 죽은 사람에 대한 명예훼손은 형법 제308조(사자의 명예훼손)에서 정하고 있다. 사자명예훼손죄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자(死者)이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대상으로 한다. 일반 명예훼손이 ’사실이나 허위사실‘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허위사실만을 겨냥하고 있다. 따라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이름만을 공개한 행위는 관련이 없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 제1항 나목이 정한 사회재난에 해당한다. 재난관리책임기관 등은 재난관리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수집·보유하고 있는 재난관리정보를 관련 기관과 공동이용하여야 한다(제74조의 2). 또 중앙재해대책본부장은 필요한 경우 재난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행정기관과 관련 공공기관 및 개인에게 요청할 수 있고, 요청을 받은 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따라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정보에는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및 전화번호를 포함한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은 “법률로 규정된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그 발생을 예방하거나 대피·구조·복구 등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여 그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재난방송을 하여야 한다”(제40조 제1항)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재난 발생의 예방·대피·구조·복구 등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방송사업자에 대하여 지체 없이 재난방송을 하도록 요청할 수 있고 방송사업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따라야 한다고 돼 있다(제40조 제2항). 현재 한국방송공사(KBS)가 재난방송의 주관방송사로 지정돼 있다.

현행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은 관련 법령이 정한 재난의 발생을 예방하거나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재난의 발생·진행 상황을 방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재난에 따른 피해통계, 사상자·실종자 명단을 방송할 때 예단해서 시청자를 오인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했다(제24조의 2). 희생자 명단 공개를 하는 것은 당연히 전제하고 정확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기자협회 재난보도준칙의 경우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사람들의 상세한 신상 공개는 인격권이나 초상권,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가 있으므로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제19조 신상공개 주의)고 밝히고 있다. 이름 공개를 금지하거나 사전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이름만 공개하는 게 '상세한 신상 공개'에 해당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나아가 재난보도준칙에는 '피해자 명단'에 관해 '당국의 공식 발표가 늦어질 때는' '자체적으로 취재한 내용을 보도하라"고 돼 있다(제11조 공적 정보의 취급). 

이와 같은 법령과 관련 규정을 종합하면 이태원 참사와 같은 상황에서 재난보도와 명단 공개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고도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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