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없는 정순신 청문회…여당은 '보이콧'

학폭 심각성 재조명, 후속조처 적절성 따져

물 고문도 있었다는데…변호사 "아는 바 없다"

"전학 취소, 최선의 결정" 발언에 의원들 탄식

14일 오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여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정순신 자녀 학교폭력 진상조사 및 학교폭력 대책 수립을 위한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정 변호사는 지난달 31일 열렸던 앞선 청문회와 마찬가지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2023.4.14. 연합뉴스
14일 오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여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정순신 자녀 학교폭력 진상조사 및 학교폭력 대책 수립을 위한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정 변호사는 지난달 31일 열렸던 앞선 청문회와 마찬가지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2023.4.14. 연합뉴스

지난달 말 정순신 전 검사의 불출석으로 파행을 겪은 정 전 검사 아들 학교폭력(학폭) 진상규명 청문회가 또다시 열렸지만, 정 전 검사와 그의 부인, 아들 등이 불참하면서 '반쪽짜리' 청문회에 그쳤다. 여당은 청문회를 불참하고 '정치적 공세'라며 야당을 비판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14일 정 전 검사 자녀 학교폭력 진상규명 청문회를 열었다. 하지만 정 전 검사는 지난달 31일에 이어 이날도 '공황 장애'를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정 전 검사의 배우자 조성희 씨, 아들 정윤성 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심신쇠약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부전자전?…"정윤성, 동행명령 피하려 휴가 꼼수"

유기홍 교육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청문회에 앞서 "정순신 증인은 지난번 청문회에 이어서, 두 번째 불출석을 감행함으로써 국회의 권위를 훼손했다"며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엄중한 직책을 맡겠다고 수락한 사람이 공황장애를 이유로 2번이나 불출석한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정윤성 씨는 현재 공군 병장으로 군 복무 중"이라며 "청문회를 앞두고 휴가를 나가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혹시 모를 동행명령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며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상적인 군 생활을 하기 힘든 상황인지 확인했더니, 최근 한 달간 정상적으로 근무했다는 답변이 왔다. 전투체육 시간과 훈련에 열외된 일도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국회가 청문회를 연기하면서까지 반드시 출석할 것을 요구했지만 정순신에게 국회 출석 요구서는 한낱 종잇장에 불과한 모양"이라면서 "청문회 증인이 두 차례 연속 불출석한 사례는 국회 역사상 찾아보기 힘들다. 가족 모두가 동반 불출석한 것도 아마 최초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9월 국정감사 때, 다시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오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정순신 자녀 학교폭력 진상조사 및 학교폭력 대책 수립을 위한 청문회에서 정 변호사 아들의 증인 명패가 청문회장 한 구석에 놓여 있다. 정 변호사와 아들 정 모씨는 이날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2023.4.14. 연합뉴스
14일 오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정순신 자녀 학교폭력 진상조사 및 학교폭력 대책 수립을 위한 청문회에서 정 변호사 아들의 증인 명패가 청문회장 한 구석에 놓여 있다. 정 변호사와 아들 정 모씨는 이날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2023.4.14. 연합뉴스

민주당 강민정 의원은 "이런 사람이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중책을 맡을 뻔했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여기가 무슨 동창 모임도 아니고, 국회 청문회인데, 본인 때문에 두 번씩이나 열게 만들어 놓고도 이 자리에 나오지 않는 것은 국회와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오만방자하기 이를 데 없다"고 했다.

강 의원은 "정순신 증인은 자식 문제를 해결하고, 자식이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를 해서 올바른 인간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할 부모의 의무를 저버렸다"며 "오로지 자기 아이의 입시 성공을 위해서, 반성하고 성찰할 기회를 부모가 박탈한 것이다. 입시에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인생에는 실패한 인생을 살게 만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서동용 의원은 "정 전 검사가 이번 사건마저도 국회에서 고발을 한다 하더라도 본인이 전직 검사의 권력을 이용을 해서 이 사건을 무마할 수 있다라고 하는 확신에 차서 이러한 행위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며, 위원장에게 불출석에 대한 고발 조치를 요청했다.

물고문 제보도 있다는데…변호사 "아는 바 없다"

정 전 검사 일가가 불출석한 가운데 이뤄진 청문회에서는 정 전 검사 아들 정윤성 씨가 저지른 학폭의 심각성을 재조명하고, 그에 따른 후속조치가 적절했는지 여부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학폭 문제에 대해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었다는 증인들의 증언에 청문회장에서는 탄식과 고성이 터져 나왔다.

무소속 민형배 의원은 출결 현황 자료를 공개하고 피해 학생이 고등학교 2년 동안 단 2일만 정상적인 수업을 받았다고 했다. 민 의원은 "피해 학생은 정신적 충격으로 수업을 거의 받지 못하는데, 가해 학생은 출석정지 7일과 학교봉사 40시간에 반발해 가처분 신청을 냈다"며 "피해 학생의 상태는 안중에도 없고, 정 전 검사는 오직 아들 감싸기에만 여념 없었다"고 비판했다.

정윤성 씨 외 다른 학생에 의한 집단폭력 의혹도 새롭게 제기됐다. 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다른 학생이 신체폭력을 포함해서 집단적 폭력, 물고문까지 있었다는 제보가 있었다"며 "세면대에 물을 받아서 피해 학생을 고통스럽게 했다는 내용도 있다"고 폭로했다. 한만위 민족사관고등학교 교장은 "인지한 바 없다"고 했다.

 

14일 오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정순신 자녀 학교폭력 진상조사 및 학교폭력 대책 수립을 위한 청문회에서 송개동 변호사가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4.14. 연합뉴스
14일 오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정순신 자녀 학교폭력 진상조사 및 학교폭력 대책 수립을 위한 청문회에서 송개동 변호사가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4.14. 연합뉴스

지난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았던 송개동 변호사에 대한 추궁도 이뤄졌다. 송 변호사는 정윤성 씨의 소송을 대리했다. 송 변호사는 '왜 국민들이 이렇게 화가 날 것 같냐'는 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질의에 "정순신 변호사의 대리인이 아니라 증인으로 출석을 했다"며 "이 사건을 맡은 변호사로서 법률적인 쟁점 이외에 다른 것에 대해서 잘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이에 안 의원이 "강한 자, 힘 있는 자, 기득권 있는 자의 편에 서지 말고,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그 좋은 머리 10분의 1이라도 좀 써보시라"고 비꼬자, 송 변호사는 "기득권 있는 자의 편을 든 것이 아니고, 헌법과 법률에 모든 국민은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고 변호사의 조력받을 권리가 있고, 조력을 요청한 사람에게 법률적인 조언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전학 취소, 최선의 결정" 학폭 담당자 발언에 탄식

강원도교육청 학폭 담당자인 정진주 변호사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2018년 5월 3일 강원도학생징계조정위(재심)에서 정 변호사는 정윤성 씨 전학 처분 조치에 대한 '취소' 결정을 동의했다. 당시 징계조정위원회 회의에 위원 7명 중 4명이 참석했고, 정 변호사를 포함한 3명이 전학 취소를 결정해 강제 전학이 미뤄졌다.

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피해 학생이 학교 폭력로 인한 우울증, 과민한 스트레스, 트라우마로 인한 자살위험군으로 진단받게 됐다"며 "이런 사건 경위서를 보고도 심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냐"고 물었고, 정 변호사는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판단할 때는, 단순히 피해 학생이 느끼는 피해의 심각성뿐만 아니라 가해 행위의 심각성도 같이 판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도 의원이 "진단서를 허위로 썼다고 보냐" "심각하지 않냐"고 재차 묻자, 정 변호사는 "피해 정도와 가해 학생의 행위와 인과관계 부분이 학교에서 입증이 덜 됐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는 "여전히 그 결정을 잘했다고 생각하냐"는 도 의원의 질문에 "피해 학생이나 가해 학생을 위해 최선의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장내에서는 탄식이 나왔다.

 

14일 오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정순신 자녀 학교폭력 진상조사 및 학교폭력 대책 수립을 위한 청문회에서 증인들이 선서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지난달 31일 열렸던 앞선 청문회와 마찬가지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2023.4.14. 연합뉴스
14일 오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정순신 자녀 학교폭력 진상조사 및 학교폭력 대책 수립을 위한 청문회에서 증인들이 선서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지난달 31일 열렸던 앞선 청문회와 마찬가지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2023.4.14. 연합뉴스

유기홍 위원장은 정 변호사의 답변을 듣다가 "도대체 뭘 최선의 결정을 했다는 것이냐"라고 호통을 쳤다.  이어 "내 귀를 믿을 수가 없다. 학교 측 입증을 제대로 못했다는 것은, 판사가 잘못된 판결을 하고 나서 검사가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변명을 듣는 느낌"이라면서 "비교육적인 태도라는 데 정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폭 담당 교사였던 민사고 박가현 교사는 "매뉴얼을 완벽하게 잘 알고 도움을 줄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들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피해 학생에게) 사실 너무 미안하다"며 "가해 학생을 최대한 빨리 전학을 보내고 싶었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정말 많은 무기력감을 느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안민석 의원이 '사과할 의사가 있냐'고 묻자 "있다"고 답했다.

"정윤성 씨, 로스쿨 지원시 '학폭 불이익' 없어"

정윤성 씨의 학폭 기록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서울대 측은 정 씨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지원해도 학폭 기록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규 서울대 교육부총장은 '학폭 가해자가 로스쿨에 입학할 때 불이익을 받는 규정이 있느냐'는 유 위원장 질문에 "학부 때의 것은 연계되지 않는다"며 "현재로서는 그런 상황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교생활기록부상 학폭 기록 보존기간을) 고3 졸업 후에 4년까지 늘렸다"며 "대학 입시에서는 재수나 삼수를 해도 고려는 되지만, 대학원 과정에서는 교육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고려되지 않는 사항은 분명히 있다"고 답했다. 그는 "엄벌주의가 가지는 부작용도 있기 때문에, 이를 중용해서 4년으로 했다"고 덧붙였다.

정 씨의 학폭 기록을 삭제한 반포고는 가해 내용을 모르는 상태로 삭제 심의를 했다고 밝혔다. 하화주 반포고 교감은 "(정 씨가) 반포고로 전학을 왔을 때, 강제 전학이라는 사실 이외에 당시 학폭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받은 적이 없다"며 "현재도 그렇지만 학교 간 학폭 관련 내용을 공식적으로 공유하고 주고받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나 법적인 근거가 없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 등 교육위 소속 의원들이 14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정순신 자녀 학교폭력 진상조사 및 학교폭력 대책 수립을 위한 청문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4.14.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 등 교육위 소속 의원들이 14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정순신 자녀 학교폭력 진상조사 및 학교폭력 대책 수립을 위한 청문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4.14. 연합뉴스

"혹독한 대가 치르고 있어"…국힘, 정순신 가족 두둔

한편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청문회 개최에 반발해 일제히 불참하고, 기자회견까지 열어 정 전 검사 일가를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이들은 "정 씨 가족은 언론과 사회적 비난 속에서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면서 "민주당의 목적은 학교폭력 근절과 대책 수립보다는 정순신 씨와 일가족을 불러 망신 주려는 데 있다"고 했다.

또한 오후에는 청문회에 대항해 '맞불' 성격의 정책 간담회를 열고 학폭 대책의 일환으로 피해자 보호기관 실태조사 등을 제안했다. 정 씨 일가 학폭 사태 진상 규명과는 무관한 것이다.

국회 교육위는 교육위원 위원 3분의 1 이상 연서로 정 전 검사와 배우자 조 씨, 아들 정 씨를 검찰청에 고발키로 결정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5조에 따르면 청문회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연서에 따라 고발하면 검찰은 고발장이 접수된 날로부터 2개월 이내에 수사를 종결하고, 검찰총장은 지체 없이 처분 결과를 국회에 서면 보고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심복으로 알려진 이원석 검찰총장은 정 전 검사와 사법고시37회·사법연수원 27기 동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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