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여론 외면한 채 야당 탓만…또 갈라치기

취임 뒤 10개월 넘도록 야권과 대화·협치 거부해

민주 "누가 누구를 부끄러워하나?"…정의 "황당"

한일 '비정상회담' 관련 국회 합동청문회 협의키로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일관계 정상화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2023. 3. 21.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일관계 정상화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2023. 3. 21.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야당이 부끄럽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정상회담에서 얻어낸 건 아무것도 없이 최악의 굴욕 외교로 일관했던 윤 대통령이 들끓는 비판 여론은 외면한 채 야당 탓만 하며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형국이다. 야당에서도 "지금 누가 누구를 부끄러워해야 하는 거냐"고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2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 비공개 발언에서 방일 당시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지도부를 접견한 일을 거론했다고 한다. 입헌민주당의 나카가와 마사하루 헌법조사회장은 윤 대통령에게 "곧 방한해서 한국 야당 의원들을 만나 미래를 위한 한일관계를 함께하자고 설득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 일화를 언급하며 "그런 얘기를 듣고 부끄러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본은 여야 없이 한일관계 개선을 환영하는데 한국 야당은 반대만 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사실상 한국 야당이 보기 부끄럽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반일을 외치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 존재한다"고 했던 발언과 일맥상통하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제3자 변제' 방안 등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를 비판하는 이들을 오로지 '정치적 이득' 때문으로 간주하며 그 중심에 야당의 선동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국민적 반대가 거센 상황에서 이 같은 발언은 오히려 윤 대통령의 특기이기도 한 '갈라치기'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도모하려는 노림수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취임 뒤 10개월이 넘도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제1야당 지도부와 단 한 번도 회동하지 않았으며 대화와 협치를 철저히 외면하는 태도를 고수해왔다. 물론 대일 외교와 관련해 야권으로부터 어떤 의견도 수렴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 야당이 부끄러웠다'고 하는데 지금 누가 누구를 부끄러워해야 하는 거냐?"며 "우리 국민들은 윤 대통령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기 힘들 정도로 참담한 심정이다. 윤 대통령의 치욕스런 굴종 외교를 더 이상 봐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민주당은 왜 이런 굴욕외교가 이뤄진 것인지 그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묻겠다"면서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한편 관련 상임위원회가 모두 참여하는 합동청문회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도 마찬가지로 발끈했다. 이재랑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민들도 윤 대통령이 부끄럽다"며 "일본 야당조차 한국 야당을 설득하겠다고 노력한다는데, 어떻게 한국 대통령은 야당을 설득하고 야당과 대화할 생각조차 안 하는가? 야당 찾아와서 정책에 대해 한 번이라도 이해를 구해본 적 있느냐?"고 따졌다.

이어 "야당 비판하겠다고 하다 하다 일본 야당 편까지 들고 있다. 야당과 협치하랬더니 일본 야당과 협치할 판"이라며 "황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여당만이 아니라 야당도 대한민국이다. 국익을 함께 고민하는 것에 여야가 따로 있을 리 없다"며 "대통령은 부끄럽다는 그 마음으로 자신의 독선적인 태도를 돌아보길 바란다. 지금이라도 야당과 적극 협조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국익을 위한 올바른 협치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대일굴종외교 규탄 태극기달기 운동 행사에서 '역사를 팔아서 미래를 살 수는 없습니다' 문구가 담긴 태극기 스티커를 차량에 부착하고 있다. 2023. 3. 22. [공동취재]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대일굴종외교 규탄 태극기달기 운동 행사에서 '역사를 팔아서 미래를 살 수는 없습니다' 문구가 담긴 태극기 스티커를 차량에 부착하고 있다. 2023. 3. 22. [공동취재] 연합뉴스

민주당은 특히 한일 '비정상회담'과 관련한 합동청문회 추진을 공식화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역대 우리 정부 어느 대통령도 일본의 반성과 사과도 없이 대놓고 퍼주기 외교를 했던 전례는 없다. 위안부 합의로 지탄받던 박근혜 정부조차 일본의 '사죄와 반성'은 받았다"며 "윤석열 정부의 굴욕적 '비정상회담'을 둘러싼 의혹과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국회 차원의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못박았다.

박 원내대표는 "유관 상임위가 참여하는 합동청문회를 국정조사와 함께 빠른 시일 안에 실시할 것을 각 정당에 제안하며, 여당인 국민의힘이 이를 거부할 경우 다른 야당들과 신속히 추진 방안을 협의하겠다"면서 "윤석열 정권이 '강제동원 제3자 변제'라는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남기기 전에 이를 입법부인 국회가 바로잡을 법률 제정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에 걸쳐 우리에게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표한 바 있다"고 주장했던 대목도 야권에선 집중적인 성토의 대상이 됐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대일본 굴욕외교 저지 더불어민주당 연석회의'에서 "사과란 진심으로 마음속에서 우러나와 하는 것"이라며 "피해자가 '이제 그만, 그 정도면 됐습니다'라고 할 때까지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독일은 프랑스와의 관계에서, 또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진지하게 사과하고 관계를 정상적으로 복원했다. 그런데 일본은 전에 한 번 사과를 했는데 또 해야 하냐는 태도를 취하는가 하면 강제 동원은 없었다고 단언하기도 한다. 합법적 지배였다고 침략을 부인하기도 한다"며 "이건 사과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국가 자존심을 훼손한 이번 굴욕적인 방일 외교에 대해서 우리 민주당은 엄정하게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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