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출신으로는 전후 첫 일은 총재
우에다 "당분간 금융 완화 정책 계속" 표방
버냉키, 드라기 등과 스탠리 피셔에게 수학
중장기적으로 아베노믹스 출구 관측 우세
일본정부는 4월 8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후임으로 일본은행 심의위원을 지낸 경제학자 우에다 가즈오(71)씨를 기용하는 인사안을 14일 중·참 양원의 의원운영위원회 이사회에 제시했다.
10년간의 대규모 금융완화 출구전략 예상
일본 언론들은 15일 우에다씨가 일본은행 새 총재가 되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표방했던 경제정책 ‘아베노믹스’ 아래서 일본은행이 지금까지 약 10년간 강행해 온 이례적인 전면적 금융완화 정책의 출구를 모색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7월 아베 전 총리의 사망 뒤, 구로다 총재 임기 만료를 앞둔 일본 안팎에서는 일본은행 차기 총재체제가 지금까지의 금융정책을 계속할지 수정할지에 대한 관측과 전망이 큰 관심사가 돼 왔다.
우에다는 지난 10일 그의 총재 기용 사실이 알려진 뒤 “지금의 금융정책은 적절하며, 당분간 금융완화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시장을 일단 안정시켰으나, 중장기적으로 지금의 전면적인 금융완화를 축으로 한 아베노믹스에서 벗어나는 출구전략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14일 기자회견에서 “주요국 중앙은행 수장들과의 긴밀한 제휴와 나라 안팎 시장관계자들에 대한 질 높은 발신력, 수신력이 있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 인선을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들 재정금융 관계자들과의 소통이 가능한 ‘국제성’ 자질을 중시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은행 총재는 지금까지 일본은행과 재무성(옛 대장성) 출신자가 대부분을 차지해 왔으나, 우에다가 취임할 경우 일본 패전 이후 첫 학자 출신 총재가 된다.
새 총재 우에다 가즈오는 누구인가?
우에다는 매크로 경제학과 금융론 전문 경제학자로, 그의 금융정책은 국제적으로도 알려져 있는 연구자다. 1998년부터 7년간 일본은행의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투표권을 지닌 심의위원을 지냈다. 일본이 물가가 계속 내려가는 디플레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제로 금융정책과 양적 완화정책 등의 도입에 관여했다. 경제 상황에 맞춘 현실적인 대응을 하는 ‘밸런스형’ 인물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우에다는 매크로 경제의 권위자로,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그를 “일본의 벤 버냉키(미국의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라고 평했다. 우에다는 버냉키와 함께 매사추세츠 공과대에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부의장을 지낸 경제학자 스탠리 피셔 밑에서 수학했다.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은행 총재도 피셔의 제자다. 이들 써클에서 우에다는 독단적인 매파나 비둘기파가 아닌 균형잡힌 실용주의자(balanced pragmatist)로 알려져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보도했다.
그의 기용 소식이 전해진 뒤 2005년에 출간된 저서 <제로금리와의 투쟁-일본은행의 금융정책을 총괄한다>(일본경제신문사)가 잘 팔리고 있다고 한다.
총재 임기 만료에 앞서 3월 19일에 임기가 끝나는 부총재 2명의 후임에는 전 금융청장관 히미노 료조(62)와 지금 일본은행 이사인 우치다 신이치(60)로 하겠다는 안을 일본정부는 제시했다. 일본은행 정부총재 임기는 5년이다. 이들 3명의 임명에는 중참의원 동의가 필요하다. 이들은 오는 24일 국회에서 소신청취 절차를 거쳐 3월 중에 양원 본회의에서 동의를 얻은 뒤 정식으로 임명된다.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의 공과
지금까지의 일본은행 금융완화 정책은 기업의 자금운용을 지원하거나 엔 약세를 통해 주가를 밀어 올리는 등의 효과가 있었으나 여러 가지 폐해도 낳았다. 지난해에 역사적인 수준까지 엔 가치가 떨어지면서 이례적인 물가고에 박차를 가하는 사태가 벌어진 데에는 이런 금융완화가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원래 시장에서 그 수준이 결정돼야 할 장기금리를 일본은행이 인위적으로 낮게 억눌렀기 때문에 시장기능이 저하되고, 정부 부채인 국채를 일본은행이 대량으로 보유(총 발행고의 절반 이상)해, 정부 부채를 일본은행이 떠받치는 ‘재정 파이낸스(금융)’ 역할을 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일본은행은 구로다 총재가 아베 신조 제2기 정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3년 초에 취임한 직후인 그해 4월에 대량의 국채를 매입해 돈을 뿌리는 방식으로 금리를 낮게 억제하는 대규모 금융완화정책을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은행이 그때 제시했던 임금 인상과 그에 따른 물가 2% 상승 목표는 실현되지 못했으며, 이후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정책과 장기금리 조작과 같은 이례적인 금융정책들을 잇따라 도입해 왔다.
우에다 기용에 엔 강세, 장기금리 상승
일본의 많은 시장관계자들은 한때 차기 총재로 아마미야 마사요시 부총재가 기용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지금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관측했으나, 우에다로 바뀌자 완화정책이 수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지면서 엔화가 강세를 보였다. 장기금리도 상승해 약 3주만에 일본은행이 설정하고 있는 상한선인 0.5%까지 갔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일본은행 신임총재 우에다가 직면하게 될 주요 과제로 이제까지의 금융완화정책의 효과와 부작용 검증, 지난 10년간 일본은행이 추구해 온 ‘물가 2% 목표’ 재검토, 장기금리 억제책인 YCC(Yield Curve Control, 수익률곡선통제=10년물 국채 수익률 상하한선) 대응 등 3가지를 꼽았다.
새 총재가 직면할 3가지 과제
완화정책 효과와 부작용 검증
<아사히>는 대규모 금융완화정책으로 엔 시세는 강세에서 약세로 바뀌어 수출기업 실적이 호전되고 주가도 오르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으나, 물가가 오르고 재정규율이 느슨해지는 등 부정적인 효과들이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엔 가치가 기록적인 수준으로까지 내려가(1달러당 151엔) 수입품 가격이 치솟는 바람에 가계와 기업 모두 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
또 금융완화가 장기화하면서 일본은행이 국채를 너무 많이 보유하게 되는 문제도 생겼다. 일본은행 보유 국채는 지금 발행잔고의 절반이 넘는 이상사태를 빚어 국채시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고, 정부 부채를 일본은행이 사실상 떠받치는 ‘재정 파이낸스’ 구도가 강화되면서 정부의 재정규율이 느슨해졌다는 비판도 강해졌다.
물가 2% 목표 재검토
금융완화를 정책 3대 축의 하나로 삼은 아베노믹스를 내걸었던 제2기 아베 정권이 시작된 2013년 1월에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은 물가 2% 상승을 “가능한 한 조속히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는 것을 명기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임금 인상을 동반할 것이라던 물가 2% 목표는 달성되지 못했고, 그 때문에 대규모 완화정책은 장기화했다. 지금 물가 2% 목표를 내걸었던 공동성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며, “새 총재가 결정하기만 하면 일거에 바뀔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YCC 대응 문제
YCC와 관련해, 일본은행은 원래 시장에서 결정되는 장기금리를 인위적으로 낮게 억제하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정책인 YCC를 2016년에 도입했다. 이에 따라 국채가격이 올라가면 장기금리가 내려가는 자연스런 구조가 왜곡돼 2021년부터는 장기금리 상한을 ‘0.25% 정도’로 정하고 그것을 넘지 않도록 국채 매입으로 그것을 조절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물가가 급격하게 치솟자 구미의 중앙은행이 잇따라 금리를 인상했고, 일본은행도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일본의 장기금리도 상승해 설정한 상한에 육박했다. 그런데 일본은행은 이를 억지로 누르기 위해 대량의 국채매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금리상승 압박이 커지자 일본은행은 지난해 12월 장기금리 상한을 ‘0.25% 정도’에서 ‘0.5% 정도’로 인상한다고 갑작스레 발표했다. 시장은 이를 일본은행이 사실상 금리 인상쪽으로 움직인다는 신호로 받아들여 국채를 내다 팔았고 그에따라 금리는 더욱 올라가 새 상한선까지 치솟았다. 앞으로 상한선 수정 관측이 다시 강해지면 일본은행은 대량의 국채 매입에 나설 수밖에 없어 보유잔고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만일 YCC 재검토나 폐기 결정이 내려질 경우에는 금리가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들 과제는 모두 대처하기 쉽지 않다. 금융완화를 축소하거나 출구전략으로 나갈 것이라고 시장이 받아들일 경우 급격한 엔 강제와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에다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은행이 (완화를 끝내는) 출구 쪽으로 간다면 여러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는 것은 충분히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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