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부(共有富), ‘모두에게 좋은 경제’로의 길

우파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않을 하나의 해법

며칠 전 국토미래연구소가 주관한 ‘공유부 시대가 왔다’라는 의미 있는 세미나가 열렸다. 필자는 격려사를 맡아 참여하였기에 세미나의 취지를 널리 소개하고자 한다.

공유부는 한마디로, ‘공동체가 만들어낸 부'를 의미한다. 학술적으로 정의하자면 '사회가 생산한 부(富) 중에서 성과의 원리에 따라 특정 주체의 몫으로 배타적으로 귀속시킬 수 없는 몫, 곧 모두의 몫' 이다. 즉, 공유부란 규범적으로 사회 구성원 모두의 것으로 간주해야 할 공유자산에서 발생한 수익을 의미한다. 이는 영어로는 커먼 웰스(Common Wealth)라고 하여 공유지 혹은 공유지를 말하는 커먼즈(Commons)와는 구분된다. 공유지는 쉽게 말하면 물과 공기처럼 누구나 공유하면서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존재를 말한다. 이를테면 강이나 바다도 그렇다.

곧 공유부란 공유지와 달리 ‘모두의 것’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말한다. 이 수익은 특정 개인이나 기업이 독점할 수 없으며,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가령 자연이 부여한 생태환경적 공유부는 현실의 소유관계가 어떠하든지 규범적 차원에서는 공동체 구성의 모두의 것이며 이로부터 나오는 수익의 일부는 ‘모두의 몫’으로 되돌려야 하는 것이다. 자연이 부여한 공유부 이외에도 사회적으로 형성된 수많은 공유부가 있다. 공통지식, 데이터, 제도, 사회적 자본 등이 그렇다. 

그렇기에 누가 어느 정도로 기여했는지 따질 수 없고 어떤 특정인의 성과로 귀속시킬 수 없는 수익은 ‘모두의 몫’으로 돌려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적어도 두 종류의 공유부에 대하여 말할 수 있게 된다. 하나는 원래는 모두의 것이었던 자연적 기초로부터 발생한 수익이며, 다른 하나는 어떤 누구의 기여나 성과로 볼 수 없으며 사회적 협동의 결과로 생겨난 수익이다. 두 종류의 구분은 자연적 공유부와 사회적, 인공적 공유부의 구분과 일치한다. 

 

공유부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뉴욕 배터리파크시티 전경. 사진 구글
공유부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뉴욕 배터리파크시티 전경. 사진 구글

이날 세미나는 공유부 개념과 공유부 배당에 관한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의 기조강연으로 시작되었다. ‘모두의 것’에서 발생한 수익은 ‘모두의 몫’이 되어야 한다. 만약 누군가가 현실의 소유관계를 근거로 이러한 수익을 전적으로 가로챈다면, 이는 정당하지 않다. 공유부는 모든 구성원에게 조건 없이, 개별적으로, 그리고 보편적으로 배당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분배원리, ‘모두의 몫은 모두에게‘로 요약할 수 있는 분배원리는 ’각자의 몫은 각자에게‘(suum cuique tribuere)라는 오래된 분배원리에 위배되지 않는다. 

강 교수는 공유부를 적절히 배당하는 것이 공유부의 확보에 선순환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특히 기후공유부와 배당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었다.

공유부는 토지에도 있다. 토지는 자연이 부여한 원천적 공유부이기도 하지만 토지가치는 사회적으로 형성된 입지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토지가치의 관점에서 토지는 사회가 생산한 공유부라고도 말할 수 있다. 사회적 공유부는 사회 전체의 협동의 산물이며 수 세대에 걸쳐 누적된 발전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과 명예교수가 발제했다. 전 교수는 오랜 기간 부동산 정책에 천착하며 적절한 솔루션을 제시해왔다. 그는 발제에서 “지표면(땅)은 물론 광맥, 주파수대, 물, 환경 등 자연이 제공하는 모든 기회와 힘을 포괄하는 ‘광의의 토지’를 사유화하여 독점적 이익(지대와 자본이득 등 불로소득)을 차지하는 행위도 ‘현대판 봉이 김선달’의 사례다. 마땅히 모든 국민의 혜택으로 돌아가야 할 이익들을 소유권과 이용권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소수가 독식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이를 해결하려면, “토지·천연자원·환경에서 발생하는 독점적 사용의 이익을 공적으로 환수하여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배당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우선, 헌법 개정을 통해 토지공개념을 구체화하고 천연자원·환경이 공동자산임을 명시해야 한다. 그리고 정책 대안으로 ‘기본소득 연계형 국토보유세’ 도입, 국공유지의 확충과 공공임대제 실시, 천연자원 이용료의 확실한 징수, 탄소세-탄소배당과 햇빛바람연금의 동시 시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전 교수는 특히, 기본소득 연계형 국토보유세는, 이재명 정부에 들어와서도 제 갈 길을 못 찾고 헤매고 있는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바로잡고 ‘부동산 공화국’을 혁파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라는 것이다.

토지공유부 못지않게 중요한 금융공유부도 있다. 지금의 화폐금융체계는 마치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다. 사기업인 상업은행이 ‘대출’이라는 행위를 하면, 그 자체가 ‘화폐 발행’ 행위가 된다. 금고에 돈이 없어도 대출 장부에 기록하는 걸로 화폐가 발행되는 것이다. 그 결과 상업은행은 이자수입을 올린다. 상환된 원금은 소멸되지만 그 이자수입은 은행의 주머니에 들어간다. 상업은행의 대출에 의한 화폐발행은 중앙은행에 의해서 보증된다. 국가가 보증해줌으로써 발생한 이익인 공유부(共有富, Common Wealth)가 상업은행에 의해 독식되는 상황이다. 이것이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다.

그런 폭리가 일상적으로 발발해왔기에 2023년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횡재세’라는 이름으로 이의 회수를 추진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제는 일회성 정책이 아니라 근원적 대책을 강구할 때가 되었다. 

이 주제에 대해 서익진 경남대 명예교수가 발제했다. 프랑스에서 국제경제학을 전공한 서 교수는 ‘화폐의 비밀’과 ‘화폐대전환’이라는 역서를 발간하기도 했으며 현재 화폐민주주의연대라라는 단체의 리더이기도 하다. 그는 금융공유부의 개념을 정리하여 소개하면서 이를 근원적으로 환수할 방안으로 상업은행의 부분지급준비금 제도를 폐지하고 화폐발행권을 국가에 되돌리는 국민주권화폐를 소개하면서 화폐주권의 회복과 실천방안에 대해 상세하게 논했다.

경제활동 참여자들에게 각자의 성과에 따른 몫이 정당하게 분배되려면 먼저 ’모두의 몫‘에 대한 무조건적, 보편적, 개별적인 평등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공유부 배당‘은 ‘각자에게 각자의 몫을 주라’는 정의 원칙이 지켜지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오직 공유부 배당을 도입함으로써 소수의 개인이나 기업이 ‘모두의 몫’을 차지하는 ‘지대의 세계’를 넘어 ‘공유부의 세계’가 열리며 더 효율적이고 근본적으로 정의로운 경제체제로 넘어갈 수 있다. 

이와 같이 새로운 분배원리의 등장은 2025년 지금 여기에서 사회경제적 전환을 위한 경로이기도 하다. 공유부 분배는 불평등을 완화하는 ‘모두에게 좋은 경제’를 위한 경로가 되며,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생태경제’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신자유주의 이후 급격한 인공지능 혁명이 진행 중인 오늘날 공유부 분배는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의 강화를 위해서도 중요한 토대가 된다. 대중민주주의의 기초였던 고임금 일자리가 붕괴한 상황에서 공유부 배당은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공유자 자격을 부여하고 소득기초를 튼튼히 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공유부 배당은 공유자 민주주의의 토대가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우파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않는 민주주의, 뿌리로부터 강화된 민주주의가 등장할 수 있다.

토론자로 조성찬 하나누리동북아연구원장, 이승무 순환경제연구소장, 김준강 화폐민주주의연대 공공은행준비위원장, 그리고 시민사회에서 고은광순 (사)평화어머니회 이사장이 참여했고, 이원영 국토미래연구소장(전 수원대 교수)이 사회를 맡았다. 이날 세미나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공유부’는, 현대 경제학의 총아 토마 피케티가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세습자본주의’도 극복해낼 중요한 개념이다. 언젠가 통일시대에 접어들면서 기둥이 될 체제비전이라는 점도 토론에서 다루어졌다. 남과 북은 국가 단위의 경제체제가 합의된다 할지라도 남북한은 가치관과 삶의 양식이 다를 수밖에 없고, 민중의 삶이 질적으로 결합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가운데 양국 체제의 차이를 극복해낼 비전이 있다면 그것은 공유부의 존재다. 학계 인사들이 모여 그 비전을 논의하는 이번 세미나는 21세기 한국 지성사에서 큰 획을 긋는 작업이 아닐까 한다.

그와 같은 전망이 연재를 통해 더 많은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지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공유부 논의를 다시 활성화하고, 공유부의 무조건적·보편적·개별적 배당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널리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