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지방자치' 김대중, '탁월한 행정가' 이재명
김대중 단식…우여곡절 끝 얻어낸 지방자치제
30년 성과 평가하고 직접민주주의 효능 높여야
들어가며- “도시에 침을 놓아라!”
최근 여러 지방자치단체의 의원들이 직무 관련 연수를 빙자하여 직무와 관계도 없는 해외여행을 많이들 다니는 것 같다. 전국 각 지역의 귀족이 된 지역정치인들이 권리처럼 누리는 특혜다. 참으로 잘못된 현상이다. 그 작태는 공금유용으로 자행된다. 경비를 부풀려 흥청망청 쓰고,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특수한 재주를 부려서 착복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주권자들을 배신하는 짓이다. 추하고 흉악하다. 바야흐로 그 암덩어리를 도려낼 때가 되었다.
연수계획 품의서에 적힌 대로, 그 목적에 맞게 예산을 집행하는 곳들이 물론 일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수의 지자체들은 이러한 악습을 행정의 일부처럼 지속하고 있다. 나쁜 관행이 마치 제도와 같이 운영되는 것이다. 그 폐습을 척결하지 못하면 소중한 정치제도인 지방자치의 역사가 역겨운 흉물로 추락할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권이 압승하면, 극우들은 자치제도의 폐기를 외칠 것이다. 정부는 엄정한 감사를 실시하고 관련자들 전원을 형사처벌을 해야 한다. 그리고, 중앙에서 지자체들의 예산을 배정할 때 그 기관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뼈아픈 징벌적 감액조치를 해야 한다. 전국 243개의 자치단체들ㅡ기초, 광역, 특별자치단체를 합하여ㅡ에 대한 일벌백계의 효과를 위해서다.
우리 정부는 현재 특별교부세에 '성과와 시책'의 항목을 마련해놓고, 그 평가점수에 의거, 우수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요즈음 특히 자주 발생하는 각종 재해들, 그리고 수많은 현안과제들을 신속하게 대응하고 해결하는 지자체들에게 지원금을 준다. 그 외에도 혁신행정, 적극행정, 재정건전성 등에 대하여 다양한 평가항목을 정해놓고 있다. 전반적으로, 민생복리를 극대화하는 행정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엄격한 신상필벌(信賞必罰)을 전제로 그 이상을 요구한다. 상(賞)에서는 1위와 100위의 차이가 크지 않고, 벌(罰)에서도 지나치게 관대한 것이 전통이다.
감동적인 서사와 빛나는 성취들
탁월한 행정가 이재명
우리의 지방자치 역사는 짧지만, 이러한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고 감동적인 서사와 업적들을 가지고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재명 대통령은 기초자치단체장 출신이다. 성남시장이 되기 전까지 민변 소속의 변호사로서, 이름 없는 변두리 시민운동가였다. 그는 지방자치제도라는 플랫폼 위에서 빛나는 활약을 한 특별한 정치인이다. 그 덕분에 나라 전체를 이끄는 지도자로 성장했다.
지난 2010년, 그는 성남시장이 되었다. 취임하여 첫 번째 접한 것은 거대한 부채였다. 전임자들의 실정(失政), 악정(惡政), 그리고 비정(秕政)의 총체적 산물이었다. 곧바로 모라토리엄(채무지불정지)을 선언했다. 그리고 3년 만에 모든 부채를 청산했다. 이런 사태는 무슨 '용빼는' 재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는 불필요한 예산낭비를 줄이고, 재정운영을 투명하게 실행했을 뿐이다.
소년공 출신의 무명 정치인이 어렸을 때 살던 도시의 시장이 되어서, 우선 관내의 가난한 청년들에게 연간 4회에 걸쳐 25만 원씩 총 100만 원의 청년수당을 지급했다. 전화요금은 말할 것도 없고, 버스비도 없어서 먼 길을 걸어서 다녔던 사람들은 그 돈이 얼마나 큰 힘을 주는지 잘 안다. 그는 소년 시절, 교복을 입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 아린 마음은 포한(抱恨)이 되었다. 그래서 중학생들 전원에게 교복을 무상으로 제공하였다. 산모들에게는 공공산후조리 지원금을 지급했다. 이 복지제도들은 마음만 먹으면, 어느 지자체장이라도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에 마음을 두고 얼마나 열정적으로, 진정성 높게 시정(市政)을 펼치는가”가 커다란 수준 차이를 만들어낸다.
그는 시민들과의 소통을 최고수준으로 하기 위하여 시장실을 개방했다. 그 열린 시정이 변치 않고 지속되자, 진정성과 신뢰지수가 단기간에 최고치에 이르렀다. 상식의 힘이다. 민원들을 대-중-소로 구분하고, 사안마다 시급성의 우선순위를 매겨서 처리했다. 사각지대는 적극적인 SNS 활동으로 대응했다. 예산을 절감하여 사회복지와 의료분야 지출을 대폭 늘렸다. 나아가, 불공정, 불투명한 관행들을 즉각 해결했다. 성남시는 그렇게 시민이 중심이 되어 정책을 결정하는 도시가 되었고, 전국 최고의 지자체로 우뚝 섰다. 그 탁월한 동력을 끌어낸 기초자치단체장은 대통령이 되었다. 시장에 당선된 후 15년만이었다. 이는 하나의 ‘자연현상’과 같다.
'미스터 지방자치', 김대중
우리 현대사에서 지방자치제도의 도입을 위하여 정치생명을 걸었던 인물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그는 노태우 정부 시절, 지방자치제도를 도입,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목숨 건 단식을 했다. 자료를 찾아보니, 1990년 10월 8일부터 10월 20일까지, 장장 13일간이었다. 단식에 도전하는 사람들 99%는 3일을 넘기지 못하고 포기한다. DJ는 8일째 되던 날, 탈수증세 심해졌다. 목숨이 위태로워진 것이다. 세브란스 병원으로 긴급이송 되었지만, 단식은 멈추지 않았다. 70이 다 된 나이였다.
거인의 저항으로 여야는 "1991년 6월 30일까지 기초 및 광역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실시한다"고 합의했다. 김대중의 요구가 상당 부분 수용되었다. 그러나 노태우는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를 여러 차례 연기했다. 1995년, 김영삼 정부 3년차에 전면적으로 시행되었다. "지방자치제는 민주주의를 위해서 꼭 필요했다. 나는 그 실현을 위해서 의정활동 전 기간에 걸쳐 싸웠다. 정치인 김대중에게 별명을 붙인다면 '미스터 지방자치'가 가장 어울릴 것이다." 그 엄혹하던 박정희 군부독재 시절, 야당 지도자가 지방자치제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선견지명과 비타협적 신념이 현실화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DJ를 대통령으로 두지 못했을 것이며, 정보화 고속도로 위에서 이루어진 IT산업 최강국의 오늘은 없었을 것이다.
"분권과 자율이 민주주의의 핵심가치이다"ㅡ노무현
노무현도 지방자치제도에 관하여 DJ 못지않은 투철한 소신과 강력한 돌파력을 실천한 정치인이었다. 그는 ‘참여시대를 여는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설립(1993년 9월), 이 작은 사무실을 베이스캠프로 삼은지 10년 만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당시 대한민국의 정계, 언론계, 학계는 물론, 그의 열렬한 지지자들조차 그가 머지않아 그렇게 큰 정치인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본인도 꿈은 컸지만, 100% 확신하지 않았다. 오던 길, 우직하게 그냥 걸어간 것이다. 노무현은 "분권과 자율에 기반하여, 우리나라를 시민이 주인 되는 공동체로 만들기 위한 핵심제도가 바로 지방자치"라고 말했다. 자치제도의 가치와 힘을 확신한 정치인이었다.
자치가 민주다
1995년부터 치면,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의 역사는 30년이다. 문재인은 노무현의 죽음으로 벌어진 혼란기에 과분한 자리를 어부지리로 주워먹은 사람이니 빼더라도, 길지 않은 시간에 이 제도는 세 명의 큰 정치인을 낳은 정치적 모태가 되었다. 서울시장 출신 이명박도 끼워준다면, 네 명의 대통령을 낳은 위대한 제도인 것이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정치제도 가운데 말그대로 자치(自治)의 성과가 흡족하려면, 관할 면적은 광활하지 않고, 인구는 과밀하지 않을수록 좋다. 올바른 단체장들은 자신이 이끄는 공동체에 부족한 것들은 이웃 자치단체들과 상부상조하고, 중앙정부와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해결해낸다. 특성이 유사한 다른 나라 자치단체들과의 직접교류를 활성화하여 살림의 수준을 높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와 비교하여 전반적으로 앞서 있는 선진국들은 예외 없이 지방자치가 양질로 정착되어 건전하게 돌아간다. 지방자치의 수준은 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분하는 확실한 잣대다.
인간이 창안한 정치제도로서, 지방자치는 민주주의 국리민복, 자유와 평화 등의 핵심가치를 높게 실현하기 위해서 작동하고 운영된다. 이 제도가 안정되게 정착한 나라들은 국내에서 다수의 작은 지방정부들이 경쟁도 하고 협력도 하면서 정치의 효능을 최고치로 높이기 위한 혁신행정이 일상화되어 있다. 이 제도는 창의성, 투명성, 그리고 직접민주주의의 가능성과 효과 면에서 매우 강력하고 우월하다.
성남시가 잘하면, 서울의 강남과 송파, 경기의 과천과 용인, 광주 등 이웃 자치단체장들이 주민들로부터 압력을 받는다. 자연적으로, 당연하게 “우리도 성남시처럼 해달라”는 주권자들의 요구가 분출한다. 더 나아가, 매스미디어와 온라인 매체들의 발달로 인하여, 전국의 모든 지자체들이 주민들 만족도가 높은 혁신행정의 지자체들로부터 그 특장점을 배우고, 그 가운데 일부는 거기보다 더 잘하려고 애쓰게 된다. 이것이 자치제도의 효능이다.
한편, 기업과 정부는 태생적 목표와 역할이 다르지만, 조직적인 면에서 보면, 유사성이 있고, 상호보완적인 교집합이 넓다. 기업은 영리추구가 1차 목적이다. 정부는 국민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하고 넉넉한 삶을 보장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가' 그룹이 100개가 넘는 자회사들을 소유하고 있다고 하자. 그런 재벌들을 들여다보면, 대개 10% 미만의 우수 자회사들이 ‘효자’ 노릇을 하여 그룹 전체를 먹여 살리고, 총수의 국내외적 위상을 유지시켜주면서, 거대한 선단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수호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는 그 큰 사명을 위하여 기업의 특기인 효율성과 합리성을 배우고, 응용하여 더 좋은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 하기 더 좋은 나라'의 목표를 중시하는 것은 국민의 위임을 중시하는 착한 정부의 의무다. 대한민국의 여러 지자체들이 '가' 그룹의 '효자'들 하듯이, 각각이 국가대표의 마음으로, 성실하게 일하고 성취해냄으로써, 국내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지방정부 수뇌부와 공무원들이 배우려고 몰려오는 일이 하나의 특별한 현상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김대중 노무현 이재명이 보여준 성취와 업적들만으로, 지방자치제도의 성과에 관하여, 이미 이 세상 어느 선진국들과 비교하더라도 조금도 밀리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도시침술
지난 1972년 중국은 1949년 중국공산당 창건 이후 처음으로 서방세계에 문을 열었다. 닉슨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뚱이 미중(中美) 정상회담을 북경에서 개최한 것이다. 당시의 중국의 외교적 태도를 세상은 "중국이 마침내 '죽(竹)의 장막'(bamboo curtain)을 거두었다"고 표현했다. 그 정상회담의 여러 행사들 가운데, 중국은 서방에 '특별 메뉴' 한 가지를 선보였다. 침술(鍼術)이었다. 폐 절제 수술을 받을 환자를 침으로 마취하고 집도하여 성공적으로 마친 것이다. 환자는 수술 중에 의료진과 대화를 나누었다. 목 위쪽은 마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방은 마치 접시 백 개를 성공적으로 돌리는 마술을 본 관중들처럼 충격을 받고 놀라워했다. 중국은 그렇게 5천 년 유구한 역사와 그 시간 동안 쌓인 중화(中華)의 내공을 입증하였다.
좀 의아하겠지만, 지방자치제도와 그 성공은 이 동양의 침술과 깊은 관계가 있다. 이제는 전문 학술용어로 자리잡은 도시침술(都市鍼術. urban acupuncture)이 바로 그것이다. 예를 들어, 폐 절제 수술받을 환자에게 침을 놓아 마취시키듯이, 한 도시의 특정지역을 심모원려(深謀遠慮)의 특별한 기획과 수술환자에게 침을 놓는 자세로 재생하여 부활시키는 것이다. 침을 맞고 마취된 채 성공적으로 폐 절제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했던 중국의 그 환자처럼, 이른바 도시계획의 침(도시침술)을 맞고 혁명적으로 변화된 면모를 갖게 된 도시가 여럿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브라질의 꾸리찌바, 콜롬비아의 제2도시 메데진, 미국 디트로이트 등이다.
왼쪽 무릎이 아플 때, 오른쪽 무릎에 침을 놓고, 두통을 발끝에 침을 놓아 멈추게 하듯이, 도시침술도 이 원리를 활용한다.
콜롬비아 메데진
메데진은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1949~1993)의 고향이다. 그는 고향과 조국 콜롬비아를 마약의 수도, 즉 생지옥으로 만들어 놓고 그 기반에서 세계 7위의 부자가 되었다. 당시 이 도시는 죽임과 죽음의 도시였다. 살인율은 10만 명당 400명 전후로 세계 최고였다. 지역의 소년들은 마약카르텔이 주는 단돈 100불에 경찰관 한 명을 쏴 죽였다. 오늘날, 메데진의 살인율은 10만 명당 10명 정도로 30년 전에 비하여 1/40로 줄어들었다. 세계 마약산업의 수도로 여겨졌던 콜롬비아, 그 중심이었던 메데진은 지금 없다.
메데진에서도 가장 불결하고, 열악하고, 위험하고, 피하고 싶은, 살고 싶지 않은 동네에 침을 놓았다.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천지개벽이 이루어졌다. 주변 도시는 물론, 나라 전체가 청정국가가 된 것이다. 여러 분야, 특히 기후환경, 생태, 교통, 안전, 교육, 취업률, 문화예술, 도시의 활성화 등에서 전세계 최고수준의 지자체로 평가받으며, 외국의 지도자들, 지자체 공무원들의 방문, 견학, 연수가 끊이지 않는다. 가난하고 더럽고 세상에서 가장 위험했던 그 도시에 세계 최고의 도서관, 공연장, 벽화공원, 생태공원, IT 밸리가 들어섰다. ‘기적의 도시, 메데진’이라는 책이 있다. 일독을 권한다.
미국 디트로이트
이 도시는 30여 년 전, 필자가 일하며 살던 곳이다. 젖먹이 딸을 둔 거주자로서 맞이한 첫날 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늦잠을 잤다. 그 얼마 후, 총성이 나를 깨웠다. 새벽 4시. 다음 날, 사무실에서 동료에게 간밤의 총소리를 말했다. “디트로이트 다운타운은 그런 곳이야. 밤 늦게 다니면 안돼” “총이 필요하면 나에게 얘기하고” 그는 장난 삼아 한 말이었지만, 그의 농담은 이후 미국 체류기간 내내 나에게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하나의 수칙이 되었다.
디트로이트는 지난 1970년대 초반 미국에서 살인율이 최고였다. ‘살인도시’(murder city)라는 나쁜 별명을 갖게 되었다. 60 넘은 사람들은 지금도 장학퀴즈 상식처럼 디트로이트를 ‘살인도시’로 기억한다. 디트로이트 다운타운은 ‘살인의 수도’(murder capital)처럼 여겨져서 낮에도 일 보려고 들어오기를 꺼리는 곳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서울에서 대전쯤 되는 거리의 신도시에 ‘피신하여’ 살고 있었다. 우리 집도 나중에는 그 동네로 이사를 했다.
그렇게 무서웠던 도시가 지난 30여 년 동안, 변화된 도시의 대표적인 사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도시 전체에 동네마다 일일이 ‘침을 놓는 일’은 1차적으로 예산확보가 어려워서 비현실적이다. 침술이 가해져서 가장 효과가 높을 것으로 조사되고 분석이 이루어진 지역에서 재생작업에 들어가는 것이다. 사람들이 꺼리는 뒷골목 이면공간을 주민들을 참여시켜 함께 녹지화하고, 커뮤니티 공간을 재구성했다. 내가 살던 다운타운 핵심도로의 보행환경, 안전표지, 조명 등을 개선하여, 사람의 생명과 편의를 우선하는 변화를 가했다. 방치되어 있던 공간에 작은 공원을 조성하거나, 새로운 용도를 집어넣어 활성화시켰다. 주차장 등 자동차 위주의 공간을 공공광장, 녹지옥상, 보행자 중심구조로 전환했다.
자동차산업의 메카! 그 디트로이트가 보행자 중심, 즉 인간 중심의, 안전하고 살 만한 도시로 변한 것이다. 살인사건은 물론 차량납치 등 주요 폭력범죄율도 1/3 정도로 줄어들었다. 30년 넘게 침술을 가한 결과다.
서울시 성동구
서울시 성동구(구청장 정원오)는 몇 가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주민들의 일상에 적용하여 OECD가 그 정책을 전세계의 지자체에 권유했다. 우리 기초자치단체 하나가 세계적인 지방정부의 한 곳으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성동형 스마트 쉼터’와 ‘스마트 횡단보도’가 2024년 OECD의 공공부문 혁신사례로 선정된 것이다. 이 두 정책은 스마트 기술을 일상생활의 안전 및 편의와 결합시켜 주민참여-민관협력 방식으로 도시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스마트 쉼터는 폭염-한파-미세먼지 등 기후변화 대응기능, 범죄예방을 위한 모니터링 기능, 공공 wi-fi와 휴대전화 충전기 등의 생활편의 기능을 갖춘 버스정류장이다. 스마트 황단보도는 어린이 보호구역 등 교통사고 위험지역에 자동차번호 인식, 음성안내, 스마트 조명 등 8가지 기능을 결합, 보행자 안전을 강화한 사례다. 교통사고가 21.5% 감소했으며, 같은 구간에서 사망사고는 제로가 되었다. 황단보도 정지선 위반건수도 83.4% 감소했다.
정 청장은 ‘성동을 바꾸는 100가지 약속’, ‘도시의 역설, 젠트리피케이션’, ‘도시의 혁신, 스마트시티’ 등의 저서에서 자치제도에 관해서 큰 선배들 못지않은 신념을 피력하고 실력을 발휘했다. “지자체는 단순히 하부 행정기관이 아니라, 1차적인 주권기관으로, 주민들의 삶을 책임 지는 매우 중요한 민주주의의 토대”라고 역설했다. 스마트행정과 참여자치를 결합하여 포용적이고 혁신적인 지방자치의 모델을 제시했으며,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정책을 전국 최초로 추진했다.
그는 민주당 소속이다. 그런데 국민의 힘 지지자들이 “구청장은 이 사람을 찍어야 한다”며 그를 키워주었다고 한다. 놀라운 정치현상이다.
자치단체의 성지순례지 꾸리찌바
유엔, 잘 사는 나라의 여러 권위 있는 연구소, 이름 있는 대학 등에서 해마다 전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지자체)를 뽑아 순위를 발표한다. 고등교육 이상을 받은 사람들에게 물으면, 유럽이나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의 어느 한 도시일 것이라고 답한다. 틀렸다. 1990년대 초부터 부동의 1위는 브라질의 ‘꾸리찌바’다. 이 도시는 전세계 지자체장이나 소속의원들, 공무원들에게 성지순례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배우러 가는 학교 역할도 한다. 이명박 박원순 등은 서울시장 시절 다녀와서 많은 영감을 받고 돌아와서 벤치마킹했다.
버스전용차로+중앙승하차 정류장+선불요금제를 통한 대중교통 혁명, 쓰레기 분리수거와 재활용, 쓰레기와 먹거리 교환, 도시전체를 잇는 녹색공원 네트워크, 동네마다 빛을 밝히는 등대도서관 등이 모두 꾸리찌바가 원조다. 거듭 말하지만, 좋은 정치와 유능한 정치인은 국민의 생명을 자신과 그 가족의 목숨처럼 여기는 존재다. 식구들의 넉넉하고 만족스런 삶을 위하여 하늘이 내린 사명을 수행하듯 성실한 아버지처럼, 고슴도치 가족의 다정하고 헌신적인 모성처럼 주민들을 돌보는 리더들이다. 최소한 그 수준을 지향해야 한다.
하늘에서 지구촌을 내려다보는 큰 어른은 서울 성동이든 대한민국이든, 꾸리찌바든 브라질이든, 그 어디 한 곳이 잘하면, 내가 거기에 침을 놓았다고 할 것이다. ‘꿈의 도시, 꾸리찌바’는 우리나라 공무원들 모두가 필독해야 하는 책이다.
맺는 말
면적은 좁지만, 인구가 5천만이 넘는 대한민국은 대국이다. 지방의 공직자들 가운데, 이 글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서, ‘나는 그에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압도적 다수이기를 바란다. 그렇게 믿고 싶다.
자치단체장들, 그 소속의원들, 공무원들, 자치에 참여하는 주민대표들이 공금으로 해외여행 다닐 생각은 아예 버리고, 도시침술로 천지개벽을 이룬 도시들을 방문하여 뭐 한 가지씩이라도 배우고, 감동받고 돌아와서, 제 사는 동네를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서두에 언급했던 ‘나쁜 정치꾼’들은 8도 각처의 귀족이다. 무명의 서민들이 보기에, 그들은 천박하고 사악한 조폭집단의 깍두기 양아치들처럼 굴러다닌다. 특히 문제가 된 지방의회 의원들, 그들과 한패가 되어 이익을 주고받으며 거들먹거리는 저질 단체장들은 더도 덜도 말고 암덩어리들이다. 그들의 인중과 명치에 대침을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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