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어렵다는 소식에 남은 활동비 털어 후원
언론과 검찰, 심지어 같은 편까지 '화살촉' 꽂아
살아야 한다 간절할 때 '지푸라기' 돼준 민들레
'이 언론은 진실 보도하는구나' 일어설 힘 얻어
덕분에 살아 숨쉬고 다시 '나비의 꿈' 날갯짓
민들레 통해 더 많은 사람이 희망 붙들 수 있길
며칠 전, 시민언론 민들레 김호경 에디터가 그의 SNS에 올린 민들레 재정의 어려움에 대해 쓴 긴 글을 읽었다. 별다른 수입이 없이 카타콤교회(양희삼 목사)의 선교비 후원과 가끔씩 있는 강연료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나였지만, 그 글을 읽으며 내 가난한 계좌를 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한 달 활동비 남은 것을 다 털어 넣었다. 재정의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시민언론 민들레가 문을 닫지는 않겠지만 혹시나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민들레는 나에게 그랬듯이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어야 하고, 기댈 수 있는 언론으로 계속 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살리는 지푸라기 같은 희망
한 사람이 고통의 늪에 빠져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될 때, 고통이 깊은 만큼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살고 싶다는 간절함 역시 들기도 한다. 내가 그랬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지푸라기 같은 미약한 줄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건네며 잡고 일어서 보라고 하는 이가 곁에 있다면 죽음보다는 사는 것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지푸라기라 할지라도 그것은 희망을 잡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랬다. 나에게 시민언론 민들레는 지푸라기였다.
언론과 검찰, 정보기관, 국민의힘, 극우 유튜버들, 보수 논객들, 심지어는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서조차 쏟아진 말들, 그것은 나에게 심장에 피를 철철 흐르게 하며 꽂히는 화살촉과 같았다. 다양한 말로 포장되어 있었지만 내게는 한 가지 말로 들려왔다. '윤미향이는 죽어라, 웃지도 마라, 내 옆에 오지 마라' '우리 공동체에서 나가라' 였다. 아, 여전히 지난날은 나에게 꿈이었던 것인가, 정말 나에게 일어난 현실인가? 그런 생각을 갖게 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2020년 3월 이후 내게 구토증을 일으키는 말들을 쏟아내던 자들의 얼굴이 TV 등 공중매체에 나오면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도 채널을 돌리거나 고개를 돌리게 된다. 그들의 얼굴을 보는 것조차 내 심장에 인두질을 해대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신문지를 내 손에서 떼어낸 지도, 공영방송 TV 뉴스를 끊은 지도 5년이 지났다. 유튜브를 통해서 MBC 뉴스와 가끔은 주제를 선택해 JTBC 뉴스를 보는 것이 전부이다. 계속 구독하고 있던 한겨레신문마저 끊었다.
5년 이전까지 나의 습관은 아침 일찍 사무실에 출근하여 가장 첫 번째 하는 일이 국제·국내 기사들을 검색하고, 모니터링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에 대응할 것들을 노트에 기록하는 것이었다. 기사를 통해 우리 사회를 그대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랬던 나였는데, 2020년 그날부터 더 이상 기사들은 우리 사회를 그대로 보도하는 '진실'이 아니라 기자와 언론사가 요리해서 내놓는 독이 되는 음식과 같은 것이라고 규정짓게 된 것이다.
'출근하는 윤미향' '나비 배지를 달고 출근하는 윤미향' '웃고 있는 윤미향'과 같은 제목의 기사들이 연일 포털 메인을 장식했다. 스토커 같은 짓을 해도 그것이 기사라고 수많은 사람이 클릭을 하고, 그 밑에 살해와 같은 댓글들을 달아댄다. 후원금으로 딸 유학시키고, 남편 일감 주고, 현금으로 집을 다섯 채 사고, 할머니들을 앵벌이로 팔아 배를 불려온 악당 등 차마 입에 담아 표현하기조차 구토증 나는 기사 제목들이 신문지 지면을 채웠다. 그러는 가운데 "기자들이 무섭다"고 말하던 할머니들의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손영미 소장님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나는 살아야 한다는 간절함이 컸다. 살아야 이기는 것이라고, 살기 위해 내가 한 일은 지푸라기를 찾는 것이었고, 그 지푸라기를 잡고 일어서서 걷는 것이었다. 그때 나에게 들어온 것이 시민언론 민들레의 기사들이었다. '아, 이 기자는 진실을 알고 있구나.' '아, 이 언론이 진실을 보도하고 있구나.' 그때부터 매일 저녁 집에 들어와 평온한 잠을 자기 위해, 내일 아침 다시 일어설 힘을 얻기 위해 민들레 홈페이지를 열고 기사들을 검색하고 읽었다. 덕분에 지금 나는 살아 숨쉬고 윤미향과 나비의 꿈을 향해 날갯짓을 하고 있다. 참 고마운 일이다.
시민언론 민들레의 더 넉넉한 날갯짓을 바라며
나는 시민언론 민들레가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의 언론 민들레가 되어 더 넓고 더 넉넉한 날갯짓을 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진실을 빼앗긴 채, 온몸의 정기를 다 빼앗긴 채, 살아 있으되 살아있는 목숨이 아닌 그런 삶을 사는 이 땅의 '윤미향들'에게 지푸라기보다 더 강한, 쉽게 끊어지지 않는 희망의 밧줄이 되기를 바란다. 시민언론 민들레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희망을 잡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적지만 내 한 달 활동비 남은 것을 탈탈 털었어도 아깝지 않다. 오히려 다음 달에도 나에게 활동비가 생긴다면 주저 않고 가장 먼저 민들레 후원계좌에 탈탈 털어낼 것이라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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