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이 독점한 희토류 확보 총력
중국은 반도체 생태계 전체의 자립 추구
소프트웨어 기술로 시간 벌고 있는 중국
달러 지배력 약화로 일극체제 동요 미국
MIT대 폴 크루르먼 교수 "트럼프가 졌다"
최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미중간 정상 회담이 열렸다. 그 결과, 양국은 경제적 갈등에 대해 한시적 휴전에 들어 갔다. 그러나 이는 언제라도 다시 불거질 문제를 임시 봉합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MIT의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교수는 트럼프가 졌다고 평가했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다. 하지만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 보면 미국이 중국에 대해 통제하고 있는 고성능 반도체 기술과 더 깊히 얽혀 있다. 중국이 미국에게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을 요청했을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이는 최근 중국의 정책과 부합하지 않는다. 중국은 2019년부터 미국 정부가 반도체 관련 최신 기술의 수출을 금지해 겪었던 어려움을 다시는 경험을 하고 싶지 않다.
첨단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이들의 갈등에 대해 더 깊이 들여다 보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아시아 순방길에 말레이지아를 처음 방문해, 희토류 공급망에 대한 협정에 서명했다. 호주 회사인 '라이나스 희토류(Lynas Rare Earth Ltd.)'는 말레이지아에 희토류 광산 및 정제 공장을 가동 중이다. 지난 2023년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4월 25일치)에 따르면, 희토류에 대한 전체 공급망에 대한 기술을 가진 나라는 중국밖에 없다.
2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CNN Business' 기사(2025. 10. 30.)에 따르면, 현재도 희토류 처리의 92%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채굴한 원석을 모두 중국으로 보내 처리하는 이유다. 특히, 레이더, 음향탐지기, 핵잠수함용 모터, 토마호크 미사일 등 전략 무기에 중요한 '중희토류' 정제 기술을 서방은 전혀 갖고 있지 못하다. 국방 기술 부문에서 급격하게 중국에게 추격당하고 있는 미국에겐 매우 다급한 일이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은 이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중국과 반도체 가치사슬에서 협력 관계를 구축했지만, 이는 성숙 공정에 국한한다. 현재 갈등의 핵심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는 현재 네덜란드의 ASML이 독점 생산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서방 여러 나라의 특허가 함께 적용된다. 미중간 갈등의 핵심은 바로 미국의 제재로 인해 중국이 이를 이용할 수 없고, 그 결과 첨단 반도체를 획득할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이 자국 특허를 사용한 EUV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또한 같은 이유로 대만의 TSMC에게 중국을 위한 첨단 반도체 제조를 금지했다. 첨단 산업에서 미국과 경쟁하고 있는 중국 경제에 이러한 제재가 얼마나 치명적일수 있는지 크루그먼 교수가 모를 리 없다.
중국은 최근 알리바바 등 자국 AI기업들에게 엔비디아의 GPU 사용을 금지하고 자국산 칩을 강제하고 있다. 중국은 2023년 5월 21일 보안상의 이유로 주요 국가 기관에서 미국 '마이크론'의 메모리칩을 금지시켰다. 'South China Morning Post' 보도(2025.10.17.) 에 의하면, 매출 부진으로 인해 '마이크론'은 중국에 더 이상 이 칩을 공급하지 않기로 했다. 올해 초 중국 정부는 미국 인텔 및 AMD 칩의 공공기관 사용을 금지했다. 나아가 중국은 미국 기술기업을 자국 시장에서 퇴출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은 트럼프 1기 정부 때와는 정반대다.
이렇게 배수진을 치고 있는 중국의 행동이 계산된 것이라면, 반도체 생태계 자립이 멀지 않다는 뜻일 수 있다. 컴퓨터 관련 온라인 뉴스인 'TechPowerUp' 기사(2025.3.9.)에 따르면 중국의 화웨이가 2025년 3분기에 자체 EUV 시제품을 출시할 전망이다. 여기에 ‘SiCarrier’라는 생소한 중국의 반도체 장비 회사가 관련돼 있다는 소문이 있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사실이라면 지금쯤 시험 단계이고 중국 정부가 막대한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
영국의 경제 전문지인 'Financial Times'는 중국 최고의 기술력을 갖는 화웨이가 노광 장비에서 시작하여 반도체 생태계 전체를 완전히 독자적으로 구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2차 세계대전말 미국의 원자폭탄 제조 계획인 '맨하탄 계획'에 비유하기도 한다. 국제정치에서 힘의 향방에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일부 미국 관계자들은 중국이 독자적으로 EUV 장비를 산업화시키는 데는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화웨이의 최신 중앙처리장치(CPU)인 '군펭(Kunpeng) 930'이 대만의 TSMC에서 제조됐는지, 또는 중국 자체의 팹 제조사의 작품인지에 대해 엇갈린 주장이 있다.
딥시크(DeepSeek) 충격 같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성공을 중국이 이룰 수 있을까? 설사 단기간에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 해도, 이미 ASML로부터 구입해 사용중인 구형 심자외선(DUV) 장비를 이용해 시간을 벌 수 있다. 이미 화웨이는 스마트폰용이나 AI용 칩을 EUV 장비 대신에 DUV 장비를 이용해 제조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각국은 겉으로는 7나노급의 반도체는 DUV 장비로도 제조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며 태연해 하지만, 내심으로는 중국의 기술력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더욱이, 중국은 열등한 GPU의 성능을 다양한 방법으로 보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독자 AI 모델인 'DeepSeek'는 미국의 '하이퍼스케일러'들보다 훨씬 작은 메모리를 사용하여 AI 훈련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최근 미국의 CNBC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스타업인 'Moonshot'이 출시한 '키미(Kimi) K2 추론(thinking)' 모델도 훈련비용 대비 놀라운 성능을 보였다. 화웨이의 메모리 관리 기술인 통합연산모듈(UCM)은 중국의 약점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대한 의존도를 30~50%까지 줄일 수 있게 한다. 비록, 개개의 GPU 수준에서는 미국의 최신 사양에는 뒤지지만, 중국에게 자립의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나아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규소 반도체 이후의 시대도 대비하고 있다. 그래핀처럼 원자 두께를 갖는 2차원 물질은 반도체 산업의 '게임 변화기(changer)'가 될 수 있다. 이는 곧 미국이 예전에 갖던 절대 우위가 더 이상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미국의 희토류 자립과 중국의 반도체 자립 두 가지 다 당사자에겐 시급한 문제이다. 둘 중에서 반도체 생태계 자립이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이에 동참할 우군이 없다. 반면, 미국은 우방국과 협력하여 희토류 자립을 간접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이를 중국이 모를 리 없다. 2011년에 미국이 우주정거장 사업에서 명시적으로 중국을 배제했으나, 2021년부터 중국은 독자적으로 이를 성공시키고 있다. 만일, 반도체 산업에서 같은 일이 일어나면 세계 기술 패권은 급격히 중국으로 기울게 된다. 중국 전기차의 막강한 제조 능력이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해 준다.
또한 미국에겐 많은 농민의 생명줄인 대두라는 또 다른 약점이 있다. 중국이 아니면 3000만 톤에 이르는 많은 양을 사줄 수 있는 나라가 없다. 그런 면에선, 중국이 이 싸움에서 꼭 불리하다고 할 수 없다. 미국도 또한 이를 모를리 없다.
우크라아나 전쟁을 계기로 약화된 달러화의 지배력을 위안화가 대신해 가고 있다. 최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세계 최초로 위안화로 표시된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중국은 대외 무역의 1/3을 위안화로 결제하고 있다. 한 세기 가까이 미국의 일극 체재를 지탱해온 두 개의 축, 즉 반도체와 달러가 함께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정치학자인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에 따르면, 달러의 지배 체재가 종말을 고하고 있는 증거다. 그는 21세기는 아시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에 의해 결정된다고 전망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의 값싼 천연가스에 의존하던 서유럽의 쇠퇴가 가속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는 세계 무역은 미국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트럼프 1기 정부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
미중 갈등에서 '1년'의 휴전 제안은 어느 쪽의 뜻일까? 정말 시간은 누구의 편일까? 이렇게 승자를 미리 알수 없는 이 싸움 가운데서, 첨단 산업에 경제를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는 매우 어려운 시기를 넘고 있다.
<참고문헌>
1. 호주의 Lynas Rare Earth (https://lynasrareearths.com/)
3. 2025년 CNN Business, 희토류 보도 (https://edition.cnn.com/2025/10/30/business/rare-earth-minerals-deal)
6. Financial Times, 화웨이 관련 보도 (https://www.ft.com/content/afd618f8-12c9-4297-b2a9-49f7dc548da4)
7. Kimi AI 추론 모델 훈련비용및 성능 비교 (두 군데)
- https://www.cnbc.com/2025/11/06/alibaba-backed-moonshot-releases-new-ai-model-kimi-k2-thinking.html
- https://artificialanalysis.ai/
10. John Mearsheimer, 달러의 지배 체재 종말 (https://youtu.be/5wGtstQJ184?si=dWWJdaC8bV048U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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