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감동적 사건 아닌 조용한 구조 누적"

북 핵실험 위기에서도 대화의 끈 놓지 않아

정책을 말하기보다 역사의 방향 제시 지향

그의 복귀 통일부 '사라진 부처' 오명 벗겨

한반도의 새벽은 언제나 느리게 찾아온다. 그 새벽의 문 앞에서 가장 먼저 깨어 있는 사람들은 대개 세상의 오해를 감당해야 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다시 국정의 전면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은, 단순한 인사 조정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정치가 오랜만에 '평화'라는 단어를 진심으로 다시 꺼내 들었다는 선언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통일부에 대한 2025년 국정감사에 출석해 APEC 정상회의 도중 북미 정상회동에 예상 장소에 대한 질의를 들은 뒤 미소짓고 있다. 2025.10.14. 연합뉴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통일부에 대한 2025년 국정감사에 출석해 APEC 정상회의 도중 북미 정상회동에 예상 장소에 대한 질의를 들은 뒤 미소짓고 있다. 2025.10.14. 연합뉴스

수십 년 동안 남북관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희비가 엇갈렸다. 어떤 시기에는 대화의 문이 열리고, 또 다른 시기에는 총구가 얼어붙은 공기를 갈랐다. 이 와중에 국민의 마음은 점점 피로해졌다. '평화'는 이상이 됐고, '통일'은 교과서 속 단어로만 남았다. 그런 가운데 이재명 정부는 실용과 공존, 그리고 대화의 복원을 국정철학으로 삼았다.

그 첫 번째 신호가 바로 정동영의 복귀였다. 그의 이름은 오랜 세월 '평화'라는 단어와 함께 기억되어 왔다.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으로서 그는 남북 장관급 회담을 주도하며, 북의 핵실험 위기 속에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 말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정치인 정동영의 정체성이었다.

그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불씨를 없애는 일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단언했다. 이재명 정부는 바로 그 일관성에 주목했다. 그를 다시 선택한 것은 '과거의 회귀'가 아니라 '경험의 재활용'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남북정책이 리셋되는 관행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한반도 정책의 연속성과 철학을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중심에 정동영이 있다. 그는 여전히 '평화의 사람'이지만, 동시에 '현실을 아는 사람'이다. 이 시대의 통일부는 이상보다 전략이 필요하고, 그는 바로 그 균형점에 서 있다.

 

정동영 신임 통일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직원으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2025.7.25. 연합뉴스
정동영 신임 통일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직원으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2025.7.25. 연합뉴스

언어가 아닌 신뢰로 통일을 말하다

정동영 장관이 취임 이후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은 '신뢰 회복'이었다. 그의 첫 기자회견은 인상적이었다.

"대화의 문은 닫혀 있지만, 그 문 앞의 조용한 숨소리부터 다시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말은 정치적 레토릭이 아니었다. 그는 남북관계의 본질을 ‘심리적 거리’로 이해하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국가'가 아닌 '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그것이야말로 통일을 가로막는 진짜 장벽이었다. 그래서 그의 정책은 '행사'보다 '태도'를 바꾸는 데 집중됐다.

확성기 방송 중단, 대북 전단 살포 금지, 남북연락망 복원 요청 등은 상징적인 제스처로 읽히지만, 사실상 신뢰를 회복하는 첫 단계였다. 그는 "남과 북은 경쟁하는 민족이 아니라, 분리된 가족"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그 표현 속에는 한 정치인의 언어가 아닌 한 세대의 간절함이 녹아 있었다. 그는 실무자들에게 자주 말했다.

"북한을 바꾸려 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의 언어를 바꾸자."

이는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도 일맥상통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평화는 외교가 아니라 경제의 조건이며, 남북관계는 감정이 아니라 실용의 문제"라고 했다. 정동영은 그 철학을 통일부의 실무 언어로 번역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평화가 곧 안보이며, 대화가 곧 실익"이라는 프레임을 국민에게 체화시키려 했다. 이제 남북관계의 회복은 과거처럼 '대규모 이벤트'로 시작되지 않는다. 작은 교류, 신뢰의 제스처, 그리고 현실적 협력에서 출발한다. 그 믿음은 최근의 한 사건에서도 드러났다. 2025년 11월 4일, 그는 북한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사망 소식에 깊은 애도를 표하는 조의문을 발표했다.

"김 전 위원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북측 대표단을 이끌고 방남해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기여한 바가 있다. 2005년 6월과 2018년 9월, 두 차례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북측 관계자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이 짧은 메시지는 단순한 외교 의례가 아니다. 냉각된 남북관계 속에서도 '예의와 존중'이라는 평화의 문법을 다시 꺼내 든 행위였다. 그는 그 행위를 통해 '대화는 단절되어도, 존중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철학을 몸소 보여주었다.

 

 1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캠프 그리브스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7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마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연철 전 통일부장관, 정동영 통일부장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김동연 경기도지사,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2025.9.19.  연합뉴스
 1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캠프 그리브스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7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마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연철 전 통일부장관, 정동영 통일부장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김동연 경기도지사,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2025.9.19.  연합뉴스

실용과 평화의 동거

이재명 정부의 남북정책은 이상과 실용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시도하고 있다. 이전 정부들이 '통일 담론'에 매달리며 현실적 신뢰 구축에 실패했다면, 이 정부는 '평화경제'라는 실질적 목표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 중심에 정동영이 있다.

그는 "통일은 멀지만, 평화는 당장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평화가 곧 투자 환경이고, 신뢰가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현실적 관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실용적 평화주의'는 정동영의 평화관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그는 통일부의 행정 구조를 '경제협력 중심부서'로 재편하고 있다. 단순히 교류를 촉진하는 차원을 넘어, 남북 공동산업단지, 접경지역의 생태협력, 북미-한반도 연계 물류 네트워크 구상까지 아우른다. 그의 정책은 '이념'이 아닌 '시스템'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정동영은 회의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평화를 말할 때, 그것은 도덕이 아니라 전략이다. 평화가 이익이 되는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대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그 말은 냉철하지만 진실하다. 그는 평화를 감성의 언어가 아닌 구조의 언어로 다룬다. 그의 눈에는 한반도의 긴장이 곧 국가의 낭비로, 평화는 곧 번영의 시작으로 보인다.

비판을 견디는 리더십

물론 모든 이가 그를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과거 인물의 회귀"라며 비판했고, 또 어떤 이들은 "북한에 지나치게 유화적"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평화는 언제나 비난 속에서 자란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시절 그가 개성공단 사업을 추진하던 때에도 같은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역사는 그 비판이 오해였음을 증명했다.

정동영은 그때도, 지금도 "비난을 감수하는 것이 평화를 위한 대가"라고 말한다. 그의 리더십은 '감정적 대응'을 하지 않는다. 그는 모든 정책적 공격 앞에서 '논리'로 답하고, 모든 정치적 도발 앞에서 '시간'으로 이긴다. 그는 느린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 느림은 철저한 계산의 산물이다. 그의 정치에는 단 하나의 원칙이 있다.

"소란보다 설득, 구호보다 구조."

그는 스스로를 '협상의 기술자'라고 부른다. 정치적 명분보다 관계의 지속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통일은 감동적인 사건이 아니라, 조용한 구조의 누적이다. 그는 평화를 ‘계속 가능한 관계의 이름’이라고 정의한다. 이재명 정부의 외교는 유연하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일방에 서지 않고, 국익 중심의 균형을 택했다. 그 철학은 통일부에도 그대로 스며 있다. 정동영 장관은 "균형은 비겁함이 아니라 생존의 기술"이라고 말한다.

그는 남북 모두에 신뢰받지 못하면 대화는 시작조차 할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그의 정책은 '중재'가 아니라 '공존'을 목표로 한다. 그는 남북대화의 중단 상황에서도 북측 대표에게 개인적 메시지를 전하며, 공식 루트가 닫혀도 비공식 채널을 통해 신호를 보낸다. 이것은 정치가 아닌 인내의 외교다. 그가 신념처럼 반복하는 말이 있다.

"대화는 가능할 때 하는 것이 아니라, 불가능할 때 시작하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그를 통해 통일부의 존재 의미를 되살리고 있다. 한동안 통일부는 '사라진 부처'로 불릴 만큼 정치적 영향력을 잃었다. 그러나 정동영의 복귀 이후, 통일부는 다시 '철학을 가진 부처'로 평가받는다. 그는 조직을 단순한 행정기관이 아닌 '평화의 플랫폼'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분단의 상징 임진강 철책 부근 일몰 광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분단의 상징 임진강 철책 부근 일몰 광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평화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정동영 장관의 하루는 길다. 새벽부터 보고서를 읽고, 밤까지 실무자들과 전략회의를 한다. 그는 "통일부는 말로 존재하는 부처가 아니라, 신뢰를 쌓는 기관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가 본 정동영 장관의 평화를 향한 태도는 거의 신앙에 가깝다. 그에게 평화는 정책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다.

그가 청년 정치인이었을 때, DMZ 철책선 앞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이 있다. 사진 속의 젊은 그는 여전히 지금의 그와 닮아 있다. 조용히 웃으며, 그러나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려는 사람. 평화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 문은 이미 열렸다. 그 문을 두드리는 손끝에, 정동영이라는 이름이 있다. 그의 존재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아직 평화를 믿는가?"

이재명 정부의 여러 관료들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인물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말하고 싶다. 그는 단호하다. 그러나 그의 단호함은 거칠지 않다. 말의 무게를 알고, 신념의 방향을 분명히 아는 사람이다.

정동영 장관의 언어는 언제나 현실을 향한다. 그는 남북 관계를 이념의 대립이 아니라 공존의 문제로 바라보며, 평화를 실천의 목표로 되살려 놓았다. 외교의 수사 속에서 길을 잃은 '통일'이라는 말을 다시 국민의 언어로 되찾은 것이다.

그의 단호함은 권력의 오만이 아니라 철학의 일관성에서 비롯된다. 흔들리는 정치의 파도 속에서도 그는 늘 한 방향을 가리킨다. 그 방향은 이 민족이 가야 할 길, 즉 냉전의 잔해를 넘어서는 평화의 길이다. 이재명 정부가 추구하는 실용과 통합의 가치 속에서, 정동영 장관은 분명한 '평화의 축'으로 서 있다.

그는 정책을 말하는 관료가 아니라 역사의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지금 이 시기, 가장 확실하게 제 길을 가는 사람은 정동영이다. 그는 말로써 길을 열고, 신념으로 그 길을 지켜내는 사람이다. 그 단호함이야말로 오늘의 정치가 가장 배워야 할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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