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진정 평화롭게 볼 수 있는 영상미 제공

우리는 춤출 수밖에 없었다
(강성찬 감독, 25분, 한국)

 

모든 문화는 참자유와 평화를 찾는 여정의 도구다. 단편 영화 <우리는 춤출 수밖에 없었다>의 출연진은 지방의 ‘느티나무시민연극단’으로서 전업 연극인이 아니다. 연극과 일상을 벗어나 몽골 초원에서 만난 하늘과 땅과 별과 태양, 그리고 사막과 하나가 되는 모습에서 진정한 자유와 평화는 어디에서 오는지 무아의 춤사위를 통해 한 편의 시처럼 보여주었다.

감독은 출연진에게 일체의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지 않고, 작의(作意)가 드러난 대사도 넣지 않고 그저 자연과 합일되는 과정에서 영혼의 자궁인 대지에 온몸(영혼)을 내어 맡기는 작은 생명체로서 사람의 춤사위를 담는다. 역광을 통해 생애의 그림자를 그대로 노출시킴으로써 은유적 메시지를 독특한 영상미로 제공한다.

의도된 대사가 없고 주인공이 없으며, 일체의 인위적인 장치를 사용하지 않는 날 것 그대로지만 시 한 편과 영상에 적확한 음악을 곁들인 영상을 통해 관객을 함께 대지의 자궁에 유영하도록 초대한다. 내면에 적체된 불신과 불안을 덜어내는 텅빈 충만을 통해 세상을 진정 평화롭게 볼 수 있는 영상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를 평가하는 바이다. /김윤환(시인)

더 랜드 오브 노웨어(The Land of nowhere)
(팡 탄린(Peng Tenglin)감독, 29분, 중국)

 

가족과 평범하게 하루를 보내는 일상을 바라는 것이 나약한 인간에게 얼마나 무겁고 힘든 일임을 시대를 거슬러보니 더욱 또렷하고 아프게 느껴지게 하는 영화다. /이윤정(중국문화 연구자)

더 런어웨이(The Runaway)
(크리스티앙 히스티코니(Christian Risticoni), 17분, 프랑스)

은행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펠릭스는 겁이 많고 어리석은 남자다. 그는 공범인 은행 강도들에게 문을 열어준 것이 탄로나자 도주하게 된다. 폭염 속에서도 눈에 가장 잘 띄는 형광 주황색 패딩을 입은 채, 그는 지인인 앙토의 도움으로 산속 통나무집에 몸을 숨긴다. 계속되는 불안과 두려움에 잠들지 못하던 그는 어느 날 서랍 안에서 권총을 발견하고 놀라 내다 버리지만,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다시 총을 주워온다.

 

매일 총 쏘는 연습을 하던 펠릭스는 자신의 어이없는 실수로 앙토를 쏘게 되고, 죽은 그의 품에서 빼낸 자동차 키는 부러지고 만다. 결국 도로 위에서 경찰들과 마주친 펠릭스는 울면서 도망치기 시작한다. 그의 어눌한 표정과 우스꽝스런 행동은 코르시카의 고요한 풍경과 대조를 아루며 묘한 정서를 만들어낸다. 그는 모자란 듯해 보이지만 어딘가 인간적이다.

영화 <더 런어웨이> 는 도망치는 한 인간의 불운을 통해 공포와 우스움이 뒤섞인 아이러니를 포착한다. 결국 라 카발레(La Cavale: The Runaway)는 단순한 도주극이 아니라 불안한 시대 속에서 제자리를 잃은 한 인간의 초상이다. 웃음과 절망이 교차하는 그 여정 속에서, 때로는 누구나 펠릭스가 될 수 있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특히 영화 전반에 흐르는 코믹하면서도 장중한 OST의 선율은 영화의 재미를 한껏 더해준다. /임미성(재즈 가수)

프롬 앤 투 네이처 위 리턴(FROM & TO NATURE WE RETURN): 자연과 인간에 관한 영상미 높은 단편
(비쇼이 아델(Bishoy Adel)감독, 2분, 이집트)

이 영화는 인간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무엇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한다는 점에서 휘슬러영화제의 취지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시를 쓰는 나는 이 영화가 펼쳐낸 영상 언어에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다. 구체적 사건에 의한 서사를 재현하기보다 그저 자연과 그것의 일부인 인간을 병치하여 제시함으로써 시적인 울림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시적 상징을 활용한 이 영화는 인간 중심적 탐욕이 불러온 기후 위기 시대인 오늘날,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가치와 사유가 무엇인지 분명히 제시한다. 영화는 그것이 자연에 기인한 인간 존재가 자신을 자연의 일부로 자각하는 데에서부터 비롯하는 것이라 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병국(시인)

왓 리바 펠트(What LIBA felt)
(프랑크 네세만(Frank Nesemann)감독, 25분, 독일)

<왓 리바 펠트>는 죽음을 둘러싼 감정의 비대칭을 세밀하게 포착한다. 부모는 리바가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리라 여기며 부정적 감정을 지워내려 하고, 그 과정에서 죽음의 현실을 유예한다. 반면 언니 브루나는 죽음을 직시해야 한다는 신념 속에서 리바에게도 그 사실을 알리려 하지만, 결국 그 인정이 자신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된다.

 

가족 중 누구도 리바가 자신의 죽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각자 다른 방식으로 회피하거나 감당하려 애쓴다. 그러나 영화는 침묵의 시선을 통해, 리바가 오히려 죽음을 먼저 받아들이고 남겨질 이들을 걱정하며 조용히 애도의 과정을 수행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때 애도는 상실 이후의 감정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이가 자기 자신을 타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사유의 과정으로 확장된다. 이 영화는 그 사유의 깊이를 언어가 아닌 정서의 잔향으로 남긴다. /최진석(문학평론가)

캣츠(Cats)
(다닐로 스타니미로피치(Danilo Stanimirovic)감독, 10분, 세르비아·스위스)

 

대사의 부재 속에서 아이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을 정교하게 포착한 무언의 서사이다. 독일의 잿빛 일상 공간 속에서 소년과 고양이는 언어 없이 서로의 존재를 감지하며, 감정이 말보다 먼저 전달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른들이 규정한 소통의 틀 밖에서 아이는 시선과 움직임, 그리고 조용한 온기를 통해 세계와 연결된다. 이 작품은 문제의 해결보다 감각적 공명을 통해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리며, 언어 이전의 공감이 얼마나 깊고 자연스러운 이해의 형식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섬세한 시적 영화다. /최진석(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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