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 집행위원장 "영화인보다 시민 참여 영화제"

"즐기기만 하는 영화제 아닌 연대하는 축제 만들 터"

"'내란 영화 특별 섹션' 마련해 계엄사태 돌아보게 해"

사울시 마포구 공덕동 시민언론 민들레 유튜브 스튜디오에서 안터뷰 중인 김성재 집행위원장.2025.10.13.사진 촬영 정숙 시민기자
사울시 마포구 공덕동 시민언론 민들레 유튜브 스튜디오에서 안터뷰 중인 김성재 집행위원장.2025.10.13.사진 촬영 정숙 시민기자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노무현 시민센터에서 “너의 비밀을 말해봐”라는 주제로 국가와 조직의 불의에 저항하고 고발하는 영화제인 ‘휘슬러영화제’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다. 전 세계 37개 나라에서 151편의 영화가 접수됐고 심사를 거친 26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올해 영화제의 특별한 점은 ‘내란 영화 특별 섹션’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로 위기에 처했던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되돌아보고 정의와 인권, 평화의 의미를 떠 올릴 수 있는 치유의 목적이 있다고 한다. 

지난 10월 13일 서울시 마포구 시민언론 민들레 유튜브 스튜디오에서 휘슬러영화제 김성재 위원장을 만나 두 번째 영화제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가 주목하는 영화제가 될 수 있었던 이유와 영화제 준비 과정, 휘슬러영화제가 갖는 의미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휘슬러, 영화인 중심 아닌 시민 참여 영화제"
"즐기기만 하는 영화제 아닌 연대하는 영화제"

-영화제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작년에 전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이자 시민언론 보루의 이사이신 윤정모 소설가께서 만드셨어요. 여러 영화제를 가보셨는데 대부분 영화제가 영화인들 중심으로만 이루어지는 걸 보시고 시민들이 참여하는 영화제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셨대요."

-영화제 이름을 '휘슬러'라고 지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영화라는 게 아주 대중적인 문화이지만 단지 즐기기만 하는 영화가 아니라 영화를 보고 함께 고민하고 사회문제에 대해 연대할 수 있는 주제로 영화제를 만들었습니다. 휘슬블로잉(Whistleblowing), 즉 내부 고발이라는 것이 어떤 기업이나 정부 조직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불이익에 대한 고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민주주의, 인권탄압, 전쟁, 불의, 환경파괴 등의 사회 문제에 대해 경고음을 내는 호루라기(Whstle) 즉 경고음을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전 세계 영화들을 모아 보자는 뜻으로 영화제 이름을 ‘휘슬러(Whstler)영화제’라고 지었습니다."

 

휘슬러영화제 공식 포스터.2025.10.13. 사진 제공 김성재 집행위원장
휘슬러영화제 공식 포스터.2025.10.13. 사진 제공 김성재 집행위원장

"자발적 도움 준 사람들 덕분에 첫 영화제 잘 치러"
"두 번째 영화제에도 불구하고 151편이 출품 돼"

-작년에는 조직위원장, 올해는 집행위원장을 맡았는데 무보수라면서요?

"작년에는 얼떨결에 조직위원장(집행위원장의 역할)을 맡았었는데 일을 해보니까 휘슬러영화제가 매우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영화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나라에 많은 영화제가 있지만 대부분이 상업 영화 중심이고 국제 영화제가 아닌 독립 영화제나 다큐멘터리 영화제는 규모가 작고 어떤 특별한 주제를 가지고 여는 영화제도 아니고요. 다큐멘터리 영화가 어떤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영화이긴 하지만 휘슬러영화제처럼 본격적으로 어떤 확실한 주제를 내걸고 하는 영화제는 별로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영화에 사회문제를 담아내 상영을 하면 사람들한테 영향을 미치게 돼 사회적 인식이 바뀔 수도 있고 그 사람들이 연대해서 사회 문제들을 풀어나가면 인권과 정의를 지키고 평화를 이루어낼 수 있는 굉장히 의미 있는 영화제라는 생각이 들어서 올해도 선뜻 집행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이 영화제를 도와주시는 분들은 모두가 자원봉사입니다."

-이제 겨우 두 번째 영화제인데도 불구하고 151편이 출품 됐다면서요? 

"온라인 출품 플랫폼인 '필름프리웨이'에 영화제가 있다는 소식을 올리면 전 세계에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보고 출품을 합니다. 휘슬러영화제가 관심을 받게 된 이유는 지금 전 세계에서는 다양한 폭력과 전쟁, 환경파괴, 인권 침해 등 많은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런 문제에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 돼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휘슬러영화제는 이런 문제뿐만 아니라 개인 내면의 부조리에 대한 고발까지도 담아내겠다는 취지가 있기 때문에 국내외에서 출품작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시민언론 민들레와 공동주최를 한다면서요?

"작년에는 돈도 조직도 없이 짧은 기간에 영화제를 준비하느라 힘들었는데 시민언론 민들레도 시민이 참여하는 언론이고 윤정모  조직위원장님이 시민언론 민들레 창간에 큰 도움도 주셨고 시민언론 보루의 이사도 맡고 계시기 때문에 시민이 참여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불의에 저항하는 영화제의 취지와 잘 어울려 공동주최를 하게 됐습니다."

-작년엔 첫 영화제라 힘든 부분이 많았을 것 같아요. 

"작년에 정말 많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도움을 주셨어요. 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는 분들이 상임고문단 참여를 수락해서 든든한 힘이 됐고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조직위원, 심사위원을 기꺼이 맡아주셨습니다. 최고 영화비평가인 오동진 씨가 공동조직위원장으로 나서 주셨고요. 실무를 맡은 집행위원들도 자기 시간을 쪼개 헌신적으로 도와주고 계십니다. 돈도 안 받고 영화제 기간 내내 자원봉사를 해주신 분들도 계셨고 기획과 운영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올해는 두 번째라서 어느 정도 요령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제일 어려운 문제는 재정적인 부분입니다."

 

휘슬러영화제 후원 플랫폼 '소셜펀치'.
휘슬러영화제 후원 플랫폼 '소셜펀치'.

"내부 고발 취지 영화 많아 기업 협찬 거절"
"후원 플랫폼 ‘소셜펀치’ 통해 후원 가능"

-재정적인 부분은 어떻게 해결했나요?

"다른 영화제는 적게는 1억 원에서 많게는 10억 원 이상의 예산이 드는데 대부분 지역자치단체(지자체)와 함께 영화제를 진행하기 때문에 지자체 후원을 받아 영화제를 진행하지만 휘슬러영화제는 작년에 돈 한 푼 없이 시작을 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조금씩 후원을 받긴 했지만 2천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진행을 했는데 대부분 대관료로 들어가고 영화제를 도와주시는 분들의 식사값, 폐막 파티 비용, 해외에서 오신 감독님들 체류비로 썼습니다. 적은 돈을 아끼고 아껴서 진행을 했죠."

-홍보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민들레 후원자분들께서도 도와 주셨지만 민들레를 후원해 주시는 것만도 감사한데 영화제까지 도움을 주십사 말하는 것도 민망합니다. 올해는 사회운동 및 시민단체가 온라인으로 기금을 모금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후원 플랫폼인 '소셜펀치'를 통해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목표 금액은 2천만 원인데 아직은 많이 부족합니다. 개막작과 폐막작, 상영작들이 다 결정됐기 때문에 열심히 홍보에 박차를 가하려고 합니다."

-후원사는 따로 없나요?

"다른 영화제는 주최 측인 지자체에서 후원을 받고 기업에서 후원이나 협찬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저희도 기업이나 단체에 후원과 협찬 이메일도 보내봤지만 영화제의 취지가 내부 고발이라 좀 불편해하는 것 같습니다. 여러 군데 연락을 했지만 대부분 거절을 당했고 제가 아는 기업 고위직 분들께 부탁을 했는데 외부에는 알리지 말라고 하면서 큰 금액은 아니지만 후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단체로는 노무현 재단, 노회찬 재단,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호루라기 재단에서 협찬을 했고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내부비리에 맞섰던 박창진 현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과 윤석열 정부의 경찰국 설립에 반대하다가 좌천됐던 이지은 전 경찰 총경, 세월호 유가족으로 진상규명 요구 46일간 단식농성을 벌였던 유민아빠 김영오 씨가 영화제 홍보 대사를 맡고 있습니다. 노무현 센터에서는 대관료를 할인해 주셨고 노회찬 재단에서는 영화를 보러 오시는 분들께 책 선물을 후원해 주신다고 하셨고요. 재정적인 후원이 가장 필요하지만 시민들과 함께 뜻을 같이 한다는 마음이 제일 좋은 후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막작 제이슨 수(Jason Soo) 감독의 ‘알 아와다(Al Awda)’ 공식 포스터. 
개막작 제이슨 수(Jason Soo) 감독의 ‘알 아와다(Al Awda)’ 공식 포스터. 

"개막작, 제이슨 수(Jason Soo) 감독의 '알 아와다(Al Awda)'"
"폐막작, 장영주 감독 '5·18 힌츠페터 스토리'"

-개막작과 폐막작 소개 부탁드립니다.

"개막작은 제이슨 수(Jason Soo) 감독의 작품으로, 이스라엘 가자 지구 봉쇄를 돌파하는 활동가 22명의 모습을 담은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알 아와다(Al Awda)'입니다. 이스라엘 가자 지역에 봉쇄된 해안으로 가는 도중 배 안에 있는 사람들이 두렵지만 서로 얘기를 나누며 용기를 나누는 내용으로 합의된 의사 결정, 상호 배려, 비폭력을 통해 불의에 저항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단결하고 연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폐막작은 2017년 개봉됐던 '택시 운전사'의 주인공인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가 죽기 전에 했던 인터뷰와 그가 공개하지 않았던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의 참상을 담은 사진이나 영상을 엮어서 만든 장영주 감독의 '5.18 힌츠페터 스토리'입니다. 일본 특파원이었던 힌츠페터가 일본으로 돌아가 자료를 독일로 전송을 해서 처음 독일에서 방송이 됐고 그 방송을 미국과 영국에서 방송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졌습니다. 제가 대학생 때 우리나라에도 들어왔는데 학생회 방이나 동아리 방에 숨어서 몰래 봤던 기억이 납니다. 이 영화 역시 광주에서 벌어진 국가 폭력에 대한 엄청난 내부 고발 휘슬블로잉이죠."

 

폐막작 장영주 감독의 '5.18 힌츠페터 스토리' 공식 포스터. 
폐막작 장영주 감독의 '5.18 힌츠페터 스토리' 공식 포스터. 

"올해 '내란 특별 영화 섹션' 만들어"
"'포럼'통해 여러가지 주제로 감독들과 토론 진행"

-'5.18 힌츠페터 스토리'를 폐막작으로 선정한 다른 이유가 또 있다면서요?

"올해 특별 섹션으로 '내란 특별 영화 섹션'을 만들었습니다. 장영주 감독의 '5.18 힌츠페터 스토리'도 5.18 군사 쿠데타를 기록한 영화입니다. 지난해 12월 3일 내란이 벌어졌는데 군부의 폭력이기도 한 국가 폭력이죠. 국가 폭력에 관련된 영화 몇 편을 묶어서 '내란 특별 영화 섹션'을 만들어 이 땅에서 벌어진 내란을 잊지 말고 꼭 기억해 국가 폭력을 척결하고 함께 연대해 달라는 취지로 만들었습니다."

-내란 특별 영화 섹션에는 어떤 영화를 상영하나요? 

"전두환 정권 시기인 1987년 홀연히 나타난 가출 소년이 고려대 운동권 학생들과 군사정권에 맞서 싸우게 된 김대현 감독의 '정돌이', 장영주 감독의 '5.18 힌츠페터 스토리', 칠레 군부독재에 의해 실종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동화 작가가 한국의 광주에서 또 다른 국가 폭력이라는 비극을 경험하게 되는 이야기인 모현신 감독의 '군락', 칠레 대통령 선거를 배경으로 두 여성의 관계에서 권력과 학대의 본질을 찾아내는 이나키 벨라스케즈 감독의 '단카, 프리실라 단카' 등 총 4편이 상영됩니다."

-영화제에 포럼도 있다는데요. 어떤 주제들이 있나요?

"휘슬러영화제는 내부 고발의 취지를 가진 영화제이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좀 더 고민하고 토론해야 할 영화들이 많습니다. 함께 토론한 내용을 공유하고 연대하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포럼 시간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포럼의 주제도 다큐멘터리 영화가 어떻게 현실을 반영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국가 폭력을 뿌리 뽑을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인지 등 여러가지 주제로 감독들과 함께 토론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포럼이라는 게 관객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영화에 대해 궁금한 점이나 패널들의 다양한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재미가 있으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올해가 두 번째 영화제라 작년보다는 영화제 준비가 조금 수월했나요?

"작년엔 영화제가 열리기 석 달 전에 합류해서 정신없이 준비를 했습니다. 올해는 1월부터 필름프리웨이에 영화제 소식을 알렸고 도와주실 분들 섭외도 하면서 일찍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작년과 올해 경험치가 쌓이면 내년에는 조금 더 체계적으로 잘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휘슬러영화제가 갖는 특별한 의미는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에 영화제가 아주 많지만 휘슬러영화제는 아주 특별하고 독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영화제에서는 볼 수 없는 영화들을 많이 볼 수 있고 다큐멘터리 영화조차도 정말 재밌습니다. 휘슬러영화제에 출품된 영화는 그냥 즐기고 끝나는 영화가 아니라 민주주의나 인권, 평화의 소중한 가치를 얘기하는 영화들이 많습니다."

"작년말부터 우리는 윤석열이란 내란범 때문에 거리에서, 광장에서 몇 달의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는데, 이번에 영화제에 오셔서 축제를 즐기시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현재 극장 입장료가 16,000원인데 휘슬러영화축제에 오시면 반값인 8000원으로 재밌고 의미있는 영화를 보실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보다 더 재밌을 겁니다!"

"우리가 광장에 나가 촛불과 응원봉을 드는 것뿐만이 아니라 영화제를 통해서도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갈 수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휘슬러영화제를 만드는 사람들. 
휘슬러영화제를 만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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