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독〉, 수사관들 '청문회 준비 문건' 전문 공개

'기억나지 않음' '나 몰라'…꼬리 자르기 정황

수사 확대 막으려 "윗선 지시 없었다" 답변?

현직 수사관 "키워드 항목, 제3자가 적은 듯"

'이렇게 할 계획임'…윗선에 보고하는 듯한 어투

문건 한 켠의 '보완사항' 메모는 누구 지시로?

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열린 검찰 개혁 입법청문회에서 서울 남부지검에서 건진 전성배씨 관련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과 압수수색 증거품인 '관봉권'을 관리했던 검찰 수사관들이 출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희동 부산고검 검사(전 서울남부지검 1차장 검사), 박건욱 대구지검 인권보호관(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김정민ㆍ남경민 서울남부지검 수사관. 2025.9.5. 연합뉴스
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열린 검찰 개혁 입법청문회에서 서울 남부지검에서 건진 전성배씨 관련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과 압수수색 증거품인 '관봉권'을 관리했던 검찰 수사관들이 출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희동 부산고검 검사(전 서울남부지검 1차장 검사), 박건욱 대구지검 인권보호관(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김정민ㆍ남경민 서울남부지검 수사관. 2025.9.5. 연합뉴스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 관련 수사를 받고 있는 검찰 수사관들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면서 소지해 논란이 된 '청문회 준비 문건' 원본을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이 단독 입수했다. 

해당 문건을 분석해보니, 상식 밖의 수사 관행을 암기하듯 외워서 온 흔적이나 수사가 검찰 윗선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치밀하게 답변을 준비한 듯한 내용 등이 다수 확인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워치독〉은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의 해결을 위해 문건 원본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 김정민 수사관 청문회 준비 문건 내려받기
☞ 남경민 수사관 청문회 준비 문건 내려받기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에서 열린 1차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 서울남부지검 김정민 수사관이 작성한 소지했다가 논란이 된 청문회 준비 문건. 2025.9.27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에서 열린 1차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 서울남부지검 김정민 수사관이 작성한 소지했다가 논란이 된 청문회 준비 문건. 2025.9.27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수사 확대 막으려 "윗선 지시 없었다" 답변?

24일 〈워치독〉이 입수한 문건 분석 내용을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 김정민 수사관은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을 특정인의 책임이 아니라 관행의 문제로 희석하려 한 것으로 파악됐다. '띠지를 폐기하라는 윗선의 지시가 없었고' → '별도의 지시가 없다면 띠지의 원형 보존을 하지 않는 게 관행이었고' → 건진법사 관봉권에 대한 압수당시 상황에 대한 '아무런 기억도 없다'는 논리 구조를 만들어간 것이다.

특히 '윗선의 지시가 없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답변 전략을 짠 점은 검찰 윗선으로의 수사 확대를 막으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수사관은 문건에 '띠지를 폐기하라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습니까?' 라는 예상질문을 적고 "없었습니다. 띠지와 관련된 지시는 그게 보관하라는 것이든 폐기하라는 것이든 단 한번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라고 썼다.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에서 열린 1차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 서울남부지검 김정민 수사관이 작성한 소지했다가 논란이 된 청문회 준비 문건. 띠지를 폐기하라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예상 답변을 적어놨다. 암기하기 쉽게 만들어진 키워드, 우측 여백의 보완사항을 지시한 메모 등이 확인된다. 2025.9.27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그러나 윗선의 지시 없이 띠지를 버렸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워치독〉 취재에 응한 20여년 경력의 한 특수수사 전문 수사관은 "띠지를 둘러 묶음 형태로 되어 있는 지폐는 금액이 얼마인지 셀 필요가 있기 때문에 띠지를 떼고 셀 수는 있더라도 그 띠지도 당연히 보관 대상이다. 또한 관봉권은 금액이 정확하기 때문에 굳이 띠지를 풀러서 셀 필요도 없는데 애써 띠지를 풀러서 세어봤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수사관은 다 기억하는데…"기억 안 나" 답변

김 수사관이 '띠지 폐기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조차 아무런 기억도 없다'는 것을 강조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국회 위증죄도 피해가고 폐기에 대한 책임도 피해가려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수사관은 '띠지를 폐기했습니까?' 라는 예상질문을 적은 뒤 답변으로 "기억이 나지 않음(띠지의 유무도) (중략) 현금을 처음 인계받을 때 띠지가 있었는지, 이미 없었던 건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라고 적었다. 또 '특이한 형태의 압수물인데 어떻게 기억을 못할 수 있습니까?' 라는 질문을 적고 "압수계에는 매일 다양한 압수물이 들어옵니다. (중략) 정말로 수많은 업무 중 하나였기 때문에 기억이 뚜렷하지 않은 겁니다"라고 답변을 준비했다.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에서 열린 1차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 서울남부지검 김정민 수사관이 작성한 소지했다가 논란이 된 청문회 준비 문건. 띠지 폐기 관련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을 미리 적어놨다. 2025.9.27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그러나 국회에 출석한 또다른 수사관은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해내, 김 수사관의 위증 논란이 인다.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최선영 대검찰청 수사관(전 남부지검 수사계장)은 "저희가 압수해온 현금은 총 3가지 종류였다. 하나는 한국은행 비밀봉지로 묶여있는 돈 묶음이었고, 하나는 신한은행 띠지로 묶여있는 돈 묶음이었다. (다른) 하나는 고무줄로 묶여 있는 돈 묶음이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최 전 과장은 "한국은행 돈 묶음(관봉권)의 경우 명백하게 5000만 원이라고 적혀있었기 때문에 저희가 뜯어서 계수할 필요가 없었다. 1000장이었다"고 밝혔다.

현직 수사관 "키워드까지 만들어 외운 흔적"

문건에서 또 다른 특이한 점은 김정민 수사관이 '키워드' 라는 항목을 별도로 만들어 답변을 애써 외우려 한 흔적이다.

김 수사관은 청문회에서 법사위원들의 질문으로 '띠지 폐기'와 '기억·인지 문제' '지시 여부' '책임 소재' '원형보존' '계수' 등 총 6개 부문을 예상하고 그에 맞게 맞춤형 질문과 모범 답안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각 부문에는 암기를 쉽게 할 목적으로 '키워드'를 추려냈다.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에서 열린 1차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 서울남부지검 김정민 수사관이 작성한 소지했다가 논란이 된 청문회 준비 문건. '지시 여부'와 관련한 답변을 쉽게 암기하도록 키워드를 적어놨다. 2025.9.27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에서 열린 1차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 서울남부지검 김정민 수사관이 작성한 소지했다가 논란이 된 청문회 준비 문건. '지시 여부'와 관련한 답변을 쉽게 암기하도록 키워드를 적어놨다. 2025.9.27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김 수사관은 이 키워드에 맞추어 모범답안을 준비했고 실제 청문회 당일에도 그 모범답안대로 답변했다. 이같은 키워드에 대해 오랜 특수 수사 경력을 지닌 한 수사관은 "내가 만약 어떤 답안을 준비할 때는 그 '키워드'라는 말을 안 쓴다"며 "김정민 수사관 본인이 이것을 준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3자가 이 내용을 주지시킬 목적으로 적어놓은 것 같다"고 추정했다.

또한 문건에는 윗선의 누군가에게 국회 청문회 준비 과정을 보고하고 승인받은 흔적도 있다. 관봉권 띠지 분실 책임 규명에 대한 모범답안 밑에 "계속 누구의 책임인지 추궁한다면, 관봉권을 전달했던 계장의 지시 부재를 언급할 계획임"이라고 적힌 문장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청문회 당일에도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지적한 바 있다. "이렇게 할 계획임"이란 종결 어미를 쓴 부분은 이 문건을 누군가에게 상신하고 결재를 받아서 이뤄진 것이 아닌지 강한 의심을 들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에서 열린 1차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 서울남부지검 김정민 수사관이 작성한 소지했다가 논란이 된 청문회 준비 문건. '책임 소재'와 관련한 답변을 쉽게 암기하도록 키워드를 적어놨다. 하단에는 누군가에게 상신하고 결재를 받은 것처럼 "계속 누구의 책임인지 추궁한다면, 관봉권을 전달했던 계장의 지시 부재를 언급할 계획임"이라고 적혀 있다. 2025.9.27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에서 열린 1차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 서울남부지검 김정민 수사관이 작성한 소지했다가 논란이 된 청문회 준비 문건. '책임 소재'와 관련한 답변을 쉽게 암기하도록 키워드를 적어놨다. 하단에는 누군가에게 상신하고 결재를 받은 것처럼 "계속 누구의 책임인지 추궁한다면, 관봉권을 전달했던 계장의 지시 부재를 언급할 계획임"이라고 적혀 있다. 2025.9.27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문건 한 켠의 '보완사항' 메모는 누구의 지시?

더불어, 문건 한 켠에 '보완사항 지시'로 해석될 만한 메모를 따로 적은 점도 눈길을 끈다. 발견된 메모 내용은 '하루에 압수물품이 평균 몇 개 정도 들어오는지 확인 필요. 몇 건이 아니라 몇 개 정도 들어오는지 기준으로 얘기해줘야'인데, 이는 해당 페이지에 적힌 '띠지 폐기'와 관련해 준비한 예상 질문과 모범답안에 대한 보완사항으로 보인다.

이어 2페이지에 '지시 여부' 관련 항목에서도 '보충 논지 필요. 별도 지시가 있는 경우에는 현금을 묶인 상태 그대로 보존했던 이력이 있음을 언급'이란 메모가 있었고, 7페이지의 '계수' 관련 부분에서도 오른쪽 여백에 '이걸 앞으로 빼서 압수조서에 금액과 개수가 써져 있었다는 것을 먼저 언급'이라고 보완사항이 적혀 있었다. 그 외 8페이지에도 1페이지 내용 보완사항으로 '이거 공문으로 결재 받았는지?'와 '압수표 비고란에 작성한 내역을 검사실에서 조회할 수 있는지 확인 필요'라고 보완사항이 적혀 있었다.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에서 열린 1차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 서울남부지검 김정민 수사관이 작성한 소지했다가 논란이 된 청문회 준비 문건. 오른쪽 여백에 '이걸 앞으로 빼서 압수조서에 금액과 개수가 써져 있었다는 것을 먼저 언급'이라고 보완사항이 적혀 있다. 2025.9.27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에서 열린 1차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 서울남부지검 김정민 수사관이 작성한 소지했다가 논란이 된 청문회 준비 문건. 오른쪽 여백에 '이걸 앞으로 빼서 압수조서에 금액과 개수가 써져 있었다는 것을 먼저 언급'이라고 보완사항이 적혀 있다. 2025.9.27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에서 열린 1차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 서울남부지검 김정민 수사관이 작성한 소지했다가 논란이 된 청문회 준비 문건. 자필 메모로 '1. 남편이 작성한 메모 2. 1~5시 집에서'라고 적혀 있지만, 김 수사관 필체와 다르다. 2025.9.27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에서 열린 1차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 서울남부지검 김정민 수사관이 작성한 소지했다가 논란이 된 청문회 준비 문건. 자필 메모로 '1. 남편이 작성한 메모 2. 1~5시 집에서'라고 적혀 있지만, 김 수사관 필체와 다르다. 2025.9.27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이 역시도 누군가에게 한 차례 확인을 받았고 확인한 사람이 이 부분을 추가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을 해준 듯한 내용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또한 자필 메모로 '1. 남편이 작성한 메모 2. 1~5시 집에서'라고 적힌 부분이 있었는데 이 메모는 김 수사관의 필체와는 달랐다.

"관봉권 띠지 분실…범죄 추적 단서 인멸" 고발

문건 전체를 살펴본 특수 수사 전문 수사관은 "키워드까지 적어가면서 국회 증언을 대비한 점이 수상하다.​ 보통 범인들이 거짓말로 진술을 하려고 암기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누군가가 모범답안을 작성하고 연습을 시킨 것 아닌가 매우 의심스런 정황"이라며 "기억을 있는 그대로 증언하면 따로 모범답안을 두껍게 만들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청문회 때 수사관들은 "(남경민 수사관의) 배우자의 도움을 받아 작성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지난 24일 민주당은 "국회 증감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김정민, 남경민 두 수사관을 직무유기로 추가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규환 대변인은 "사건 수사에서 검찰 수사관들이 분실한 '관봉권 띠지'는 범죄 자금 추적에 있어 지문이나 다름없는 중요한 증거"라며 "이에 검찰 공무원으로서 관련 법령에 따라 원형 상태로 보존·관리해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하준·허재현·김성진·김시몬 워치독 기자 watchdog@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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