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출석' '사퇴' '탄핵' '구속' 요구 총망라
문 대통령이 임명한 김명수 임기 내내 흔들어
온갖 구실 항의 방문, 면전에서 압력·모욕 가해
'사법농단' 임성근 몰래 녹음 공개하자 공세 절정
100일 넘게 대법원 앞 릴레이 시위, 검찰 고발도
"정권 충견" 막말 예사…"탄핵 대상, 국회 나와야"
집단 난동 가관…출근 차량에 돌진, 격렬 몸싸움
"야! 김명수 내려!" "구속하라!" 아수라장 연출
'비리 백서' 발간까지…주호영·나경원 적반하장
조희대 사퇴론은 내란 종식 위한 명분 정당해
대다수 상식적인 시민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은 윤석열의 비상계엄 친위쿠데타와 극우 폭도들의 서부지법 습격이라는 엄청난 법치 붕괴 사태 앞에서도 기이한 침묵으로 일관했다. 나아가 내란 수괴를 사실상 '탈옥'시킨 지귀연 부장판사의 온갖 상궤를 벗어난 재판 진행을 방치 또는 조장하고, 급기야 그 자신이 전면에 나서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단 며칠 만에 유죄로 뒤집어 파기환송하는 가공할 대선 개입을 감행했다.
하나하나가 다 헌정사 초유의 작태였지만 막판에 시도한 '사법쿠데타'를 더불어민주당과 시민사회가 필사적으로 저지하지 않았다면 국민은 '한덕수 대통령'이나 '김문수 대통령'을 맞았을 것이다. 윤석열·김건희는 다시 상왕으로 군림하며 '제2의 계엄' 및 '노상원 수첩'의 실현을 노렸을 터. 이처럼 사법 독립을 스스로 내팽개친 채 대한민국을 한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릴 뻔했던 조 대법원장이 여전히 신뢰를 주지 못하는 탓에 국민은 불안감을 떨쳐낼 수가 없다.
따라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이 엄중한 '심판의 대상'인 조 대법원장에게 지금이라도 내란 재판에 적극성을 보이며 결자해지할 것을 주문하고 이를 끝내 거부하면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것은 정당함은 물론 오히려 온건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내란 잔당'의 관성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는 제1야당은 이를 '삼권분립 유린'이라고 연일 아우성치고 있는데, 그렇다면 전임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국민의힘 행태는 어땠을까. 사실관계를 자세히 짚어볼수록 이 당의 내로남불과 적반하장이 어느 정도인지 새삼 혀를 내두르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2017년 9월 임명된 김명수 대법원장을 두고 국민의힘(자유한국당 시절 포함)은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임기 초부터 흔들었다. 2018년 9월 심재철 의원의 보좌진 3명이 정부 예산 정보 수십만 건을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에서 비정상적으로 내려받아 불법 유출한 혐의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자 자유한국당 원내지도부를 위시한 의원 수십 명은 뜬금없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김 대법원장을 기어이 불러낸 뒤 "왜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줬냐" "야당 탄압"이라고 거세게 따졌다. 이 정도는 약과였다.
2019년 1월 자유한국당은 아예 '문재인 정권의 사법 장악 저지 및 사법부 독립 수호 특별위원회'(사법장악저지특위)라는 조직을 꾸리고 당 차원에서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바로 나경원 의원이다. 나 의원은 요즘 "민주당이 사법부 독립을 침해한다"며 '일당독재' '공산당'에까지 빗대고 있으나, 그때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할 수밖에 없어 참담하다"고 했고, 한술 더 떠 "사법부의 권위와 독립을 정권 발밑에 바치고자 한다면 탄핵 대상은 바로 대법원장"이라고 '사퇴'와 '탄핵'을 모두 들먹였다. 특위 위원장은 나 의원과 마찬가지로 판사 출신인 주호영 의원이었는데, 주 의원은 심지어 '어대'(어쩌다 대법원장이 됐다)라는 모멸적 표현까지 동원하면서 "속히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 대법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근거도 황당했다. 사법장악저지특위는 사법부 코드인사, 사법부 정치화, 사법부 위상 추락,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재판 등을 '사법 난국 4대 대표 사례'로 꼽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수구보수 세력의 생떼에 불과한 것들이었다.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우리법연구회 등 특정 단체 출신을 주요 보직에 배치했다 ▲전국법관회의 등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단체를 법정화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강정마을 사법처리자 사면복권 발언에 침묵했다 ▲종교적 이유의 병역 거부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 등이다.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2019년 10월 다시 대법원 청사 앞으로 몰려가 검은색 상복 차림으로 '근조' 현장 회의를 열고 김 대법원장을 규탄했다. 김명수 체제의 법원이 문재인 정권에 장악돼 조국 법무부 장관의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등 검찰의 조 장관 일가 수사와 관련한 영장을 줄줄이 기각한다는 이유였다. 이때도 나경원 의원은 원내대표로 발언에 나서 "오늘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날"이라며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자유·평등·정의가 짓밟혔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런 일이 부지기수였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임성근 부장판사가 2020년 4월 몰래 녹음했던 김 대법원장과의 대화 내용을 2021년 2월 공개하자 국민의힘 공세는 절정에 달했다. 임 부장판사는 가토 다쓰야 산케이 신문 서울지국장의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7시간' 사설 관련 재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의 '쌍용차 사태 집회 체포치상 사건' 관련 재판 등 다른 판사들 판결에 여러 차례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국회에 의해 사상 처음 탄핵소추된 법관이다.
임 부장판사가 2020년 4월 김 대법원장을 직접 찾아가 '건강상의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하자 김 대법원장은 '국회가 지금 탄핵한다는 상황에서 그냥 사표를 수리해 (대법원장이) 비난을 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요지의 말로 수리를 거부했다. 10개월 전 대화 내용이 폭로된 뒤 김 대법원장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부주의한 답변을 했다"며 "그러나 정치권의 교감이나 정치적 고려로 사법 독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무엇보다 사태의 본질은 임 부장판사의 사법농단 행각이었지만, 국민의힘은 김 대법원장이 '거짓 해명'을 했다고 융단폭격을 가하며 탄핵론을 제기하는 등 전형적인 프레임 전환을 시도했다.
그래서 임 부장판사가 녹취록을 공개한 직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격적으로 대법원으로 몰려가 김 대법원장에게 면담을 강요한 뒤 '결단'을 종용했고, 대법원 앞에서 대놓고 사퇴를 촉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에 돌입했으며, ▲직권남용 ▲허위 공문서작성 및 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 4개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 조치까지 취했다. '정권의 충견'이라는 식의 막말은 예사였다. 권성동·박대출·전주혜 의원 등은 공공연히 탄핵을 거론했다.
특히 김 대법원장을 '인격 파탄자'라고 지칭한 주호영 원내대표는 탄핵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 4가지를 조목조목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법부 독립 침해에도 항의하거나 바로잡지 않은 점 ▲2020년 4·15 총선의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쪽에서 제기한 재판이 진행되지 않아 대법관 전원이 고발당한 점 ▲사법 적폐 청산과 관련해 대법원장이 묵인·용인해 수사를 벌였지만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점 ▲법관 탄핵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사법 독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점 등 탄핵 사유라기엔 억지투성이였다.
국회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역시 탄핵 대상이라며 김 대법원장의 출석을 강하게 요구했다. 2021년 2월 17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김 대법원장의 비위, 불법성은 지금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렵다"면서 "이런 분은 탄핵 대상이다. 국회에 나와 의혹들에 답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대법원장 출석 요구 안건을 상정하려 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되자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 또 다시 대법원으로 향했다.
김도읍·장제원 의원 등 국민의힘 법사위원 6명이 면전에서 사퇴하라고 윽박질렀지만 김 대법원장은 그럴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이들 법사위원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농단 사건을 맡고 있던 서울중앙지법 윤종섭 부장판사,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맡고 있던 김미리 부장판사 등 개별 판사에 대한 인사까지 문제 삼아 김 대법원장을 몰아세웠다. 국민의힘이 최근 다른 사안도 아닌 내란 동조 의혹으로 '조희대 법사위 청문회'를 추진하는 민주당을 향해 "사법부를 장악하겠다는 욕망 때문에 정신줄을 놓은 게 아니냐"(장동혁 대표 발언)고 맹비난하는 언행이 더욱 어처구니없게 여겨지는 대목이다.
그중에서도 가관은 2021년 4월 23일 국민의힘 의원과 보좌진 등 약 50명이 벌인 대법원 난동 장면이었다.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이종배 정책위의장,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주도하는 가운데 이들은 확성기까지 동원해 사퇴 촉구 시위를 진행하다 김 대법원장이 탑승한 출근 차량이 대법원 정문 앞에 도착하자 막무가내로 달려들었다. 이를 막아서는 경찰을 상대로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던 중 일부는 땅바닥에 넘어졌고 일부는 차량을 끝까지 쫓아가며 대법원 안으로 진입했다.
그 과정에서 "야! 김명수 (차에서) 내려!" "김명수를 구속하라!"고 부르짖기도 했다. 경찰이 정문을 봉쇄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글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시위 뒤에도 이들은 집요하게 면담을 요구했고 결국 권성동·김기현·정점식·김영식·배준영·유상범 의원 등이 청사로 들어가 김 대법원장을 30분간 만나며 다시금 빨리 사퇴하라고 다그쳤다. 이에 김 대법원장은 "유감스럽긴 하지만 직을 걸어야 할 일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국민의힘의 횡포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같은 해 6월엔 '김명수 비리 백서'라는 책자를 '법치의 몰락'이라는 제목으로 발간했는데, '비리'라고 규정한 사례 중에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도 포함돼 있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대법원 앞 1인 릴레이 시위는 무려 100일 넘게 이어져 그해 7월에야 막을 내렸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김기현 의원은 '권력에 충성하는 대법원장, 거짓의 명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김명수와 같은 사람은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탄생해서는 안 된다"고 극언을 퍼부었다. 사법부 수장을 향한 국민의힘의 악착같은 괴롭힘은 그 뒤에도 계속됐다.
주호영 의원은 현재 국회부의장이다. 그는 25일 국회부의장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질식시키려고, 쫓아내려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민주당의 조리돌림과 협박은 문화대혁명 초기의 난동을 연상시킨다. 백주대낮에 벌어지는 인민재판"이라고 격분했다. "광기가 가득한 비정상의 극치"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저는 오랫동안 판사로 일해온 법조인으로서, 20년간 국회를 지켜온 의회인으로서, 이 사법 파괴의 현장에서 사회를 보지 않겠다"고 본회의 사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바로 직전 대법원장을 '질식시키려고, 쫓아내려고' 정치권에서 누구보다 앞장서 '조리돌림과 협박' '난동'을 불사하거나 지휘했던 인물이 이렇게 비장할 정도로 울분을 쏟아내니 그 뻔뻔함에 기가 질릴 지경이다. "맘에 안드는 사법부 수장을 끌어내리려는 민주당" 운운하며 "바로 이것이 자유민주적 질서 파괴"라고 절규하는 나경원 의원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전임 대법원장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국민은 모를 거라고 바보 취급하는 것일까. 사법부의 독립성을 터무니없이 침해한 집단이 과연 어느 쪽인지, 내란 종식을 절박하게 염원하는 다수 국민은 명분과 실체 양면에서 충분히 비교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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