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진행 40분…김 씨 측 "특검 침소봉대해"

검은 정장, 흰색 마스크, 검정 뿔테 착용해

고개 숙인 채 들어와선 방청석에 고개 숙여

특검팀 "도이치모터스 사건부터 심리하자"

내란특검, 윤 오는 26일 공판 방송 허가 요청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여사가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9.24. 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여사가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9.24. 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씨의 첫 재판이 40분 만에 종료됐다. 김 씨 측은 재판 내내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은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공범의 유죄가 확정된 주가조작 사건부터 심리하자고 제안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5일부터 매주 2회 공판기일을 열기로 했다.

김 씨는 24일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 번호 '4398' 배지를 착용한 채 첫 재판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10분 김 씨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언론에 재판 시작 앞서 1분가량 김 씨가 법정에 들어서는 모습과 피고인석에 앉은 모습을 촬영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김 씨는 2시 12분쯤 구속 피고인 대기실 문을 열고 고개를 숙인 채 법정에 출석했다. 머리를 묶고 검은색 정장 바지 차림에 흰색 마스크와 검은 뿔테 안경을 착용했다. 구속 상태일 때나 형이 확정되기 전 미결 수용자는 수의 대신 사복을 입고 재판에 출석할 수 있다. 

양손을 앞에 모으고 들어온 김 씨는 피고인석에 앉기 전 방청석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김 씨의 재판이 진행된 중앙지법 서관 311호 중법정에 마련된 약 100개 좌석 중 90여 개 좌석이 취재진과 방청객들로 북적였다. 재판부는 언론사 촬영팀이 철수한 뒤 재판을 시작했다.

김 씨는 심리가 이뤄지기 전 인적 사항 등을 확인하는 절차인 인정 신문에서 현재 직업을 묻자, "무직이다"라고 답했다.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들이 참여해 유무죄 여부를 판단하는 재판 방식이다. 국민참여재판 방식의 경우 배심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만큼, 불리하다고 보고 절차를 회피한 것으로 보인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여사가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해있다. 2025.9.24. 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여사가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해있다. 2025.9.24. 연합뉴스

김건희 특검팀은 김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 명태균 공천 개입 의혹(정치자금법 위반), 통일교 청탁 의혹(알선수재) 등으로 구속기소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공범들이 유죄 확정판결을 받으면서 김 씨의 공범 여부가 쟁점이라고 전했다. 이 사건부터 마친 뒤 정치자금법 위반과 알선수재 혐의 사건을 차례대로 심리하자고 제안했다.

김 씨 측은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해 과거 수사에서 이미 '혐의 없음' 결정이 내려졌고,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하거나 공모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제대로 된 소환 조사나 강제 수사 한 번 없이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한 결정을 근거로 무죄를 주장한 것이다. 

김 씨 측 채명성 변호사는 "이미 수차례 과거 정권에서 철저한 수사를 거쳐 혐의 없음 결정이 내려졌다"며 "지난 10년 동안 피고인이 투자한 특정 시기만 추출해 주가조작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채 변호사는 이어 "특검은 큰 의미를 두기 어려운 일부 증거를 발췌해 이것만 가지고 침소봉대하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선 명태균 씨와 별도 계약 관계가 없었고 여론조사를 지시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통일교 청탁과 관련해서도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통일교 측의 '배달 사고' 가능성을 제기했다.

채 변호사는 "명태균과 별도로 계약관계를 체결한 바가 없고 여론조사를 지시한 바가 없다"면서 "윤영호(전 통일교 세계본부장)로부터 샤넬 가방을 전달받은 사실이 없으며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윤영호가 '배달 사고'가 있다는 식으로 전성배에게 문자보낸 게 확인됐는데 이것이 그 사건의 실체가 아닐까 한다"고 반박했다.

재판은 오후 2시 50분쯤 종료됐다. 재판부가 퇴정한 뒤에도 김 씨는 변호사들과 1분 정도 대화를 나누다가 법정을 떠났다. 김 씨 측 유정화 변호사는 김 씨와 무슨 대화를 했냐는 취재진 질문에 "별 이야기는 하지 않았고 접견 관련한 이야기를 했다"며 "재판 중계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 모두 반대 의견"이라고 했다.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여사의 첫 재판이 열리고 있다. 2025.9.24. 연합뉴스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여사의 첫 재판이 열리고 있다. 2025.9.24. 연합뉴스

재판부는 6개월 이내 1심을 마치도록 규정하고 있는 특검법에 따라 다음 달 15일부터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주 2회 재판을 진행할 계획이다. 재판 진행 순서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우선 심리한 후 정치자금법 및 알선수재 혐의를 차례대로 심리하는 것으로 정했다. 효율적인 재판 진행을 위해 10월에는 특검 측 주신문 위주로 진행하고, 11월에는 변호인 측의 반대신문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증인신문 순서와 증거목록 등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26일 오후 3시 공판준비기일을 잡았다. 공판 준비기일은 정식 공판 전 향후 재판 진행 절차에 대해 합의하는 절차로 피고인의 법정 출석 의무는 없다.

한편 내란 특검팀은 오는 26일 윤석열이 출석하기로 예고한 특수공무 집행방해, 집권 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 추가기소 사건의 첫 공판에 중계 방송을 허가해달라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5부에 신청했다.

특검팀은 이날 긴급 브리핑을 열고 "특검이 기소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차 공판 기일과 보석 심문에 대해 중계를 신청했다"며 "개정 전 내란특검법 11조 4항에 근거해 국민 알권리를 충분히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계 신청 시간은 1회 공판기일 및 보석 심문기일 개시부터 종료까지"라며 "법정 촬영 허가와는 다른 방식으로 현장에 들어가 실시간 중계하는 것을 허용해달라고 신청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속옷 차림으로 특검의 소환 조사를 거부하고 내란 재판에도 불출석해 온 윤석열이 추가기소 사건 재판에 출석하기로 한 것은 보석 석방을 강하게 주장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26일 재판에서는 특수공무 집행방해, 집권 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에 대한 공판과 함께 보석 심문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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