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은 도심에서 벌어지는 극우세력의 혐중시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명동관광특구협의회는 “시위대가 특정 국가 관광객에게 폭언하고 공포감을 조성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리고 있다”면서 “인파가 밀집된 좁은 도로에 많게는 5백 명의 시위대가 한꺼번에 지나가면서 안전사고 발생도 우려된다”고 하소연했다. 혐중 시위대는 중국과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폭언과 위협적인 행동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일의 국무회의에서 혐중시위는 표현의 자유와는 무관한 깽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자신을 키운 미국을 하늘처럼 떠받드는 매국세력

예전에 한국의 극우세력은 북한을 주적으로 여기며 끊임없이 반북, 혐북 분위기를 고취했다. 그 당시만 해도 한국 극우세력의 중국에 대한 반감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한국 극우세력의 첫째가는 적은 북한이 아닌 중국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냉전이 해체되면서 미국이 최대의 경쟁자로 부상한 중국을 견제하고 압박하는 것을 최우선시하게 된 것과 관련이 있다.

한국의 극우세력은 원래 자생적인 정치세력이 아니다. 즉 한국의 극우세력은 서구의 극우세력처럼 자국의 독점자본에 기초하여 발생하고 성장한 정치세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의 극우세력은 국내 독점자본이 부재한 상태에서 미국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미국이 손때 묻혀 키워내고 조련해온, 철두철미한 매국세력이다. 서구 사회의 극우세력은 자국 독점자본의 이익을 대변하기에 부르조아 민족주의 성향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과거에 독일 독점자본을 대변했던 히틀러 극우집단은 민족이나 국가를 중시하고 내세우면서 영국이나 프랑스와 전쟁을 해서라도 독일 독점자본가계급의 이익을 실현하려 했다. 반면에 한국의 매국적 극우세력은 단 한 번도 한국의 독점자본을 대변했던 적이 없다. 그들은 한국의 자본가계급이 아닌 미국 독점자본가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미국의 하수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국을 하늘처럼 떠받드는 한국의 매국적 극우세력은 자기 이념이나 주장은 없고 미국의 정치 이념이나 주장 등을 그대로 수입하고 베껴서 앵무새처럼 떠들어댄다. 미국이 북한을 적대시하면 북한을 향해 악을 쓰다가 미국이 방향을 틀어 중국을 더 적대시하면 중국을 향해 악을 쓰는 것이다. 한국 극우세력의 혐중은 한국과 중국 간의 관계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반중을 수입해온 것에 불과하다.

생명에 해로운 것들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혐오감

“혐오는 싫어하고 미워하는 감정이다. 그것도 자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무척이나 싫어하고 미워하는 감정이다.”(김종갑, 『혐오 : 감정의 정치학』, 2017, 은행나무, 118쪽)라는 말이 보여주듯, 혐오는 아주 심하게 싫어하고 미워하는 감정이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해로운 대상을 혐오한다. 즉 사람들은 자신에게 해롭다고 판단하는 대상에 대해 싫다는 태도를 형성함으로써 혐오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에게 해로운 것들 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질병, 부패, 죽음이다. 이로부터 사람들은 질병과 부패, 죽음을 싫어하고 나아가 혐오하게 된다.

처음에 혐오는 사람의 육체적인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발생했다. 사람이 심한 악취나 상한 음식의 냄새를 맡으면 연수에 있는 구토중추가 자동적으로 구토를 유발하는데, 이때 체험하게 되는 혐오감은 해로운 것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일찍이 홉스와 데카르트는 혐오감정이 인간의 생존과 관련되어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만일 혐오가 단지 사람의 육체적 생명을 보호하는 역할만 한다면, 혐오가 문제 될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것은 사람에게 대단히 유익한 감정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여러 원초적 감정들 혹은 기본감정들과 마찬가지로 혐오도 사회적 차원에서 작동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혐오는 심각한 문제점을 유발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육체적 생명만이 아니라 사회적 생명도 있으며 따라서 사회의 유지와 발전에 사활적인 이해관계를 갖는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육체적 생명만이 아니라 사회적 생명 그리고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상에 대해서 혐오감정을 체험할 수 있다. 즉 사람들은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사회의 안전이나 번영을 해치는 대상에 대해서도 혐오로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혐오는 무조건 악

사람의 사회적 생명이나 사회에 해로운 대상에 대한 혐오는 육체적 생명을 위협하는 것에 대한 혐오의 사회적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자의 혐오를 생물학적 혐오 - 본능적 혐오 혹은 원초적 혐오라고 할 수도 있다 - , 후자를 사회적 혐오라고 한다.

사회적 혐오는 주로 사회의 생존이나 안전을 위협하는 대상에 대한 감정반응이다. 사회적 혐오는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상에 대한 감정반응이므로 사회가 불안해지면 불안해질수록 혐오 현상은 심해진다. 예를 들면 한국인들이 심각한 생존 위기 등으로 인해 자신과 사회의 안전이 위협당한다고 느끼는 정도가 심해질수록 이주민이나 여성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도 심해진다는 것이다.

사회적 혐오 중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혐오는 무조건 악이다. 어떤 사회가 박쥐나 돼지를 혐오한다고 해서 그것을 악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집단이든 간에 특정 집단을 혐오하는 것은 악이다. 집단과 그 집단의 구성원인 사람은 사랑과 존중의 대상이지 어떤 경우이든 혐오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는 존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혐오는 사랑과 존중의 대상이자 공존의 대상이어야 하는 사람을 그가 특정 집단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혐오한다는 점에서 악일 수밖에 없다.

한국 극우세력의 중국 혐오는, 만일 중국이 한국의 안전을 현저하게 위협한다면, 그나마 일말의 타당성이라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극우세력은 중국이 한국의 안전을 현저하게 위협하고 있지 않음에도 광적으로 중국을 혐오한다. 이것은 극우세력의 중국 혐오가 자연발생적인 혐오가 아닌 조작된 혐오 혹은 왜곡된 혐오임을 의미한다. 한국 극우세력의 중국 혐오에 객관적 근거가 있는가 없는가의 여부와는 별개로 그들이 평범한 중국 관광객들까지 혐오하는 것은 악이다.

혐오는 약자에 대한 강자의 전유물

혐오는 강한 대상이 아닌 약한 대상에 대한 감정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해로운 대상을 싫어하거나 미워한다. 그렇지만 자신에게 해로운 대상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항상 혐오감을 체험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해롭기는 하지만 자기보다 강한 대상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혐오가 아닌 분노나 증오를 느낀다. 반면에 사람들은 자신에게 해로운 동시에 자기보다 약한 대상에 대해서는 혐오를 느낀다.

혐오가 약한 대상에 대한 감정이라는 것은 혐오가 주로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표출된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조선 시대의 지주계급인 양반과 농민계급인 평민 사이의 관계에서 평민은 자신을 지배하고 착취하는 양반에 대해 분노하고 증오했다. 그렇지만 양반은 평민들이 자신을 증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그에 별로 개의치 않았다. 평민은 양반을 위협할 정도로 강하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반은 평소에는 평민을 향해 분노 – 평민들이 봉기를 일으켰을 때는 예외이다 - 하지도 않았고 평민을 증오하지도 않았다. 그냥 쓴 외 보듯 혐오했을 뿐이다. 일제 강점기에 한국인들이 일본인에게 느꼈던 일반적인 감정이 분노나 증오라면 일본인들이 한국인에게 느꼈던 일반적인 감정은 혐오이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은 자신에게 해로운 대상을 강한 대상과 약한 대상으로 구분하여 각기 다른 감정을 체험하는데, 자기보다 강한 대상에 대해서는 주로 분노와 증오를 느끼지만 자기보다 약한 대상에 대해서는 혐오를 느낀다.

혐오는 약한 대상에 대한 감정이므로 사회적 혐오는 필연적으로 약한 사람들이나 사회집단을 향하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혐오는 지배자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깔보는 한국 극우세력 정신세계 과연 정상적일까?

혐오는 약한 대상에 대한 감정이므로 한국의 극우세력이 중국을 혐오한다는 것은 그들이 중국을 약한 국가로 여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객관적인 현실 인식일까? 중국은 한국과의 비교를 기준으로 삼더라도 절대로 약한 국가라고 할 수 없다. 단적으로 중국은 핵무장 국가이고 달에 우주선까지 보내고 있는 국가이지 않은가.

한국의 극우세력이 중국을 깔보고 혐오하는 것은 한국이 중국보다 훨씬 강해서가 아니라 미국이 중국보다 훨씬 강하다고 믿어서다. 한국의 극우세력은 미국을 여전히 세계를 호령하는 천하제일 강국으로 여기고 있으며, 미국의 충성스러운 일등 하수인인 자기들도 천하무적이라고 믿는다. 통속적으로 말하자면, 약하고 조그마한 아이가 깡패 형을 뒷배 삼아 자기보다 강하고 큰 아이한테 마구 깝쳐대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극우세력이 천하무적 강국이라고 믿고 있는 미국은 중국과의 무력대결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국가방위전략을 수정하려 하고 있다. 폴리티코(POLITICO) 보도에 의하면 미국의 국방부가 새로 작성하고 있는 국가방위전략(NDS)은 중국 및 러시아 억제보다 국내 및 지역 임무를 우선시하고 있다. 단순화시켜 말하자면, 이것은 미국이 북중러 같은 핵무장 국가들과의 무력대결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미국이 본토 쪽으로 밀려나거나 후퇴해야만 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작 미국은 중국을 약하다고 보지 않는데, 한국의 극우세력은 중국을 호구 취급하고 있다. 한국 극우세력의 중국 혐오는 비현실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비정상적 감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