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영화 ‘홈캠’이 묻는 우리 사회의 정상성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오동진 영화평론가

개봉 과정에서 홀대받고 살짝 관심권에서 밀려 있지만 공포영화 ‘홈캠’은 나름 만듦새가 좋은 작품이다. 결코 못 만든 작품이 아니다. 솔직히 제일 기대를 안 했던 점은 이 영화가 정말 무서울까, 라는 것이었다. 공포영화가 가장 무서울 때는 오히려 무섭지 않을 때라는 비아냥이 있고 그건 완성도가 떨어지는 공포영화에 대해 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 ‘홈캠’은 꽤 무섭다. 공포영화는 사실 물리적으로 무섭기보다, 기분이 나쁘고 잔상이 오래 남는 것이 특징이다. 그게 흥행성을 낮춘다. 그래서 제작자들은 가능한 한 그렇게 무섭게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깜짝 깜짝 놀라게 하려 할 뿐이다. 할리우드의 ‘스크림’, 한국의 ‘여고괴담’ 시리즈 등 이른바 ‘팝콘 공포영화’가 그렇다.

 

현실 이슈를 이런저런 장면에 반영하는 공포영화

그러나 공포영화는 장르영화 가운데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현실의 이슈를 이곳저곳, 이런저런 장면을 통해 반영하게 마련이다. 다소 과장해서 예를 들면 나홍진의 2015년 작 ‘곡성’은 가장 이상한 오컬트(심령영화)였고 앞뒤 맥락에 다소 빈 데가 있었지만(예컨대 쿠니무라 준 캐릭터 같은 것) 섬뜩하게도 당시 한국 사회에 혼(魂)의 연기처럼 퍼져 있었던,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도 없고, 해석되지도 않는 기이한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그려냈다. 이 영화가 나오기 전 한국에서는 세월호 사태가 터졌었다. 영화 ‘곡성’은 대중들을 진혼의 심정으로 소환했다.

2024년 2월에 개봉된 공포영화 ‘파묘’가 무려 1천 100만명 관객을 넘긴 이유는 명백히 윤석열 정권의 무리한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시도에 대해 대중들이 내면적으로 격렬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공포영화란, 그런 것이다. 현실에 대한 불만, 결핍, 새로운 미래에 대한 욕망이 실현되지 않을 때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한국 공포영화 중 가장 무서웠던 것으로 평가받는 허정 감독, 손현주 주연의 ‘숨바꼭질’(2013)은 아예 대놓고 한국 사람들의 부동산 욕망, 그 미친 광기를 얘기한 것이었다. 폐가가 된 아파트 안 옷장에서 연쇄적으로 살해된 시체들이 비닐에 싸여 나왔던 영화였다. 물론 모든 공포영화가 다 ‘숨바꼭질’이 하듯 현실의 이슈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

홈캠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광기로 보는 건 아닌가

서설이 길었지만 ‘홈캠’ 역시 많은 현실의 문제를 내용으로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일단 오컬트라는 점이 그렇다. 세상 사람들의 평정심이 무너져 있을 때 파고드는 것이 오컬트이다. 오컬트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은 세상이 상당히 왜곡돼 있다는 것이다. (가짜뉴스가 판을 쳐서) 진실이 전달되지 않고 있거나 진실을 올바로 볼 수 없는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엄마 오성희(윤세아)는, 아파서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서 홈스쿨링 하는 딸 아이 지우(윤별하)를 위해 집안 곳곳에 홈캠을 설치한다. 아이를 가사도우미에게 맡기고 회사를 나가서도 아이를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홈캠으로 과연 아이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까, 홈캠이 집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과연 다 보여주고 있기는 한 것인가, 무엇보다 진실을 보여주고 있는가, 바로 그런 질문들에 착안한 작품이다.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며 내면의 광기는 보는 것에 대한 착시를 일으키고 결국 본다는 행위 자체를 파괴한다. 이건 꼭 광기라는 정신적 증후군에 관한 얘기만은 아니다. 정치사회학적인 면에서 볼 때 극우 파시즘, 광신적 종교의 문제에서도 똑같이 나타나는 문제이다.

성희는 이혼했다. 남자가 바람을 피웠다. 그녀는 당연히 직장 상사가 어린 여직원과 노닥거리는 게 안 좋아 보인다. 남편 정현규(윤관우)는 종종 아이 면접권 문제로 성희를 괴롭힌다. 그녀는 자주 이사 다닌다. 포장이삿짐센터 직원이 ‘아유~ 우리 단골이신데요, 뭐’라고 말할 정도다. 나중엔 이 점을 주목해서 복기할 필요가 있다. 성희는 보험조사관이다. 얼마 전 사망한 고은주(정지수) 사건을 맡았다. 자살로 결론을 지으려 하지만 고은주의 엄마 혜경(오지혜)은 자기 딸이 사탄에게 살해당했다고 주장한다. 주인공 성희는 고은주가 죽기 전 남긴 비디오를 보다가 수상한 점을 발견한다. 고은주는 방언(이후 성희는 그것이 고대 티베트어 주술이라는 소리를 듣는다)을 중얼거리다가 스스로 벽에 머리를 찧고 그것도 모자라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성희는 가사 도우미로 황수진이란 한국 이름의 베트남 여자(리마 탄 비)를 구한다. 악령이 연결된다. 수진이 들어오면서부터 홈캠에는 다른 여자가 나타난다. 딸 아이 지우도 이상한 말을 하고 끔찍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지우는 스케치북에 여자의 초상을 그리고 그 얼굴 위로 칼질하곤 한다.

미친다는 건 보는 것을 못 보고 못 본 것을 봤다는 것

사람들이 죽어 나가기 시작한다. 가사 도우미로 황수진을 내보내고 새로 들인 나이 먹은 아줌마가 누군가에게 살해된다. 홈캠에 그 살인자의 얼굴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 고은주의 엄마 역시 시체로 발견된다. 성희는 그것이 자신 주변을 떠도는 악귀가 벌이는 짓이라고 믿기 시작한다. 극 중간에는 존재가 바뀌지만, 성희가 아파트에 이사를 왔을 때부터 아래층에 산다는 수상한 남자 수림(권혁)도 중요한 캐릭터이다. 이 남자 역시 나중에 살해당한다. 극 후반부에는 애초 가사도우미였던 황수진도 투신자살한다. 막바지 클라이맥스에서는 가장 중요한 캐릭터 두 명도 죽는다. 살해당한다. 아니, 죽임을 당한다, 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경찰(허동원)은 이 모든 것을 수상하게 여긴다. 경찰은 도우미 아줌마가 살해당하자 성희 집에서 현장 수사를 벌이다가 딸 아이 지우를 탐문한다. 경찰은 어린 지우에게 매우 정중하고 어려운 톤으로 존댓말을 한다. 성희는 아직 어린아이인데 왜 그러냐고 한다. 이 간단히 넘어가는 장면 역시, 나중에 이 영화를 복기할 때 중요한 단서가 된다. 감독 오세호가 숨겨 놓은 주요한 장치이다.

 

공포영화이기 때문에 자칫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줄거리의 앞뒤와 인물들의 전후를 소상히 얘기할 수는 없다. 다만 이 영화 전반에 깔린 주조(主潮)는 집착과 광기, 그것이 만들어 낸 진상의 왜곡과 소통의 단절이다. 이런 식의 착시는 모든 인간관계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엄마 성희는 베트남 출신 도우미 수진을 믿지 못한다. 수진은 쫓겨나면서 성희를 향해 베트남어로 “당신, 소름 끼쳐”라고 말한다. 주인공 성희가 보는 것과 보지 못하는 것 사이에는 이성의 강이 있다. 이성이 무너지면 두 가지를 구분하지 못한다. 보고 있으면서도 보고 있지 못하고 보지 않은 것을 봤다고 주장하기 시작한다. 사람이 미치는 순간이다. 이런 사람이 많아지면 사회도 미친다. 사회가 병이 든다. 감독 오세호는 바로 그 점을 지목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무엇이 우리 사회의 악귀가 되어 배회하고 있는가. ‘홈캠’이 섬뜩한 것은 바로 그 진실 때문이다.

아수라장인 세상을 과연 과학적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이런 유의 서사는 미국 대중작가 할런 코벤이 즐겨 쓰는 기법이다. 그의 『비밀의 비밀(Fool me once)』 역시 내니캠(유모캠)이 소재였다. 영국 넷플릭스에서 8부작 드라마로 만들었다. ‘홈캠’의 주인공 성희처럼 ‘비밀의 비밀’의 주인공 마이아(미셸 키건)도 초기에 큰 혼란에 휩싸인다. 서구와 한국의 차이라면 서구는 꼭 그것을,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결론으로 풀어낸다는 것이다. 한국은 그것을 악귀, 악마의 문제로 접근시킨다.

 

어느 게 현실을 더 그럴듯하게 반영하는지는 호오의 문제이다. 분명한 것은 한국식 오컬트가 더 그럴 듯하다는 것이다. 그건 아수라장인 세상을 더 이상 이성적으로 해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홈캠’은 그래서 흥미로운 작품이다. 지난 9월 10일 개봉했다. 흥행 여부가 관심거리다. 흥행이 잘되면 제작자야 좋겠지만 반대로 그만큼 우리 사회가 병들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뿔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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