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권 갖게 하면 '간판' 바꾼 것에 불과
세계 최대의 검찰 수사인력 박탈하는 게 핵심
무소불위 검찰, 권력을 향한 끝없는 탐욕
검찰은 일제 강점기 이래 미군정과 박정희 군사정부를 거쳐 초권력기관화하였다. 그리하여 이 나라 한국 검찰은 형사 절차에서 재판권을 제외한 거의 모든 권한을 배타적으로 독점하고 있다. 검찰은 영장청구권을 포함한 직접 수사권과 수사지휘권, 불기소권을 포함한 기소권과 공소유지권을 가지고 있으며, 재판 이후에는 형 집행권까지 행사한다. 세계 검찰의 역사를 통틀어 봐도 찾아볼 수 없는, 가히 ‘초특권적’ 권한이다.
문재인 정부 때 ‘검수완박’을 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완전히 무력화되었다. 본래 ‘검수완박’ 개정법안에서 “부패와 경제범죄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로 규정됐던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는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라는 미명 하에 ‘중’을 ‘등’으로 바꿨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장관은 이 ‘등’ 1글자를 악용해 대통령령의 시행령으로 사실상 모든 수사를 할 수 있도록 검찰의 수사권을 원상복귀시켰다.
이렇듯 검찰은 조금만큼의 틈만 보이면 그것을 악용해온 전력이 있다. 이런 검찰에게 보완수사권을 보장해줄 경우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꿔봤자 그 공소청은 사실상 검찰청의 ‘간판갈이’ 기관에 불과할 수밖에 없게 될 가능성이 100%다. 경찰이나 중수청 등이 수사한 결과를 가지고 공소청이 갖은 핑계를 대고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100%라는 얘기다.
비유하여 말하자면 현재의 검찰 조직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전자발찌 착용자인 셈이다. 이런 검찰에게 보완수사권이라는 ‘무기’를 쥐어주게 되면 그 위험성은 굳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커질 수밖에 없다.
검찰이 물리적으로 수사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검찰의 ‘보완수사권’은 분명 큰 문제다. 그러나 이 ‘보완수사권’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검찰조직이 보유하고 있는 6천 명이라는 대규모 검찰 수사인력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처럼 6천 명 이상의 대규모 검찰 수사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검찰조직은 세계적으로 없다. 이 나라의 검찰 수사관은 전국적으로 6천 명이 넘고, 검찰청마다 이들 수사관들이 배치되어 있다. 이들은 경찰관처럼 검사들의 손과 발이 되어 그들을 보조함으로써 ‘초권력기관’ 검찰조직의 물리적 토대로서 충실히 기능하고 있다.
독일에서도 수사의 주체는 검사라는 규정이 독일 형사소송법에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검찰처럼 검찰을 보조하는 ‘수사관’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검찰에게 수사인력을 배분하지 않기 때문에 수사는 검찰의 법적 지휘를 받는 사법 경찰관이 수행한다. 그러므로 사실상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어 있다. 한편, 프랑스에는 ‘수사 판사’라는 제도가 있다.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한 검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제도다. ‘수사 판사’란 ‘검사의 역할을 하는 판사’이다. 수사 판사는 프랑스 형사소송법상 중범죄로 판단되는 사건의 수사를 담당한다. 검사가 수사를 요청했을 때도 수사 판사가 나선다. 사법경찰을 직접 지휘하여 수사를 진행하며, 재판부에 영장을 자유롭게 청구할 수 있다. 일반적인 범죄 수사의 경우, 검사가 경찰을 지휘한다. 하지만 검사나 수사 판사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경찰에 수사를 요청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이러한 방식으로 인적 자원의 불균등한 분배를 통해 검찰의 막강한 권한은 실제적으로 견제된다.
지금 검찰이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한을 휘두를 수 있는 법률적 보장은 헌법과 법률에 명기되어 있는 영장청구권과 기소권 그리고 수사권이다. 그런데 이러한 막강한 검찰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있는 물리적 토대는 바로 대규모 검찰 수사인력이다. 검찰이 대규모 수사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지극히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따라서 검찰개혁은 이러한 비정상 상태를 정상 상태로 돌리는 데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검찰 수사인력을 경찰이나 신설될 ‘중수청’으로 모두 이관하게 되면, 검찰은 혹시 일부 ‘보완수사권’을 가지고 있더라도 실제로 수사할 인력이 없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권은 물리적으로 행사 불가능한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검찰개혁의 핵심은 바로 검찰조직으로부터 이 검찰 수사인력을 박탈하는 데 있다.
당연히 경찰 권한 통제 방안도 마련돼야
이렇게 검찰 수사인력을 경찰조직으로 이관할 경우 경찰권력의 비대화가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검찰개혁과 함께 경찰권력에 대한 통제 방안도 철저하게 준비되고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수사권을 분산해 경찰의 권한 집중을 막는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법무부 소속의 연방수사국(FBI), 주 경찰, 지방경찰, 이민국(INS), 마약단속국(DEA), 국경순찰대 등 50여 개 기관이 수사권을 분담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2002년 제정된 경찰개혁법에 근거해 2004년부터 경찰비리민원조사위원회(IPCC)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수백 명으로 구성된 이 독립적 경찰감시기구에는 의장과 위원에 경찰경력이 있는 인사를 철저히 배제해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직권으로 경찰의 위법행위를 조사할 수 있고, 조사 결과에 따라 경찰관 기소를 검찰총장에게 권고 및 요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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