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권 실현’ 앞길에 산적한 난제들
지난 2일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체제는 불과 이틀 만에 법제사법위원장 이춘석 의원의 주식 차명거래 의혹이라는 예기치 않은 타격을 입었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위치에서 발생한 도덕적 해이로서 민심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산불로 번질 뻔한 ‘이춘석 사태’ 조기 진화한 정청래 신임 대표
이춘석 의원은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장으로서 인공지능과 디지털 산업 정책을 주무르던 인물이다. 그가 보좌관 명의로 매입한 주식은 정부의 핵심 지원 분야인 인공지능 관련 종목에 집중되어 있었으며, 거래액 1억 원이라는 규모와 차명 거래라는 불법성 자체가 민주당은 물론 이재명 정부 전체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는 중대 사안이었다.
정청래 대표는 사태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즉각 진상조사를 지시하며 이춘석 의원에 대한 제명 방침을 천명했다. 이는 강경한 내부 정화 의지를 드러낸 조치였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휴가 중임에도 수사 지시와 국정기획위 해촉을 단행했다. 결국 이 의원이 자진 탈당하고 경찰이 고강도 수사에 나서면서 사태는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았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결과다. 만약 이 사건이 지도부 공백기 중에 터졌다면, 당은 혼란 속에 대응력을 상실하고 돌이킬 수 없는 정치적 손실을 입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집권 여당으로 거듭난 민주당에게 냉혹한 교훈을 남겼다. 권력의 순간적 방심이 깊은 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정치 현실의 상징적 경고였다. 이제 지도부 공백을 극복하고 전열을 재정비한 민주당은 검찰, 언론, 사법의 3대 개혁을 통해 윤석열 검찰독재가 훼손한 민주공화국 체제를 복원해야 한다. 이러한 개혁 이행을 통해서만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집권 초반 과제를 강력히 뒷받침하고,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원팀’은 역할 분담이며 균형이지 당의 예속화가 아니다
정청래 대표는 민주당 내 비주류 경력을 지닌 정치인이다. 그러나 그는 이재명 대표 시절 수석최고위원으로서 긴밀히 협력했으며, 윤석열 검찰독재의 '이재명 죽이기' 공작에 맞서 최전선에서 투쟁한 인물이었다. 이 같은 배경은 당정 관계를 '원팀'으로 결속하는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당이 대통령의 예속적 도구로 전락할 위험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 대표가 원내 다수 지지를 받은 박찬대 후보를 61.74%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제치고 당선된 것은 그의 웅변력이나 카리스마만이 아니라, 당원들의 강렬한 염원에 따른 결과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검찰독재를 단호히 견제하고, 탄핵소추위원장으로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을 이끌어낸 그의 탁월한 역량은 민주당이 기득권 구조를 해체하고 진정한 당원 주권 정당으로 탈바꿈하기를 바라는 당원들의 열망을 대변했다. 총선 당시 '당원 혁명'이 민주당의 대대적 인적 쇄신을 이끌었듯이 이번에도 당원들의 힘으로 정청래가 대표로 선출된 것이다.
취임 직후 정 대표가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규정하며 사과 없는 야당과의 협력을 거부한 대야 강경 노선은 내란 척결과 개혁 완수를 열망하는 당원들에 대한 응답이었다. 그는 검찰·언론·사법 개혁을 위한 '3대 개혁 특위'를 출범시키며 민형배, 최민희, 백혜련 의원 등 개혁적 인사들을 전면 배치했다. "폭풍처럼 몰아쳐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는 그의 공언은 추석 전 입법 완수를 목표로 한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며 지지자들의 신뢰를 공고히 했다.
정청래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은 분업적 협력 체제 아래 국정 운영을 이끌 전망이다. 정 대표는 "싸움은 내가 앞장서겠다"며 개혁 입법과 정치 투쟁을 주도하겠다고 밝혔고, 이 대통령은 "국민에게 효능감을 보여주자"며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이는 정 대표의 대야 강경 노선과 대통령의 통합적 리더십이 전략적인 역할 분담을 통해 민생 안정과 개혁 추진의 균형을 도모할 것임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당정 협력 속에서 민주당의 독자성과 균형 감각은 필수적이다. 과도한 일체화는 대통령 독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비상계엄으로 자멸한 윤석열 정권의 비극적 사례가 증명한다.
장기집권 가능케 하는 지지기반 확대의 세 가지 전략
민주당이 직면한 또 다른 도전은 고착된 정치 지형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60%를 상회하고 민주당 역시 50%를 유지하는 등 여론의 지표는 괜찮은 편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 이후에도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그러나 대선에서 계엄을 옹호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 41% 보수 유권자층은 여전히 건재하다고 봐야 한다. 민주당의 과제는 현재의 정치구도를 타파해 장기집권이 가능한 지지기반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세 가지 전략이 절실하다. 첫째, 풀뿌리 민주주의 회복이다. 2004년 폐지된 지구당을 부활시켜 지역 민심과 중앙당의 유기적 연결을 재건해야 한다. 정청래 대표가 전당대회 후 당원주권정당특위를 설치하고 전 당원 투표제 도입, 상설투표제 확대를 추진한 것은 이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둘째, 청년과 중도층, 특히 20~30대 남성 지지층의 회복이다. 젠더 이슈와 경제 불안이 복합된 이들의 실망을 보수 진영이 뉴라이트 조직으로 공략해왔다. 그 결과 전통적으로 강력한 민주당 지지층이었던 20~30대 청년 유권자들이 극우 보수층으로 바뀌고 말았다. 민주당은 정파를 초월해 일자리, 주거, 교육 등 청년들이 중시하는 이슈들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이들을 지지층으로 흡인할 수 있도록 분발해야 한다.
셋째, 시민사회와의 실질적 연대이다. 시민사회를 외면한 대가로 정권승계에 실패한 문재인 정부의 사례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시민사회를 동원의 도구로 삼는 구태를 벗어나 국정의 실질적인 파트너로 대우하고, 대선 국면에서 합의한 사회대개혁 연합을 제도화해야 한다. 비상계엄 후 광장 투쟁을 주도한 시민세력과 손잡아 개혁 아젠다를 국정에 반영할 때 진정한 국민주권 정부가 실현될 수 있다.
개혁과 민생, 통합에 외교 역량 강화까지 더 한 복합 방정식
아울러 세계 질서 재편의 격변기에서 민주당은 정당 외교의 새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일본 자민당처럼 정부의 부담스러운 영역에서 정당 채널을 구축하고, 중국·러시아·아세안·중남미 등과 다각적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한국 외교의 다극화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는 경제·안보 리스크 완화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 기여할 것이다.
정청래 체제 민주당 앞에는 결코 녹록지 않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개혁 완수, 민생 안정, 정치 지형 재편, 다극 세계 적응을 위한 정당 외교, 시민사회 연합 등은 모두 '국민주권' 실현이라는 하나의 줄기로 연결된다. 민주당이 국민과 당원 속으로 깊이 뿌리내리지 못한다면 어떠한 성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정청래 대표는 이제 민주당이라는 거함의 키를 쥔 선장이다. 그의 손에는 개혁과 통합, 국내 정치와 다극화하는 세계질서에 대비한 외교 역량 강화라는 복합 방정식이 놓여 있다. 이 난제를 풀어내는 그의 리더십이 집권당 민주당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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