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유독 산림청에만 귀가 열려 있는 것인가!

지난 29일, 우리나라 국무회의 사상 최초로 방송을 통해 국무회의의 전 과정이 생중계되었다. 이날 국무회의 마지막 대목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발생한 경남 산청군 산사태와 관련하여 “왜 산에서 30년 된 나무를 베고 새로운 묘목을 심느냐고 지난 번에 물었다. 그렇게 하는 게 탄소 발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 둘째로 나무를 베는 것이 산사태의 원인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번 산사태가 난 산청군도 20년 전쯤 벌목했던 지역이라고 한다. 벌목하면 산사태 위험이 커진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문제의 관련 기관인 환경부의 김성환 장관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일본이 체계적으로 간벌과 산림 관리를 하고 있다. 산림 총량을 정해놓고 그것을 넘어서는 만큼 간벌해서 바이오매스(땔감)와 같은 재생에너지로 쓰고 있다. 그 나라들은 한국처럼 모두베기를 하지 않고 간벌을 하는데, 그러려면 임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연 현장에 강하고 실무에 치밀한 ‘문제 해결형’ 대통령의 접근이다. 그런데 신임 환경부 장관은 그와 사뭇 다르다. 김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이번에 처음이 아니다. 김 장관은 일찍이 2021년 5월 21일, “‘나무를 베면 안된다’는 함정을 넘어”라는 기고문을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라는 실명으로 <오마이뉴스>에 발표한 바 있었다.

이번 국무회의에서도 김 장관은 스웨덴의 사례를 말했는데, 당시의 <오마이뉴스> 기고문에서도 스웨덴의 벌목 사업을 강조하면서 설명했었다. 하지만 그 스웨덴에서 벌목할 수 있는 벌목 연령은 100년~150년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한마디로 스웨덴의 벌목 정책은 30년 이상의 나무는 모두 베어낸다는 우리나라 산림청 정책과 완전히 딴판이다. 스웨덴에서는 30년 된 ‘어린 나무’는 아예 벌목할 수가 없다. 그래서 만약 스웨덴 벌목 사례를 존중하여 그것을 따르려 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산림청이 벌목해야 할 나무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한편, 김 장관은 당시의 기고문에서 우리나라의 많은 벌목 사업이 사유림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산림청과 전혀 무관한 민간 경제림의 벌목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사유림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벌목 사업은 산림청의 위탁을 받아 산림청이 지원하는 국비로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산림청의 가장 많은 예산은 그 ‘민간 경제림’, 즉 사유지에 지출되고 있다.

 

'산불피해 회복과 산림관리 전환을 위한 시민모임'이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연 '괴물 산불, 산림청은 책임지고 사죄해라'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4.17 연합뉴스
'산불피해 회복과 산림관리 전환을 위한 시민모임'이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연 '괴물 산불, 산림청은 책임지고 사죄해라'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4.17 연합뉴스

엄청난 예산을 쓰면서도 아무런 견제 세력이 없는 산림청

그런데 당시 김 장관의 글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해당 기고문이 인용하고 있는 자료들이 대부분 국립산림과학원이 작성한 것들이었고, 글의 내용도 산림청의 논리와 매우 흡사했다는 점에 있었다.

필자는 얼마 전 시민언론 민들레에 <거꾸로 가는 산림정책, 새 정부에서 바로잡아야>라는 기고문을 발표한 바 있다. MBC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도 최근 산림정책에 관한 프로그램을 방영하였다. 이 프로그램에서 한 전직 산림청 직원은 “산림청 사업의 상당수가 예산 확보를 위한 불필요한 사업이다. 예산 확보만 되면 좋다는 식으로 무조건 예산 되는 것을 늘려왔고, 논리도 그런 쪽으로 개발해 왔다.”고 증언한 바 있다. 산림청 예산은 엄청나다. 현재 산림청의 1년 예산은 무려 2조 8천 억 원에 이른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렇듯 엄청난 예산을 쓰는 기관에 대해 견제할 기관이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이 나라 산림 정책에 관한 모든 권한은 견제 세력 없이 그냥 산림청이 주관으로 해서 지자체에 할당하는 형식이다. 산림청은 이렇게 이 나라 산림정책을 독점하고 농단해온 것이다.

산림청의 인위적 사업 진행 지역과 산사태, 산불 지역이 겹쳐진다

이번 산청군의 산사태 지역은 과거 대규모 벌목이 있었던 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간 산림청이 ‘숲가꾸기’라는 이름으로 벌여온 대규모 벌목 사업, 임도와 사방댐 건설 사업이 진행되었던 적지 않은 곳에서 대규모 산불과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사실은 결코 우연으로만 볼 수 없다. 오죽하면 그간 산림청은 산림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산림을 파괴하는 데 열중하는 ‘산림 파괴청’이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을까!

최근 들어 엄청난 피해를 안겨주고 있는 산사태와 산불 사태는 물론 기상재해와 기후재난에 원인(遠因)이 존재한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근인(近因), 즉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바로 벌목과 임도 그리고 사방댐이라는 인위적인 사업, 자연 파괴 행위에 있다.

신임 환경부 장관은 어찌하여 많은 비판 여론과 전문가들의 반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산림청에만 귀가 열려 있는 것인가? 예를 들어, 임도 문제만 해도 환경부 장관으로서 환경 차원에서 검토할 조건들이 대단히 많을 터인데 지나치게 관대하다. 지금도 산림청은 국립공원 임도 건설도 계속 주장하고 있는데, 임도에 그렇게 관대한 시각을 가진 환경부 장관 아래 국립공원이 과연 무사할지 심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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