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칭적 한미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미국의 전략이익을 위한 주한미군 주둔 요인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최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한국이 1년에 100억 달러(약 13조 7000억원)를 내야 한다고 강변했다. 미국은 최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수천 명의 주한미군 감축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반도는 미군의 아시아태평양지역 방어전략상 요충지다. 한반도는 미국과 일본, 러시아 그리고 중국이라는 4대 강국의 교차점에 위치하고 있다. 한반도에 대한 각 대국의 세력 각축의 결과 여하는 향후 동북아 전략정세의 발전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국은 이러한 절체절명의 역할을 하는 관건적 지역인 한반도를 절대로 스스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주한미군, 미국의 필요에 의한 요인 갈수록 커져
주한미군 기지는 미국의 세계군사기지 체계 중에서도 중요한 지위를 점한다. 미국은 이미 본토의 전략기지로부터 세계의 초점 지역으로 방사시키는 전략기지망을 구축했으며, 주한미군 기지는 미국 본토의 전략기지와 전략전방지대를 연락하는 중요한 연결점으로서 위기 및 전시에 군사역량을 신속하게 투사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갖는다. 결국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주한미군 기지는 다른 지역으로의 군사역량을 투사하는 중추 기능을 담당한다. 미국 정부는 한반도에서의 장기주둔으로써 아태지역의 군사 존재를 부단히 강화하고 아태지역 안보전략의 토대를 공고화했으며, 이는 아태지역에서의 주도권과 세계적 차원에서의 패권주의 추진이라는 미국의 국가전략과 긴밀히 관련되어 있다.
주한미군 기지는 미국의 아태군사기지 체계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그것은 미군 동북아 군사력배치의 주요한 상징이고, 동북아에 있어 미국의 억제정책의 체현이며, 동시에 억제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상대방에게 강력한 군사공격을 가하는 주요 전방기지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동북아지역에 모두 3중의 군사기지체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제1선 기지는 주한미군기지로 구축되며, 제2선 기지는 일본의 공군기지로 구축되고, 미국 괌과 하와이 군사기지는 그 기지체계의 제3선을 이루고 있었다. 이 기지체계 중 주한미군 기지는 미국 동북아 군사역량의 지휘중심 및 보장중심으로 역할했으며 동시에 미국 동북아 1선 군사기지의 축이었다.
주한미군은 정전협정 직후 32만 5000명의 최대 규모로부터 2003년 3만 7500명 수준을 거쳐 현재 2만 8500명 수준으로 축소되어 왔다. 주한미군 주둔의 제1차적 존재 이유는 물론 북한 위협에 대한 억지력에 있다. 북한군의 공격을 억제하는 주한미군의 그러한 긍정적 역할에 대해 한국 사회는 충분히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 주한미군은 시대와 국제정세의 변화에 조응하여 그 목표 역시 변화해가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의 존재 의미를 갈수록 강조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에 이어 현 트럼프 정부도 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공언하고 있다. 사드 배치가 중국 견제에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 견제, 그리고 북한의 미 본토 핵공격 초기 방어 역할로의 주한미군
주한미군의 존재가 중국 견제의 목적을 지닌다는 것은 이미 199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미국의 확고한 방침이었다. 1990년에 미 국방부가 발표한 <동북아전략보고서>는 미국의 안보이익은 어떠한 지역패권의 성장이라도 저지할 수 있는 역량의 유지를 포함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었다. 1992년의 제2차 보고서는 이 입장을 더욱 구체적으로 미국이 동북아에서 군사역량을 유지하는 하나의 원인은 지역패권의 출현을 저지하는 것이라고 지적하였으며, 1995년의 보고서에는 “패권 대국 혹은 동맹의 형성 저지” 정책이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영구한 이익임을 다시금 강조한 바 있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계속 유지하려는 이유는 향후 동북아안보형세 발전에 대한 예측과 판단에 기초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국은 정책고려의 중요한 부분이다. 미국의 정책 구상 중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은 중국을 견제하는 유효한 수단이며, 또한 50여 년 전 한국전쟁 초기 미국의 파병과 같은 피동성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중국이 타이완 해협 혹은 남중국해에 무장병력을 집중해 “공격적인 군사행동”을 추진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중국이 전략적 경쟁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것을 저지 혹은 연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마침내 2006년 1월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이 장차 동북아지역의 충돌과 안보 등의 문제를 책임지는 ‘신속 기동군’으로 전환하는 이른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은 한반도의 안보를 책임지는 동시에 그 역할을 확대하여 주한미군 기지를 대외의 군사기지로 만들고, 주한미군의 활동 반경은 타이완 일대까지 확대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해 북한 위협 대비 외에도 아예 “중국 견제를 위해 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사령관이 주한미군 주둔의 존재 이유를 직접 밝힌 것이다.
아직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는 사실이지만, 미국의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주한미군의 중요성은 바로 북한 핵미사일의 미국 타격에 대한 초기 방어기지로서의 주한미군의 지리적 이점에 있다. 북한은 실제로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다탄두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한 상황으로서 이제 미국에 대한 북한 핵공격 능력은 ‘잠재적 위협’이 아니라 ‘실질적 위협’으로 되었다. 미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 50기가 동시에 발사돼 미국 본토의 대공방어망이 무력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새로운 방어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함께 북한 핵공격의 정보를 초기에 탐지하여 격추시킬 수 있는 존재로서의 주한미군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즉, 알래스카 기지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 탐지에 15분 소요되는데, 주한미군 기지에서는 단 7초 내에 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핵미사일 발사를 초기에 탐지함으로써 미국 본토 방위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는 주한미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이 미국에게 새롭게 평가되고 있는 주한미군의 중요한 역할이다.
주한미군의 두 배인 주독미군, 독일 분담금은 우리의 67% 수준
사실 미군의 해외 주둔은 미국의 필요에 의해 시행하는 것으로서 대부분 미국이 주둔 비용을 스스로 부담한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미국 스스로 주둔 비용을 부담한다. 독일은 한때 미군 주둔비용 상당의 미국산 무기나 채권을 사준 적은 있지만, 이는 직접 지원과는 성격이 다를 뿐만 아니라, 그나마도 1975년 이후 미군에 분담금 성격의 돈을 지불하지는 않으며, 미군에 대한 지원의 대부분은 임대료 및 세금면제 등 간접지원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자국에 주둔하는 미군 인원이 주한미군의 거의 두 배에 이르는 독일(5만 500명)이 주독미군에 대한 지원비용은 2013년 현재 한국의 주한미군 지원비용의 67%에 불과했다. 주독미군은 자국 군인과 군무원을 비롯하여 현지 고용인 월급과 모든 경비를 자체 해결해야 한다. 이로써 독일은 주둔군에게 토지와 시설만 제공하는 책임 이외에 별다른 부담이 없다. 토지와 시설 제공 시에도 모든 것이 독일법규의 통제를 받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주둔군의 정상적인 활동은 보장받지만 대민 피해가 발생하거나 대민 안전에 위배될 경우 한국과 달리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강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
필리핀은 1976년부터 미군이 철수를 선언한 1992년 이전까지 주둔 비용을 분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으로부터 미군기지의 사용료를 받았다. 미군의 필리핀 주둔이 미국의 필요와 국익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사실 우리 정부가 주한미군 주둔에 지불하는 액수가 이미 충분하다는 증거도 있다. 한국 정부가 지불하는 방위비 분담금 중 미국이 쓰지 않고 남긴 돈은 2020년 현재 2조 원이고, 그 중 9700억 원은 현금으로 미국 은행에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2019년 주일미군 장비 정비 등에 134억 원을 사용하는 등 한반도 바깥의 영외 미군장비 정비에 지속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최근 “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 고정된 항공모함 같다”라고 말했다. 이는 사실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모욕적 표현으로서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이 타이완해협 유사시 중국 본토 공격을 위한 미국 군사전략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인식에 기인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 측의 인식은 특히 최근 수년 간에 걸친 윤석열 정부의 대미굴욕 외교로 인하여 관행화되었다고 분석될 수 있다.
냉전시기의 한미동맹이 주요하게는 한국의 국가안전보장을 목적으로 하여 존립했다고 할 수 있다면, 냉전 이후 주한미군의 성격은 동북아 전체 지역의 충돌과 안보 등을 처리하는 ‘지역군’으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일정한 의미에서는 한미동맹이 이미 점차 미국의 전략 이익을 위해 추동되는 기제로 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한미동맹 역시 변화가 불가피한 것이다. 과거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남한을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으로서의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존재 이유는 한국인들에게 긍정적인 동의를 얻어온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많은 한국인들은 미국 측에서 제기하고 있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가 순수하게 미국이 자신의 전략적 이익의 실현을 위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특히 일본이 함께 하는 한미일 군사훈련은 지양되어야 한다. 일본은 우리를 침략했던 국가로서 침략과 식민지배를 아직도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조건이 형성되고 기회가 제공될 경우 다시 침략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일본과 함께 군사정보를 공유하고 합동 군사훈련을 수행하는 것은 민족 정서에도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 더구나 한미일 군사훈련은 북한은 물론 명백하게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필연적으로 중국과 타이완 충돌에 연루(Involvement)될 위험성에 빠지게 된다. 우리와 무관한 중국-타이완 분쟁에 휘말려 연루되는 것은 명백하게 국익에 반한다.
국제관계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중이다. 한미동맹 관계는 마땅히 평등한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역사는 비대칭적 관계로부터 대칭적 관계로의 전환의 발전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한국전쟁 당시의 세계 최빈국으로서의 한국이 전혀 아니며, 미국 역시 유일한 초강대국으로서의 미국이 아니다. 현재의 비대칭적 한미동맹 관계는 ‘대칭적인 동반자 관계’로 변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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