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 인하대 명예교수
김영 인하대 명예교수

1. 어진 정치와 폭정(暴政)의 거리

맹자는 사람에게는 선험적으로 어리고 약한 사람에 대한 동정심과 부끄러워하는 마음, 기본적인 예의범절과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내재되어 있다고 본다. 이것이 유가(儒家)에서 말하는 인의예지(仁義禮智)인데, 이런 네 가지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남을 측은히 여기며 부끄러워할 줄 알고, 남을 배려해서 사양할 줄 알며 옳음과 그름을 분별할 줄 아는 마음을 확충해나가면 모든 이웃을 보호할 수 있고, 이것을 잘 펼치지 못하면 자기를 낳아준 부모조차 섬길 수 없는 모진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옛날의 왕들도 정치를 할 때에 이러한 정신에 기초해서 사람들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不忍人之心)으로 임하고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어진 정치(不忍人之政)를 시행하려고 했다. 

그런데 21세기 동방의 어느 나라에 또다시 거친 폭군이 등장했다. 그동안 민주화와 평화공존을 바라는 국민들의 의지와 노력으로 6.25전쟁의 상처를 어느 정도 치유하고, 경제발전과 문화융성의 기틀을 마련하여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던 대한민국에 일개 검찰총장 출신이 아무런 사전 준비도 없이 수구기득권세력과 보수언론의 비호 아래 급작스레 대통령으로 등장했다. 할 줄 아는 게 사람을 잡아넣는 것밖에 없어서인지, 야당 인사와 이전 정부 인사를 비롯한 정치적 반대자와 바른말을 하는 언론인을 친위 검찰과 경찰을 동원하여 끊임없이 압수수색으로  괴롭히고 있고, 또다시 철 지난  국가보안법까지 꺼내들고 공안정국을 획책하고 있다.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 자리에 있는 사람이 국민 전체를 아우르지 않고 내 편과 네 편으로 갈라치고, 노동자와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모욕하는 폭정을 저지르고 있다. 

2. 수기(修己)는 안인(安人)의 전제 조건

한 사람이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 자기를 갈고 닦는 내재적 준비가 필요하고, 한 나라를 경영하는 대통령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옛날의 제왕학에 버금가는 내치와 외교, 국방과 문화에 대한 공부인 대통령학(大統領學)이 필수적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갑작스럽게 보수세력의 등을 타고 어쩌다가 최고 권력의 자리에 오른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식견이 부족하다 보니, 국정 파악 능력과 합리적인 판단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 이럴 때에는 유능한 참모의 의견을 들으면 좋으련만, 고집불통의 성격에다가 검사 시절에 몸에 밴 권위의식 때문에 일방적이고 즉흥적인 언사를 함부로 내뱉어 자주 설화(舌禍)를 일으키고 있다. 

국내에 있을 때 이미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은 자유가 뭔지 몰라”라든지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이라도 선택해서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손발로 하는 이런 노동은 이제 아프리카에서나 하는 것” 등등의 망언을 하더니, 유엔에 가서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 × ×들이 승인 안 해주면 쪽팔려서 어떡하냐”라는 천박한 비속어가 튀어나오고, 이번에 중동 국가를 방문해서는 느닷없이 “아랍에미리트의 적은 이란”이라는 외교적 갈등을 일으키는 몰지각한 언사를 내뱉었다. 게다가 요즘은 전쟁불사와 핵무기 사용가능성까지 언급하는 위험천만한 발언까지 했다.

이러한 몰지각한 언사들은 많은 물의를 일으켰고,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은 이란 외무부로부터 이란과 UAE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국가들의 역사적 관계와 긍정적 발전에 대한 인식 부족을 드러낸 발언으로 공식 항의를 받아 외교갈등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양식있는 보통 사람이라도 자기가 하는 언행이 물의를 일으키면 자기를 반성하고 성찰할 줄 안다. 그런데 이 윤 정권에서는 일말의 반성과 성찰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천박한 언행으로 파문이 일고 어설픈 외교로 비웃음을 받아도 사과는커녕 그 죄를 언론에 뒤집어 씌운다. 

3.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권

 이런 후안무치한 윤 정권은 생때같은 청년들 159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의 수습과 대처에서도 유가족의 슬픔과 고통에 대한 위로와 사과는 찾아볼 수가 없고 책임회피와 변명만 늘어놓았다. 이태원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도 말단 실무자들만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핵심 책임장관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국회에서 해임 건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사와 책임 추궁을 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고 있다. 이번 참사를 대하는 윤 정권의 고위책임자들의 태도와 수습과정을 보면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과 유가족에 대한 배려는 조금도 없고 자기들의 책임을 전가하고 파문을 줄이는 데만 신경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참사 유가족들을 분리시켜 동병상련의 슬픔을 나눌 기회는 박탈하고, 오히려 고통을 가중시켰다. 그래서 유가족들은 “이게 나라냐”고 절규하고 있다. 

참사 희생자들의 이름만을 보도했을 뿐인 ‘시민언론 민들레’를 2차 가해라며 고발하고, 자식을 잃은 부모들에게 마약검사를 위해 부검을 하자고 제안하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하였다. 이와 같이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지 않고 오직 자기 정권의 유지와 자의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면서도 반성할 줄 모르고 뻔뻔한 것이 이 정권의 특징이다. 맹자는 어짊을 해치는 자는 인(仁)의 적(賊)이고, 정의를 해치는 자는 잔혹한 인간이라고 하였다. 요즘 윤 정권이 하는 무도한 언행을 보면 바로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패륜정권이 아닐까 한다. 

윤석열이 집권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이 추운 겨울 전국의 중요 도시의 거리에서 많은 시민들이 모여 ‘윤석열 퇴진’을 외친 데 이어, 지난 1월 19일에는 1970~80년대 민주화에 앞장 섰던 각계의 원로들이 모여 ‘검찰독재와 전쟁위기 저지를 위한 비상시국회의’를 제안할 정도로 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다. 하지만 혹독한 겨울도 머지않아 새 봄이 도래할 것이다. 만물이 극성하면 제 자리로 돌아오는 것(物極則反)이 천하의 이치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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