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 인하대 명예교수
김영 인하대 명예교수

문재인 민주당 정부는 촛불시민들이 권력을 쥐어주고, 모든 법을 제정할 수 있는 180석의 국회의석수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비롯한 사회개혁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김동춘 교수가 근저 ‘고통에 응답하지 않는 정치’에서 명쾌하게 지적한 대로, 개혁은 반공자유주의가 길러낸 보수 일변도의 언론지형,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행정관료, 그리고 수구세력의 방패막이 검찰과 사법부의 노골적인 개혁 방해, 교수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 이익집단의 저항, 보수성향의 종교집단, 성장주의와 물질주의에 사로잡힌 국민의식 때문에 좌초되었다. 그래서 권력은 어처구니없게도 검찰지상주의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득권 수호 패거리들의 손아귀로 넘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은 가난한 사람들은 자유를 모르지만 불량식품이라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줘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계급차별 의식을 드러내었다. 그가 입에 달고 다니는 자유는 가진 자들의 자유를 말한다. 사용자가 노동자를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는 자유, 검찰이 야당과 언론과 비판세력을 마음대로 압수수색하고 기소할 수 있는 검찰의 무소불위 자유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 한동훈이 법무장관의 자리에 있으면서 직접 자기를 취재하려는 더탐사 기자들과 KBS 기자를 고소하는 고소남발 사태를 초래하는 데서 보듯, 우리 사회를 소송 만능주의의 과잉법률사회로 만들어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최근에는 보수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하여 생존권을 위한 노동자들의 파업이 북한의 핵 위협과 같다는 섬찟한 발언을 한 데 이어, 최근 북한 무인기가 남쪽 영공을 침범해 휘젓고 다니는 사태를 당하고서는 확전도 불사하라고 명령했다. 그저께는 또 남북의 우발적 군사충돌을 막기 위해 2018년에 체결한 9.19 군사합의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연이은 외교실패와 실정을 덮으려는 강경 발언이다. 이슈를 이슈로 덮으려는 작태가 드디어 '전쟁불사'라는 위험천만한 발언에까지 이르는 것을 보니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필자는 오랫동안 강단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교수생활을 하며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해왔다. 그러나 ‘독서불망구국(讀書不忘救國)’이라는 선현의 가르침에 따라 나라가 어지러운 역사적 격동기에는 책을 덮고 민주광장으로 나가 학생들과 민주시민들과 함께 집회를 하고 거리를 행진했다. 1987년 박종철 이한열 두 대학생의 죽음을 보고 그냥 연구실에 머물러 있을 수 없었고,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6, 2017년 적폐정권 탄핵집회 때도 광화문과 파리 트로카데로 인권광장에서 피켓을 들었다.

그런데 한국의 민주화과정은 참으로 순탄치 않아 또다시 수구기득권 집단은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검찰주의자를 내세워 권력을 잡았다. 대통령 권력을 휘어잡은 수구세력은 그들의 이익과 기득권을 수호하려고 철 지난 국가보안법을 꺼내고, 군사독재 시절의 권위주의적 통치와 언론탄압을 재현하고 있다.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우리 시민이 어떤 국민인가.

1894년 갑오동학농민혁명 시에는 반봉건 반제국주의를 외쳤고, 1919년에는 대한독립만세를, 1960년에는 민주주의를 외쳤으며, 1980년 광주민중항쟁 시에는 군부독재에 피로써 항거했고, 1987년에는 대통령직선제를 쟁취했으며, 6년 전에는 촛불시민의 단결된 힘으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적폐정권을 몰아내지 않았던가.

현재 윤석열 정권이 보이는 권위주의적 정치행태와 강경 일변도의 남북관계 대처방식을 보면 과거의 군부독재와 별 차이가 없고, 한동훈을 정점으로 하는 정치검찰의 전방위적 압수수색과 기소남발은 군사독재 정부의 보안사, 국정원과 비숫하다. 주권자인 국민을 무서워하거나 역사의 심판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들만의 자의적 법 해석과 법 적용으로 언론과 민주주의를 말살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권불십년(權不十年)이고, 대통령 임기는 5년에 불과하다. 역사는 잠시 퇴행하기도 하지만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며, 정의는 언젠가 승리하게 마련이다.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이 강경한 발언을 하고 힘이 있는 척하지만 사실 이것은 정당성과 자신감의 결여에서 나온 것이다. 멀리 보면 큰 장강의 물결을 일시적으로 거스르는 역류에 불과하며, 민의의 도도한 물결이 역류를 다시 바로 흐르게 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처럼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다. 우리가 불의를 방관하면 우리와 후손들이 검찰독재자들의 노예가 될 것이고,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저항하고 다 함께 촛불을 켠다면 어둠의 세력은 물러가고 우리 후손들은 자유시민으로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새해 벽두에 다시 촛불의 각오를 다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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