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적격 방통위장과 부적격 교육부장관 후보자
방통위 파행 운영 반성은커녕 임기보장 주장
"교육개혁 적임자 아니다" 반대 목소리 쏟아져
두 명의 '이진숙'이 적잖은 혼란과 당혹감을 안기고 있다. 한 명은 전임 윤석열 정권이 임명한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임기 보장을 주장하며 퇴거를 거부하고 있다. 또 다른 한 명은 새로이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인물이다. 전자가 '반(反)적격'이라는 비판을 받는다면, 후자는 '부적격'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앞의 이진숙이 현 정부를 당혹케 한다면, 또 다른 이진숙은 국민들을 당혹케 하고 있다.
먼저 이진숙 방통위장은 국무회의에까지 참석해 자신의 임기 보장을 주장하며 자리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도입된 방통위원장의 임기 보장 제도를 오히려 파행적인 방통위 운영과 독단적인 행보를 옹호하는 방패막이로 쓰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그는 법인카드로 100만 원어치 빵을 한꺼번에 사는 등 상상 초월의 행적이 드러나 경찰 수사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위원장이 퇴거를 거부하며 버티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방통위장 재임 시 업무 관련 자료를 파쇄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방통위는 지난 6월 초 정권 교체 직후 업무용 컴퓨터 하드디스크 130여 개를 파쇄하려던 사실이 드러났다. 방통위는 3~5년 주기로 내구연한이 지난 장비를 폐기하는 통상적인 절차였다고 해명했지만, 폐기업체와 계약서를 쓰지 않았고 심지어 대금도 지불하지 않은 사실이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 방통위에서 이루어진 수많은 방송 장악 시도와 관련된 업무 기록을 급하게 없애려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여당이 "증거인멸"이라고 비판할 만한 상황이다.
또 다른 ‘이진숙’은 이재명 정부의 첫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이진숙 전 충남대 총장이다. 교육계에서는 "대한민국 교육개혁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드러나는 삶의 궤적이 없다"거나 "행정가에 가깝지 교육 전문가라고 보기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 후보자는 여성 최초 국립 거점대학 총장이라는 화려한 이력을 지녔지만 충남대 총장 재임 시절의 행적과 성과는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많다. 이 후보자의 출신 학교인 충남대 내부에서부터 거센 반대 목소리가 일제히 터져 나오고 있다. 충남대 민주동문회는 1일 성명서를 통해 "이진숙 후보자는 이재명 정부의 장관으로서도 교육부의 수장으로서도 무늬도 결도 어울리지 않는다"며 "이재명 정부 역시 전임 정부와 마찬가지로 교육을 신자유주의적 기능주의로 접근하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사회대개혁의 중추는 교육대개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양해림 충남대 철학과 교수는 "(이진숙 전 총장은) 충남대 구성원 다수의 지지를 얻지 못한 총장"이었으며, "재임 기간 내내 충남대 구성원과의 소통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밭대학교와의 통합 문제에서 일방적인 추진으로 내부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고, 결국 교육부의 '글로컬 대학 사업'에서도 예선 탈락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낳으며 내부 갈등만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 실패를 넘어, 총장으로서의 민주적 리더십 부재, 무능, 그리고 불통의 표본이라고 양 교수는 지적했다. 박영원 충남대 명예교수도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얘기하지만 거점 국립대 하나도 통합하지 못하고 분열만 시킨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 후보자의 보수적이고 경직된 태도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는 교내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둘러싼 논란이었다. 2022년 광복절, 학생들과 지역 시민사회가 오랫동안 요구한 끝에 설치된 소녀상에 대해 당시 총장이었던 이 후보자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법 시설물"이라며 공문을 통해 시일을 정해 놓고 철거를 요구했다.
적잖은 충남대 교수들은 "이진숙 교수는 민주진보 교육과 거리가 먼 사람이며, 오히려 국민의힘 인사들과 친한 사람”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12월 12일 충남대 교수 절반인 431명이 참여한 '윤석열 퇴진' 시국선언에도 이 후보자의 이름은 없었다.
그의 연구 이력에 대해서도 "기존 교육 시스템의 효율성 제고, 평가 방식 개선 등 현행 제도의 틀을 유지하면서 부분적인 개선을 꾀하는 데 집중돼 있으며, 교육계의 근본적인 문제, 즉 고질적인 입시 경쟁, 사교육 과열, 지역 간 교육 격차, 학벌주의 등의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접근이나 혁신적인 대안을 제시한 흔적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후보자가 최근 내세운 거의 유일한 개혁적 주장은 '서울대 10개 만들기'인데, 이마저 이미 이재명 후보가 작년 2월에 발표한 공약이며 이 후보자가 직접 설계하거나 제안한 것이 아니라는 게 드러나 '저작권 논란'까지 일고 있다.
이 후보자의 미래 교육에 대한 인식도 우려를 사고 있다. 그는 내정 후 첫 출근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의 AI 디지털 교과서 강행과 관련해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면서도 "동시에, AI 교과서라는 것은 교육적, 정책적 효과라는 게 있다. 그래서 이런 것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등 두 가지를 놓고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AI 디지털 교과서가 졸속 추진, 콘텐츠의 질 논란, 저작권 문제, 교사 연수 부족, 디지털 기기 보급 격차로 인한 교육 불균형 심화 등 수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두 명의 동명이인이 빚고 있는 '이진숙 사태'가 이재명 정부와 국민들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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