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언론이 침묵‧왜곡할 때 낸 옳은 목소리, 그것이 본질이다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예고편 화면 캡처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예고편 화면 캡처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윤석열 정권과 오세훈 서울시에 의해서 계속 압박을 받다가 지난 연말 사실상 강제로 폐지됐다. 그 과정은 너무나 문제가 많았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돈줄’과 ‘목줄’을 쥐고서 한 방송사 구성원들의 생존권을 벼랑 끝으로 몰아서 결국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는 폭력적 과정이었다. 그 과정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이를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그후 김어준 씨는 유튜버로 옮겨가서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을 만들었고, 1월 9일부터 시작된 방송을 통해 지금 놀라운 수준의 조회수와 구독자 규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김어준과 <뉴스공장>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내놓는다.

먼저 국민의힘과 <조선일보> 같은 보수언론들은 ‘김어준과 뉴스공장은 정치적으로 너무 편향적이고, 오보와 가짜뉴스를 많이 냈고, 잘못된 음모론을 펼쳐왔다. 국민의 세금으로 이런 방송을 지원할 수는 없는 일이다’라고 공격하며 <뉴스공장> 폐지를 정당화했다. 이를 보면서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쓴웃음을 흘렸을 것이다.

왜냐하면 보수우파 정치평론가마저 자신들의 마음에 안 들면 출연 정지와 징계를 요구하고 고소‧고발에 나서는 국민의힘이 ‘정치적 편향성’을 말할 자격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정치적 편향’과 ‘가짜뉴스’를 비판하기에는 낯간지럽지 않냐는 생각 때문이다. ‘5.18 북한군 개입설’을 보도했던 것이 바로 <TV조선>과 <채널A>였다.

이러한 보수 종편들에 국가가 채널 할당과 의무 송출을 보장해주고 각종 특혜성 지원을 해주고 있는 것이 이 나라 방송의 현실이다. 즉, 한쪽으로 기울어진 방송 구조 속에서 가장 정치적으로 편향적인 사람들이 누군가를 ‘정치적으로 편향적이다’라고 말하면서 내쫓는 상황은 너무나 그로테스크했다.

그런데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그토록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해 오던 수많은 개혁언론과 진보적 지식인들도 침묵, 방관했다는 사실이다. 보수진영은 물론 진보진영에서도 이번에 벌어진 강제 퇴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찾기는 어려웠다. 그보다는 ‘김어준은 이런 잘못을 했었다’, ‘뉴스공장은 이런 문제가 있었다’, ‘나는 이런 이견과 거부감이 있었다’… 이런 이야기들이 더 많이 보였다.

대표적으로 강준만 언론학자는 “나는 김어준 옹호자들이 역겹다”고 했고,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이는 ‘탄압’이 아니라 ‘정상화’”라고 했다. 하지만, 정말 나와야 할 것은 ‘김어준과 뉴스공장에 대해서 어떤 이견과 다른 평가가 있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정치권력이 자신이 마음에 안 드는 언론의 입을 막고 강제로 퇴출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말이어야 했다.

즉, 지금이야말로 ‘나는 당신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견해 때문에 당신이 탄압받는다면 누구보다 앞장서 당신을 위해 싸우겠다’는 저 유명한 자유주의적 원칙이 불려나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예컨대 2년 전 홍콩에서 폐지된 <빈과일보>는 사실 진보적 언론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전형적으로 재벌이 만든 황색 언론으로 출발해, 지나치게 친서방적 관점뿐 아니라 여러 선정적 보도로 비판받아 온 언론이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홍콩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억누르는 과정에서 <빈과일보>를 폐간시키고 있다는 것은 명백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그것에 반대했다. ‘나도 빈과일보의 이런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빈과일보는 그동안 이런저런 잘못들을 했고’ 이런 식의 말을 우선하며 탄압을 방조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강준만의 “당신이 진보라면 ‘보수의 김어준’을 옹호하거나 용인할 수 있는지”라는 물음은 번지수가 틀린 것이다. 지금이 “‘언론 탄압’과 ‘편파 방송’, 두 가지 끔찍한 보기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하는 가혹한 밸런스 게임”(박영흠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이라는 기계적 중립도 말이다. 지금 던질 질문은 ‘정치적 편향과 가짜뉴스가 문제의 핵심이라면 왜 보수종편들은 더욱 더 날개를 달아주고 뉴스공장만 폐지하는가’라는 것이어야 했다.

더구나 보수종편과 <뉴스공장>이 진영만 다른 쌍생아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 점에서 ‘뉴스공장도 문제고 보수종편도 문제다’라는 일부 사람들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분명 여러 비판들처럼 김어준 씨의 태도와 주장에는 여러 오류와 문제들이 있었다. 최승호 전 MBC 사장이 지적한 “틀린 것은 틀렸다고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족함이 대표적이다.

개인적으로 ‘미투 음모론’만이 아니라 전형적인 ‘맨스플레인’을 보여주는, 여성 기자가 브리핑을 하면 김어준 씨가 설명해주는 포맷도 거슬렸고, 최근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러시아를 은근히 편드는 식의 발언을 들을 때마다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런 점들이 <뉴스공장>의 높은 청취율을 가져온 근본적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보다는 다른 어떤 언론에서도 듣기 힘든 목소리들이 <뉴스공장>에서 나왔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많은 언론이 침묵할 때 <뉴스공장>은 정의연 마녀사냥에 반대했고,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문제, 대장동 수사와 보도에서 사라진 ‘50억 클럽’을 파고들었다. 이태원 참사 직후에 윤석열 정부의 책임을 정면으로 지적하면서 집권여당으로부터 ‘가짜뉴스와 선동’이라고 공격당한 것도 <뉴스공장>이었다. 게다가 <뉴스공장>은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범죄에 대해 끈질기게 지적하고 비판한 드문 매체였다.

근래의 쟁점들만 봐도 대표적으로 <뉴스공장>은 전장연을 괴롭히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야만”이라고 비판했고, 정부와 언론의 십자포화 속에 있는 화물연대 노동자가 직접 나와서 억울함을 호소했고, 노란봉투법을 위해 단식농성하고 있던 시민단체 대표가 나와서 취지를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이 ‘개악’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사례는 일일이 꼽기 어려울 정도로 허다하다.

반면 이 같은 문제들에서 보수언론과 종편들은 정부와 여당과 기업의 편에서만 보도하고, 대부분의 언론은 ‘객관성과 중립’을 내세워 양쪽을 중계하는 데 머물렀다. 또 언론의 최대 광고주인 삼성과 이재용에 대한 비판보다 찬양 기사들을 훨씬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뉴스공장>은 분명 다른 점이 있었고 시민들의 갈증을 풀어줬던 것이다.

그것이 5년째 모든 라디오 프로 중에서 청취율 1위, 실시간 청취자 10만~15만 명, 매일 유튜브로 50만 명 시청이라는 놀라운 성적의 바탕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 <뉴스공장>의 단골 출연자이자 최고 인기 게스트 중 하나는 민주당 의원이 아니라 진보정당 소속인 고 노회찬 전 의원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보수종편의 시청률과 인기를 볼 때 느끼는 것과는 다른 감정을 여기서 얻게 된다.

이제 공중파 라디오에서 권력에 의해 강제로 쫓겨난 ‘김어준과 뉴스공장’은 같은 시간대 유튜브에서 모든 아침 시사 라디오 프로들을 다 합쳐도 비교하기 어려운 시청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또 다른 종편’, ‘진보의 가세연’이라고 깎아내리며 ‘강제 퇴출’을 방조하고, 무시한다고 해서 이런 현상과 의미가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그 강점과 약점을 모두 직시하면서 저널리즘의 대안적 발전 방향을 모색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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