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출신 발탁은 당연시 여기는 것과 대조

'균형 상실' '친노동 기조 펼 것'이라는 우려 많아

노동부 본래 존재의미 찾는 데 전기 될 것으로 기대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고용노동부 장관 지명에 대해 ‘파격’이라는 평가가 많다. 거기에 노동계 편향 인선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함께 제기된다. 조선일보는 24일 <민노총 위원장 출신 고용부 장관… 친노동 정책 쏟아낼 듯> 기사에서 “전 정부의 노사 균형·노동 개혁 기조에서 벗어나 친노동 중심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균형’을 잃고 친노동 기조가 될 것이라는 우려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 억압 정책을 ‘노사 균형’으로 평가하는 입장에서는 노동자 출신의 장관 내정은 그 자체로 한쪽으로 치우친 인선으로 비친다. 한국경제는 김영훈 후보에 대해 “주 4.5일 근무제 도입, 노란봉투법 등 기업이 부담스러워하는 노동 정책이 추진되는 상황”이라며 “경제계 곳곳에서 노동 부문에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푸념이 터져 나온다”고 했다.

이 같은 반응들은 기업인 장관 발탁에 대한 우호적 평가와 상반된다. 한국경제는 “현장 사정에 밝은 기업인을 전면에 배치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며 “이 대통령이 평소 강조한 실용주의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했다. 매일경제는 사설 <내각에 기업인 대거 발탁 … 현장 중시 정책 기대한다>에서 “기업인 출신 인사들이 갖춘 혁신역량과 속도, 실행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이 마련돼야 하며, 관료 시스템에 갇히지 않도록 권한과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노동문제를 잘 아는 인사가 노동부 장관으로 지명된 만큼, 향후 노사정 관계도 관심이 쏠린다” “현장 경험과 정무감각을 두루 갖췄다”고 썼지만 이 같은 긍정적 평가는 소수에 그쳤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경북 김천역에서 ITX-마음 열차를 운행하기 위해 열차에 탑승해 배웅 나온 역무원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현직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기관사이며,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다. 2025.6.23 연합뉴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경북 김천역에서 ITX-마음 열차를 운행하기 위해 열차에 탑승해 배웅 나온 역무원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현직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기관사이며,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다. 2025.6.23 연합뉴스

기업인 출신들의 중용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대조되는 노동자 출신의 발탁에 대한 한국 언론 다수의 부정적 시각은 이렇게 크게 엇갈린다. 기업인 출신에 대해서는 실용적이고 현장 중시이지만, 노동자 출신은 편향과 불확실성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시각이 한국 주류 언론으로 대별되는 한국 사회의 일반적인 기류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노동자 출신의 장관 발탁은 이 같은 ‘노동’ 관련 현실의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큰 계기가 돼야 한다는 점을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의 부처 명칭인 고용노동부의 '노동고용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명칭을 실제 변경하는 것을 떠나 부처의 업무의 중심을 어디에 둘 것이냐는 것이다. '고용'이 '노동'보다 앞에 위치한 '고용노동부'라는 부처의 이름부터가 노동부라는 부처의 본래의 존재이유와 취지에 어긋난다. 물론 고용은 매우 중요한 정책 목표다. 그러나 '고용'을 '노동'보다 앞에 두는 것은 노동자의 권익 보호, 노동 조건 개선, 노사 관계의 균형 발전 등 '노동' 본연의 가치와 역할을 위축되게 한다. 특히 비정규직 증가, 양극화 심화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노동자의 권익 보호에 대한 요청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고용의 본질도 '좋은 일자리', 즉 노동의 질에 있으며 지속 가능한 고용은 양질의 노동 조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노동보다 고용을 앞세운 고용노동부를 통한 정부 정책은 일자리 창출에 더 큰 무게를 둬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동부의 '고용노동부'로의 명칭 변경은 2010년 7월 이명박 정부 때다.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삼고는 노동 행정의 초점을 '노사 관계 조정'에서 '수요자 중심의 고용 서비스 제공'과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으로 확장하겠다면서 이름을 바꿨다. 노동계와 시민사회에서 강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명박 정부는 명칭 변경을 밀어붙였다. 이명박 정부, 그리고 뒤를 이은 박근혜 정부 내내 고용노동부는 친(親)기업적이고 시장 중심적인 노동 정책을 충실히 따랐고 ‘노동’은 위축됐다.

이명박 정부 때의 고용노동부 명칭 변경은 그 이전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노동부가 노동자 권익보호 부처로서 다소 제 역할을 찾았던 것을 다시 뒤로 되돌리는 것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노동부는 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노동권 신장에 다소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자유주의적 경제 개혁의 흐름 속에서 노동 시장 유연화가 추진돼 비정규직 확산이라는 그림자도 드리웠지만 상당 부분 노동부 본연의 역할을 보여줬다. 가장 큰 특징은 노사정위원회의 출범으로, 과거 일방적인 노동 통제에서 벗어나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동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었다. '국제적 수준의 노동기본권 확보'. 교원 노동조합(전교조) 합법화, 공무원 직장협의회 설치 등 그동안 금지되었던 특정 직업군의 노동 기본권을 인정하는 진전도 있었다.

노동부 정상화는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부처 승격 때부터의 잘못된 출발을 바로잡는 작업이기도 하다. 고용노동부가 그 이전 노동청에서 노동부로 승격한 것은 1981년 4월, 전두환 정권의 출범과 함께였다. 그러나 그 승격부터가 ‘노동부 아닌 노동부’를 꾀한 것이었다. 노동자 권익 보호보다는 사용자(기업)의 편에 서서 노동 통제를 강화하는 데 앞장섰다. 사실상의 공안부처 역할을 수행했다. ‘노동’은 사회 불안 요소 제거 차원에서 다뤄졌다. 민주화 요구와 연계될 수 있는 노동 운동을 억압해 사회적 불만을 통제하고, 경제성장을 위한 안정적인 환경 조성하는 것이 노동 정책의 최우선 목표였다. 노동조합의 형태를 기업별 노조로 한정해 산별 노조 등 조직적인 단결권을 제한하고 '제3자 개입 금지' 조항으로 노조를 고립시켰으며 쟁의행위 규제를 강화했다.

그때로부터 40여 년이 지났지만 ‘노동부의 노동화’는 여전히 필요하다. 노동자 출신 장관 발탁이 가져올 '노동부의 노동자화'는 그 과정의 중요한 진전일 수 있다. 특히 지난 윤석열 정권 때 노동부는 후퇴 정도가 아닌 ‘반(反)노동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의 모습을 보였다. 부서 명칭 변경을 지금 얘기하는 것은 성급한 일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 출신 장관의 등장은 윤석열 정권 때의 ‘반노동부’ 퇴행을 극복하는 것을 넘어서 실질적인 '노동부'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찾도록 하는 데 하나의 전기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 출신의 노동부 장관 발탁이 결코 '파격'으로 불려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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