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기 앞두고 '시정 혁신 10년' 기록 보전 작업 착수

'박원순 10년' 자료 대부분 공란-유실돼 있는 현실

"개인 박원순 업적 넘어 서울시민 삶과 미래에 영향"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5주기(7월 10일)가 보름여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정 기록을 복원하기 위한 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함께 꾸는 꿈 박원순 재단 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이 작업은 박원순 전 시장의 공적 삶과 서울시정 기록을 공공재로 복원하려는 것이다.

박원순 재단은 공적 존재로서의 박원순과 ‘박원순의 10년’을 기억하고, 그의 기록을 보존하고 활용하려고 한다. 준비위는 “그의 사회혁신 정신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일을 하게 될 것이”면서 “그렇게 정리된 박원순의 삶과 성취가 미래를 준비하는 데 중요한 사례와 조언으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히고 있다.

‘박원순 재단 준비위(공동대표 이경희 송경용 박진섭)’의 이 같은 작업은 서울시장으로서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펼쳤던 그의 시정 혁신이 개인 박원순의 업적을 넘어, 서울 시민의 삶과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공공재라는 시각에서 비롯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판 그린뉴딜' 기자설명회에서 '2020 그린뉴딜 서울'이라고 적힌 티켓 모형을 들고 있다. 2020.7.8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판 그린뉴딜' 기자설명회에서 '2020 그린뉴딜 서울'이라고 적힌 티켓 모형을 들고 있다. 2020.7.8 연합뉴스

박원순 전 시장은 ‘시민운동가’로서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역대 어느 시장보다도 서울시 행정에 혁신적인 바람을 불어넣었다고 평가된다. 반부패 정치개혁 운동, 사법개혁 운동, 소액주주 운동 등을 통해 한국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고 자신을 ‘소셜 디자이너’라 칭하며 아름다운 재단, 아름다운 가게, 희망제작소 등을 설립해 시민운동의 새 지평을 열었다. 이러한 그의 경험과 철학은 서울시장으로서의 시정 방향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서울시장 재임 시절, 그는 대규모 토목 개발 사업 위주의 과거 시정과는 확연히 다른 접근 방식을 취했다. 그는 개발보다는 도시재생 정책에 역점을 둬 낙후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했다. 무분별한 재개발, 재건축 대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며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도시를 변화시켰다. 이러한 정책은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울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을 들었다.

또한 복지 사업을 대폭 확대해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고 시민 모두가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서울케어 등으로 대표되는 공공의료 확장은 의료 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시민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메르스 사태 당시 보여줬던 단호하고 투명한 대응은 시민들의 신뢰를 얻었고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시민사회 지원은 박원순 시장의 시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는 시민운동가 출신답게 시민사회의 역량을 강화하고, 시민들이 시정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마련했다. 시민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참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했다. 서울시의 각종 시설들을 시민들에게 개방한 것은 시민들이 도시 공간을 더욱 자유롭게 활용하고,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따릉이 자전거' '서울로7017' '올빼미버스' 등 시민 밀착형 사업들은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이처럼 광범위하고 혁신적인 박원순 시정의 기록들이 현재 제대로 보존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청 홈페이지부터 박원순 시정의 주요 정책과 사업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려 해도 거의 공란으로 되어 있거나 극히 일부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누락을 넘어, 박원순 개인뿐만 아니라 서울 시민의 공동의 기록의 유실이다. 과거 서울시의 행정은 물론, 시민들의 삶과 사회 변화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역사적 자료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준비위의 계획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박원순 아카이브 구축'이다. 현재 재정적 사정 등으로 인해 일부 자료가 훼손되거나 유실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보관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이다. 이를 위해 자료와 유산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관리할 계획이다. 방대한 양의 자료와 유품을 전문 아키비스트와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관리함으로써 안정적인 보존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이다. 디지털화를 통해 자료의 훼손 및 유실을 방지하고, 누구나 손쉽게 접근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는 박원순 시정의 다양한 정책과 사업,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산된 자료들을 온라인상에서 영구히 보존하고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구술 기록 작업이다. 박원순 전 시장 개인의 활동 기록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시대를 살며 함께 활동했던 동료들의 구술 기록을 확보하고, 역사적 의미가 있는 사건 및 운동의 기록을 녹취 및 영상 촬영하여 다각적인 관점에서 그의 삶과 시정의 의미를 조명할 예정이다.

준비위는 “아카이브 구축은 박원순 시정 기록의 '안정적 보존'이자 새로운 방식의 시민운동이나 사회 혁신을 고민하는 활동가들에게 박원순 시정은 귀중한 '참고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재단준비위는 “박원순 시장의 시정 혁신이 우리 사회에 던진 의미는 여전히 유효하며, 그 기록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부디 이 소중한 기록들이 훼손되지 않고 온전히 복원되어 서울 시민과 역사를 위한 소중한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정 혁신 기록 복원’ 작업의 향후 계획은 오는 7월 5일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리는 추도식 행사 등을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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