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접하는 블로거·인플루언서 자격의문
한국문화원·한글학교는 교사마다 제각각
세종학당은 교육과정이 구식이라는 평가
이제 한국이 전 세계의 걱정이었던 내란을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되돌리는데 성공했으니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도 배로 높아지고 그만큼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들어올 것이다. 일반 관광 목적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도 많지만 한국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관광 외 다른 목적으로 한국에 오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아진다는 것은 통계자료를 통해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24년에 국내 대학교에 유학 목적으로 들어온 학생 수는 26만 3775명이었다. 이는 한국보다 인구가 2.5배나 많은 일본의 외국인 학생 수 33만 6708명에 크게 뒤떨어지지 않은 숫자다. 지금과 같은 학생 수 증가 속도대로라면 2027년에 한국에 유학 목적으로 들어오는 학생이 30만 명 선을 쉽게 넘을 거라는 정부의 예측도 있다.
독일 '괴테 인스티투트', 중국 '공자학원', 한국은?
한국 대중문화가 해외에서 인기를 누리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뉴스도 아니다. K-음악, K-드라마, K-영화를 비롯해서 K-화장품, 심지어 K-민주주의까지 세계 곳곳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와 한국어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여전히 안타깝게 느끼는 부분이 하나 있는데, 바로 해외에서의 한국어 교육 영역이다.
해외에서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왜 적냐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많은 나라에 위치한 한국문화원, 현지 대학교의 한국학과, 인플루언서들이 운영하는 한국어 온라인 및 오프라인 강좌 등이 그 예시다. 하지만 겉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 있으나 면밀히 살펴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부 기관들의 재정 지원이 매우 부족하거나 현지 교사의 자격이 미흡하다는 것은 가장 흔히 마주치는 문제 중 하나다. 유튜브 같은 SNS를 통해 한국 문화와 언어를 알리는 블로거나 인플루언서는 정말 많지만 그들의 한국어 교육 자격에 의문이 자주 제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 현지 지원으로 운영되는 문화원이나 학원, 한글학교도 한국어 교육에 있어 통일된 교육 기준이 없어 나라마다, 교사마다, 수강생마다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다.
‘소프트 파워’를 잘 활용하는 국가 사례들을 보면 언어를 비롯한 자국의 문화 홍보를 매우 신중하게 관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독일은 전 세계의 ‘괴테 인스티투트’를 통해 국가가 정한 기준에 따라 독일 문화와 독일어를 가르친다. 중국도 ‘공자학원’을 통해 비슷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장한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여러 나라들도 정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이러한 ‘소프트 파워’ 전략을 관리하고 있다. 외국인 학습자 대상으로 하는 현지 언어 시험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ETS(TOEFL 및 TOEIC 시험), 영국의 British Council (IELTS 시험), 일본의 Japan Foundation (JLPT 시험) 등은 다 정부 기관에서 운영한다.
한국어능력시험 운영권을 민간에 맡기자는 소리까지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 세종학당이라는 기관을 통해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예산이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교육과정 또한 구식이라는 평가가 많다. 심지어 현재는 ‘한국어능력시험’(외국인 학습자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시험)을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에서 실시하는데 지원과 인원이 많이 모자라 시험 운영권을 네이버와 같은 민간 회사에 넘기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소프트 파워’ 게임에 지는 길이라는 평가가 많다.
국가의 위상을 결정하는데 군사력, 경제 규모, 정치 체제 등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 경우 한 나라의 이미지는 그 나라의 문화에서부터 시작한다. 유럽이나 남미, 중동에서는 한국 정치에 대한 자세한 상황을 몰라도 모두 로제의 ‘아파트’를 즐겨 듣고 ‘오징어 게임’을 즐겨 본다. 그러면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전 세계가 갖는 국가 이미지 관리 또한 매우 중요한 것이다. 한국 대중문화가 전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새 정부가 이 부분에 더 신경을 쓰고, 보다 실질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문화는 언어에서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어에 대한 해외의 수요가 높아지는 만큼, 국가가 이 문제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한류의 영향력은 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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