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장관 참석하고 축사까지 한 박람회서 수상

이 장관 청문회서도 수상한 기부·거래 내역 확인돼

조선일보 인터뷰서 또 "민간 기술 구매하는 게 좋다"

업체 "이 장관과 관련 없어…참가 기업에 주는 부상"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0회 대한민국 교육박람회에서 개막식 축사를 하고 있다. 2023.1.12. 연합뉴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0회 대한민국 교육박람회에서 개막식 축사를 하고 있다. 2023.1.12. 연합뉴스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유착 의혹이 제기됐던 에듀테크(교육기술) 업체의 계열사가 교육부 후원으로 열린 박람회에서 수상했다. 업체는 이 장관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공교롭게 유착 의혹이 있는 업체와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가 이 장관이 참석한 박람회에서 상을 받은 것이 석연치 않아 보인다.

19일 교육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2023 대한민국 교육박람회'가 열렸다. 대한민국 교육박람회는 매년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7개 시·도 교육청이 후원하는 국내 최대 교육전문 전시행사다. 이 장관도 행사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3일 동안 열린 박람회에서 에듀테크 콘텐츠 기업인 '아이스크림미디어'는 초등학생 3~6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수학·사회·과학 '아이스크림 교과서'를 출품해 '대한민국 교육박람회 어워드'에 '학교와의 협력(Collaboration with a School)' 부문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상을 받은 아이스크림미디어는 지난해 이 장관과 유착 의혹이 제기된 '아이스크림에듀'의 계열사로 국내 굴지의 업체다. 아이스크림 미디어를 분할해 설립한 아이스크림에듀는 '이주호 테마주'로도 불리며, 지난해 교육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이 장관과의 수상한 기부와 거래 내역이 확인돼 강한 유착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에 따르면 이 장관이 장관을 하기 전 이사장을 맡은 사단법인 아시아교육협회는 협회 측에 1억 원을 기부한 아이스크림에듀의 학습 기기를 사용하고, 그 대가로 1억 3600만 원의 대여료를 지급했다. 평소 인공지능(AI)를 활용한 학습을 강조한 이 장관과 에듀테크 업체 간의 관계가 의심가는 대목이다.

아울러 아시아교육협회는 자신들의 연구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질문에 '친구에게 아이스크림에듀의 AI 학습을 추천할 마음이 있느냐'는 항목을 넣어 비영리 단체가 특정 업체 대신 연구 용역을 수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관의 목적에 맞지 않은 사업을 했다는 지적인 것이다.

또 이 장관은 2020년 4월 아시아교육협회 설립 당시 에듀테크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초기 운영재산과 관련해 출연금을 받고,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교육감 예비후보로 등록할 당시에는 고액의 후원금 등을 받은 사실도 드러나 이해충돌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제20회 대한민국 교육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2023.1.12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제20회 대한민국 교육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2023.1.12

그러나 이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에듀테크 업체와의 유착 의혹으로 '뭇매'를 맞고도 취임 뒤 첫 언론 인터뷰를 <조선일보>와 갖고, 에듀테크에 대해 "국가가 개발하는 건 옳지 않다"며 "정부는 과감하게 민간 기술을 구매하는 게 좋다"고 말해 또 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문제가 된 인터뷰에서 "앞으로 AI 도입을 추진할 때 저나 교육부 직원이 절대 이해충돌 문제가 안 생기게 할 것이다. 지적받았는데 문제가 생기면 큰일나지 않겠느냐"라고 했지만, 인터뷰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해충돌을 방지할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이러한 가운데 이 장관은 올해 초 업무보고에서 "에듀테크 진흥 방안을 올해 상반기 내에 수립한다"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교육 현장에서 디지털 기술 활용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유착 의혹이 있는 장관이 추진하는 만큼 교육계에서는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이스크림미디어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장관과 수상과의 관련성에 대해 "전혀 관련이 없다"며 "교육 박람회 참가업체들이 돌아가며 부상으로 받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련해 교육부 대변인에게도 수차례 전화를 하고 문자를 남겼으나 답변은 오지 않았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고시한 2022 개정 초·중·고 전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 표현을 통째로 삭제한 사실이 드러나 최근 파문이 일었다. 또 '민주주의' 대신 보수 진영이 주장하는 '자유민주주의'를 삽입하고, '제주 4·3사건'을 제외해 비판을 받았다.

이 장관이 교과서 집필 기준에 5·18 민주화운동을 넣겠다고 하고 대통령실까지 나서서 진화하면서 교육과정 서술 간략화로 인한 '해프닝' 정도로 마무리됐지만, 뉴라이트 계열로 평가되는 이 장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하며 '5·18 민주화운동' 삭제를 지시한 바 있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기는 어렵다.

이 장관은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로 출마해 "임시정부는 국민의 대표성을 충족하지 않은 채 구성된 임시기구임을 분명히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하는 등 이른바 '건국절'을 옹호하는 뉴라이트 계열 학자와 비슷한 편향성을 드러내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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