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교육개혁하겠다더니 편가르기만 두드러져

진보성향 강한 교육감들, 보수 정권에게 눈엣가시

MB정부서 러닝메이트제 띄운 이주호 또다시 시도

역사 교과서 논란도 보수 정부 때마다 '재탕' '삼탕'

도덕교육서 성평등 지우고, 생태·노동교육 축소 등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 입장하고 있다. 2023.1.5.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 입장하고 있다. 2023.1.5.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벽두부터 신년사를 통해 '교육 개혁'을 화두로 던졌지만, 정작 '5·18 민주화운동 교육과정 삭제' '러닝메이트제(공동등록제) 추진' 등 교육의 정치화, 편 가르기만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6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 대통령에게 연두 업무보고를 했다. 업무보고에는 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위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지방교육자치법), 공직선거법 개정 추진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교육감 러닝메이트제는 앞서 지난달 15일 '보여주기 쇼' '짜고 친 고스톱'이라고 비판 받은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언급한 사안이다. 윤 대통령은 러닝메이트제를 제안하며 "러닝메이트로 출마하고 지역 주민들이 선택한다면 지방 시대, 균형 발전에 훨씬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러닝메이트제는 시·도지사 선거를 하면 공동등록한 교육감이 자동 선출되는 제도로, 사실상 정당의 공천을 받는 시·도지사가 교육감을 지명하는 셈이 된다. 이는 정당 공천을 금지하고 있는 기존 직선제 내용을 완전히 뒤집는 내용이다.

교육계에서는 기존 교육감 선거가 낮은 관심도와 과도한 선거 비용 문제 등을 안고 있지만, 러닝메이트제를 할 경우 정당의 영향을 받아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는 만큼 우려를 표하고 있다.

눈엣가시 진보 교육감 뽑아내기

교육부는 러닝메이트에 대해 업무보고 보도자료를 통해 "지역에 보다 더 다가가는 교육으로 변화하기 위해…"라고 설명했지만, 이면에는 정치적 의도가 읽힌다. 그동안 보수 진영은 진보 교육감을 눈엣가시같은 존재로 여겼다.

지난해 열린 6.1 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당선을 발판으로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자리 가운데 12개(민주당 5개)를 싹쓸이 했지만, 교육감은 진보 성향 9 대 보수 성향 8로 여전히 진보가 과반을 차지했다.

이처럼 보수 진영이 이긴 선거에서도 교육계의 진보 성향이 두드러지다보니 보수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이를 무력화하기 위한 러닝메이트제는 화두가 됐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교육부의 새해 업무보고를 마치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1.5. 연합뉴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교육부의 새해 업무보고를 마치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1.5.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냈던 현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2011년 진보 성향인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금품 지원 의혹이 번지자 교과부 기자단을 불러 러닝메이트를 띄웠다. 당시 언론은 이를 앞다퉈 다뤘으나 불발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2013년 교육감 러닝메이트제를 정부에 건의했다가 교육계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정치적 중립 이유로 러닝메이트제를 반대했고, 수구 색채가 짙은 윤 정부에서 다시 소환한 것이다.

다만 법 개정의 키를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이를 반대하고 있어 현실화하긴 힘들 듯하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신년사에서 러닝메이트제에 "학생과 교육을 생각하기보다는 정당과 정치권에 줄서기를 조장하고,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5·18 삭제, 자유민주주의 부활

교육의 정치화가 교육감 선거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교과과정 편향도 보수 정권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고시한 2022 개정 초·중·고 전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 표현을 통째로 삭제해 최근 논란이 됐다.(1월 4일자 <되살아나는 뉴라이트 망령…윤 정부 교육과정 '5·18' 삭제> 기사 참고)

이 장관이 교과서 집필 기준에 5·18 민주화운동을 넣겠다고 하고 언론들도 교육과정 서술 대강화(간략화)로 인한 '해프닝'으로 다루고 있지만, 뉴라이트 계열로 평가되는 이 장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5·18 민주화운동' 삭제 등을 지시한 바 있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기는 어렵다.

이번 개정에서는 '5·18 민주화운동' 삭제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를 삽입하고 '제주 4·3사건'을 제외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이러한 극우 색채 입히기, 교육 정치화 작업은 정권마다 역사 교과목에서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는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된다"며 친일·독재를 미화한 국정 역사교과서를 편찬해 논란이 됐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7월 이를 폐기하고 교과서 발행 체제를 다시 검정제로 환원했다.

 

5·18 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가 4일 오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민주화운동이 제외된 개정 교육과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2023.1.4. 연합뉴스
5·18 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가 4일 오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민주화운동이 제외된 개정 교육과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2023.1.4. 연합뉴스

이 밖에 이번 정부에서는 역사 교과 외에도 사회·도덕 교과 등과 관련해서도 정치화 문제를 빚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한 윤 정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성평등' 용어를 '성에 대한 편견' '성차별의 윤리적 문제'로 수정하고, '성소수자' 표현을 뺐다. 또 진보 교사들이 강조하는 생태전환, 노동존중교육 등도 서술을 축소해 논란이 됐다.

한편 이 장관은 이번 업무보고에서 학교 설립에서 운영까지 규제를 완화한 '교육자유특구'를 오는 2024년까지 시범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각종 공교육 규제를 해제하겠다는 것으로 귀족학교 등장, 학교 서열화, 교육 양극화 심화와 사교육 심화 등이 우려된다.

또 이 장관은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한 '에듀테크 진흥 방안'도 상반기 내 수립한다고 보고했다. 디지털 기반 학습 강화는 필요하지만 지난해 청문회에서 에듀테크 업체와의 유착 의혹이 제기된 이 장관이 이를 추진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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