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야

“뛰어난 세 명을 기용하면 천하를 얻는다.”

중국 진나라 말, 유방은 천하 호걸 항우를 제압하고 한나라를 건국했다. 항우는 비단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로 무용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본래 명문 귀족 가문 출신이었다. 반면 유방은 한미한 농민 출신으로서 외상으로 술을 마시고 다니던 건달에 불과했다. 객관적 조건에서 도저히 비교조차 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이었지만, 그러나 결국 유방이 승리를 거두었다.

한나라를 건국한 뒤 유방이 신하들에게 물었다.

“과연 내가 천하를 얻을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이며 항씨가 천하를 잃은 것은 과연 무슨 이유 때문이었겠는가?”

그러자 한 신하가 말했다.

“폐하께서는 오만하여 다른 사람을 모욕하고 항우는 인자하여 다른 사람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폐하께서는 사람을 파견하여 성을 공략하고 땅을 점령하게 하고 그곳을 그에게 봉하고 능히 천하 사람들과 이익을 함께 나누십니다. 반면 항우는 현명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질투하고 공이 있는 자를 해치며, 현명한 자는 의심을 받고 전쟁에 이겨도 논공행상을 하지 않으며 노획한 땅도 나누지 않으니 이것이 바로 그가 천하를 잃은 까닭입니다.”

그러자 유방이 웃으며 말하였다.

“그대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오. 군영의 장막 안에서 전략 전술을 세워 천 리 밖에서 승리를 결정짓는 일은 내가 장량만 못하며, 나라를 진수(鎭守)시키고 백성들을 위무하며 군량을 공급하고 운송로가 끊이지 않게 하는 일에는 내가 소하(蕭何)만 못하오. 또 백만 대군을 통솔하여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고 공격을 하면 반드시 점령하는 일에서는 나는 한신만 못하오. 이 세 사람은 모두 호걸 중의 호걸이오! 내가 그들을 능히 기용했다는 것, 바로 이것이 내가 천하를 얻을 수 있었던 원인이었소. 항우는 범증 한 사람이 있었으나 그를 기용할 수 없었고, 바로 이것이 항우가 나에게 사로잡혀 죽은 원인이오.”

장량과 소하 그리고 한신이라는 세 명의 탁월한 인물을 기용할 수 있었기에 항우를 제압했다는 말이다. 예로부터 뛰어난 세 사람만 있으면 나라도 세울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바로 이러한 경우 해당한다. 실로 어떤 인물을 기용하는가에 국가의 존망과 성패가 달려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1.21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1.21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때 초대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장하성 교수였다. 이른바 ‘소주성’, 소득주도 성장론으로 기세 좋게 출발했다. 나름 알려진 명성으로 처음에는 기대를 모았으나 그 내용은 공허했고 그 결과는 초라했으며 여지없는 실패였다. 김상조 교수는 문재인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 이어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을 역임했다. ‘재벌 저격수’라는 명성으로 화려하게 출발했지만, 정책실장으로 재직 중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자신의 아파트 전세값을 14% 넘게 인상한 일이 드러나면서 당일 경질되었다. 공정거래위원장 재직 중에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기업 편에 서서 고의로 진실을 은폐시켰다는 의혹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 의해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한편, 김수현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을 거쳐 정책실장을 지내면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사실상 진두 지휘하였다. 그러나 부동산정책은 대실패로 귀결되었고, 당시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에서 비강남 아파트 값은 5억 3000만 원이 올랐는데 임금은 300만 원이 올랐다”며 비판하였다. 특히 김수현은 노무현 정부 때도 부동산 정책 실패로 정권을 넘겨준 전적이 있음에도 또다시 그대로 부동산 정책을 맡김으로써 “최악의 인사 참사”라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국민들이 촛불혁명으로 되찾은 권력을 윤석열 보수정권에게 속절없이 넘겨야 했다. 세 명의 뛰어난 인물을 얻으면 나라가 흥한다. 그러나 세 명의 잘못된 기용은 정부를 쇠락하게 한다. 

차기 민주정부는 문재인 정부 시기 중용했던 장하성, 김상조, 김수현 교수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물론 교수들의 풍부한 지적 능력과 날카로운 비판적 의견 제시는 정책 수행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교수들은 강단의 경험만을 있을 뿐 일선 현장의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수들이 직접 현실 정책을 주도하면서 성공으로 이끄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자문 역할이 정확한 그 위치다.

필자는 “한덕수·최상목을 보라…차기정부 관료 ‘중용’ 금물”이라는 제하의 민들레 기고에서 차기 정부가 결코 고위 관료를 중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민주 국민과 함께 진보 세력의 헌신적인 투쟁과 노력으로 쟁취한 ‘국민권력’을 보수적이며 무책임하고 기회주의적이며 부도덕한 고위 관료집단을 위한 잔치상으로 만들어서는 절대로 안 될 일이다. 지금 다시 한덕수를 보라. 자기 돈은 단 1원 한 장 쓰지 않고 공짜로 대통령 후보를 받으려 하더니 그것이 수포로 돌아가자 언제 그랬냐는 듯 뒤로 빠지지 않았는가! 이런 자들에게 다시 속아서는 안 된다.

윤석열 일당이 일으킨 내란을 종식시키는 과정은 그야말로 민주 국민과 진보 시민들의 노력과 헌신에 의한 대장정이었다. 우리가 촛불혁명으로 쟁취한 민주 권력을 허망하게 넘겨준 지난 정부의 전철을 또다시 밟아서는 안 된다. 특히 중요한 국가정책 수행에 어떠한 인물을 기용할 것인가가 향후의 핵심적인 관건이다. 국정안정을 위해 관료 중용이 필요하다는 관행을 따른다든지 겉치레의 명성에 좌우되어선 안 된다. 그리고 정파나 정실에 치우친 그런 인사로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 거듭 강조한다. 차기 정부의 성패는 어떤 인물을 기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